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레니 문]한국대학, 문화적 다양성 공유해야

동아일보 입력 2013-08-09 03:00수정 2014-07-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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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문 연세대 국제학부 교수
나는 어려서부터 외모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동네에서 우리 가족만 아시아계였고 대부분이 백인이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에게 소개할 때마다 나와 내 부모님은 한국인이라는 설명을 해야 했다.

미국에서 자라 교육을 받고 한국에서 일하게 된 나는 또 다른 소수자 경험을 하게 되었다.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외모는 비슷하지만 문화면에선 적지 않은 차이를 체험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단일민족 의식을 갖고 살아온 한국사회에서 외모마저 외국인들이 느끼는 이질감은 더할 것이다.

내 강의에는 매 학기 외국인 학생이 두세 명 정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 학생은 이들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교수 입장에서 외국인 학생이 내 수업을 듣는 것이 매우 반갑다. 그들에게서 한국인 학생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이나 견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한국의 이민정책에 대해 토의할 때 한국인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서만 언급하지만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학생들이 참여하게 되면 이들의 경험을 포함해 비교적 관점에서 논의를 하게 되므로 시야가 넓어지고 서로 다른 의견을 공유하는 방법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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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국 대학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적 다양성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구조적 다양성으로 다양한 개인적 배경(학습 방법이나 경험 등)이나 사회적인 차이(출생지나 인종 등)를 가진 학생들로 구성된 캠퍼스를 의미한다.

둘째로 교과의 다양성은 다양성 관련 주제를 다루는 정규과목이나 다양성을 촉진하는 교수법 등을 뜻한다. 셋째, 상호작용적 다양성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 간의 교류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제도적 다양성은 다양성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의 제도화를 의미한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대학들은 구조적 다양성 측면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2003년 1만2314명이던 외국인 학생 수가 2012년에는 8만6878명으로 급증했는데 정부가 추진한 ‘스터디 코리아’ 등 프로그램의 성과이다.

하지만 다른 부문의 다양성은 아직도 많이 뒤처져 있다. 대학 내에서 문화적 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구조적 다양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네 가지 유형이 상호작용하며 어울려야만 글로벌시대에 필요한 문화 간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교육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연구의 활성화와 교과과정 및 과외 프로그램의 확대, 그리고 이러한 이니셔티브들을 제도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의 진정한 글로벌화를 위해선 외국인 학생 유치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대학들도 이제는 다른 문화를 가진 학생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소양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데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레니 문 연세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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