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외국기업 투자 막는 ‘빗장’ 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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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MB 대북 5·24 조치’ 해제 추진

남북 교류를 사실상 전면 중단시켜 놓은 5·24조치를 풀어가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북한의 태도 변화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추진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필연적으로 5·24조치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받아내는 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따라 본격 추진하게 될 개성공단의 국제화 등은 5·24조치에 상관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사실상 5·24조치의 일부 대북 제재가 자연스럽게 해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1단계로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등을 해결하고 2단계로 개성공단 국제화와 경제·사회문화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간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국제화가 단순히 개성공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 여건을 만들고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럼으로써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 큰 그림을 그려 가겠다는 것이다.

즉 개성공단 국제화의 핵심은 외국 기업의 신규 투자이다. 이는 엄격히 말해 5·24조치가 규정한 ‘신규 투자 불허’와 맞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남북이 개성공단 국제화에 나서기로 합의한 순간 5·24조치는 사실상 해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치성 없는 종교계와 스포츠계의 사회문화 교류를 조금씩 풀어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한 방북 신청도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포함시킨 경제교류 내실화, 즉 남북 교역 재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역시 엄밀히 말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 이외 지역 방북 불허’ 및 ‘남북 교역 중단’을 규정한 5·24조치와 명목상으로는 충돌할 여지가 크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5·24조치 때문에 비정치적 남북 교류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5·24조치상의 ‘대북 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도 점차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북한이 상식을 무시한 채 신뢰와 약속을 깨면 한 치의 타협 없이 대응하겠지만 상식적인 태도로 대화의 손을 내밀면 유연성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남북관계의 새 틀을 짜겠다는 ‘박근혜표 대북 접근법’을 반영한다.

하지만 정부의 고민도 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한 5·24조치 해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3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원인에 대해 북한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들을 남북이 함께 대화를 통해 이뤄낼 수 있다면 (5·24조치의) 해제는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남북 당국 간 대화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좋겠지만 북한은 천안함 폭침을 자신들에 대한 모략극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부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의 책임 문제는 합의서상의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타결될 수 있었지만 천안함 폭침은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개성공단 정상화와 5·24조치 해제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완준·동정민 기자 zeitung@donga.com
#개성공단#외국기업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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