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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이석기, 남로당 당수 박헌영 벤치마킹?

입력 2013-09-04 03:00업데이트 2013-09-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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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체포동의안 표결 임박]
朴, 1950년 美 애치슨선언 발표에 ‘조국해방 기회’ 판단하고 전쟁 준비
민중봉기 선동 - 反美감정도 닮은꼴
체포동의요구서에 나타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발언이나 행적이 1945년 광복 직후 남한에서 체제 전복을 꾀했던 남조선노동당(남로당) 당수 박헌영의 이력과 흡사해 이 의원이 ‘남한 좌익의 거두’ 박헌영을 벤치마킹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 의원은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를 결성한 뒤 조직원들에게 전쟁을 앞두고 준비체계를 갖출 것을 지시한 것으로 영장에 적시돼 있다. 또 3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이후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왔다고 판단하고 지역책을 통해 조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전쟁대비 3가지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헌영은 1950년 1월 12일 당시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아시아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일명 ‘애치슨 선언’을 발표하자 이를 ‘조국 해방의 기회’로 판단하며 ‘전쟁 불가피론’을 주장한 것과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혁명의지를 강조하며 민중봉기를 선동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영장에는 이 의원이 RO 회합에서 조직원들로 하여금 북한 영화를 보고 혁명가요를 제창케 하는 등 투쟁의지를 고취시키는 대목이 나와 있다.

이는 박헌영이 남로당을 매개로 1946년 9월 총파업을 일으키고 10월 민중봉기를 선동하면서 미군정을 압박한 것과 유사한 장면이다. 박헌영은 1950년 4월 김일성과 함께 소련을 방문해 스탈린을 만난 자리에서 “정규군으로 서울만 점령하면 20만 남로당원들이 일제히 봉기해 남한 전체를 순식간에 공산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극도의 반미감정을 표출했다는 점도 일치한다. 이 의원은 5월 12일 RO 모임에서 “미국놈을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 없는 그야말로 조선민족 시대의 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헌영 역시 미군정을 ‘조국 해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규정하고 미국의 정책과 미군정에 공격의 초점을 맞춘 전술을 구사했다.

공안당국의 한 관계자는 “21세기에 사는 이석기가 해방정국의 박헌영을 흉내 내거나 벤치마킹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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