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레드’ 이병헌 “할리우드, 아직도 적응 중…조금 여유로워졌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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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18일 1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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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은 “어머니께서 할리우드 명배우들과 함께한다는 소식에 ‘이제 미국에서 뭐 좀 하는구나’라며 자랑스러워하신다”고 말했다.
배우 이병헌은 “어머니께서 할리우드 명배우들과 함께한다는 소식에 ‘이제 미국에서 뭐 좀 하는구나’라며 자랑스러워하신다”고 말했다.
배우 이병헌(43)이 세 번째 할리우드 작품 ‘레드 : 더 레전드’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 첩보원 출신이자 세계 최고의 킬러 ‘한’ 역을 맡은 이병헌은 전작 ‘지.아이.조’ 시리즈에서보다 강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는 ‘지.아이.조’에서 보여준 스톰쉐도우의 냉혹함에 재치 있는 대사와 엉성한 모습을 더해 한을 표현했다. 미국·영국 등 해외 관객에게 이병헌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문화가 다르니 웃음 포인트도 조금 달라요. 그래서 연기할 때 ‘이게 정말 웃긴건가’ 싶었어요. LA 프리미어를 할 때 프로듀서가 저에게 ‘너 대사할 때 사람들이 제일 많이 웃더라’고 하더라고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이 웃었다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웃음)”

이병헌은 미국 진출 후 세 편의 작품을 마쳤다. 이제는 할리우드의 문화와 환경에 충분히 적응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병헌은 “아직 멀었다. 조금 여유로워졌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마음의 여유는 생겼어요. ‘지.아이.조’를 할 때는 긴장하고 경직되서 사람들한테 말도 못 붙였어요. 대사가 적었음에도 제가 말해야 할 곳을 놓친 일이 빈번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같이 일하는 배우나 스태프에게 말도 걸고 그들의 농담에 한마디 거들어요.”

이병헌은 영화 ‘레드 : 더 레전드’에서 브루스 윌리스, 안소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과 같은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병헌은 어린 시절 스크린을 통해 만났던 스타들과 같은 카메라 앞에 섰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현실이 아닌 현실이라고나 할까요? 안소니 홉킨스 영화를 본 세대라면 아마 저와 비슷한 기분일거에요. 게다가 한 분도 아닌 전설적인 배우들을 한 영화에서 다 만난 거잖아요. 제 영화 인생에 또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이 있을까요?”

할리우드의 전설들과 촬영을 하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감탄한 적도 많다. 그는 “말코비치는 정말 섬세한 배우다. 애드리브조차 섬세하다. 헬렌 미렌은 정말 따뜻한 성품을 가진 배우다. 영화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뒤에 포근한 면이 있다. 안소니 홉킨스는 프랑스 작위도 갖고 있지 않나. 그만큼 인격이 정말 훌륭하다. 후배들이 왜 그들을 인격적으로도 존경을 표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이번 영화에서도 상반신을 노출한다. 첫 등장부터 완벽한 몸매를 자랑하며 등장한다. 하루에 생선을 15마리를 먹고 몸을 가꾼 이병헌은 “먹는 게 곤혹스러웠다”고 말하며 ‘지.아이.조’ 시절 정두홍 무술감독과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정두홍 감독과 한국 스태프 5명이 한 아파트에서 살았어요. 몸을 만들어야 하니 매 식사마다 생선을 구웠죠. 너무 구워대니 온 아파트에 생선 냄새가 가득했어요. 결국 집 주인이 ‘도대체 뭘 먹는거냐’라며 나가달라고 하더군요. 집주인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그릴을 사다가 바깥 발코니에서 구워먹었던 추억이 있네요.”

또 이번에는 트레이너 없이 혼자 몸을 만들었다. 얼마나 해야 좋은 몸을 만들 수 있을 지 감을 못 잡아 불안한 마음에 운동을 계속했다. 다행스럽게도 영화 속에서 몸이 멋지게 나와 만족할 수 있었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때부터 계속해서 상반신을 노출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왜 이병헌을 자꾸 벗기는 것일까. 그는 “우연의 일치인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입장은 또 다를지 모르지만,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가 아닌가라고 생각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액션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이 자꾸 액션만 보여주느냐고 묻는다면 전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것’만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이것’도 보여줄 수 있다고요.”
배우 이병헌.
배우 이병헌.

이병헌에게 이번 영화는 아버지와 함께한 작품이라는 의미도 있다. ‘레드’에는 한의 과거를 추억하는 장면에서 흑백사진 한 장이 나온다. 이 사진은 이병헌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 장면은 고인이 된 아버지에게 바치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어머니도 그 소식을 듣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신 것 같았다”며 “아버지가 자신의 사진이 스크린에 나온 걸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레드 : 더 레전드’ 홍보로 세계를 다니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제 영화 ‘협녀’를 찍어야 하고 이민정과의 결혼도 앞두고 있다. 결혼준비에 대한 질문을 하자 “왜 그 질문을 안 하나 했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시차적응도 힘들고….(웃음) 원래 한 가지만 해야 잘 하는 스타일인데 한 번에 세 가지를 준비하려니 너무 힘들어요. 홍보와 촬영, 결혼 준비 중 뭐가 힘드냐고요? 다 힘들어요. 하하하.”

내달 10일 결혼을 하고 한 달간의 꿈같은 신혼생활을 즐긴 뒤 이병헌을 9월부터 영화 ‘협녀’ 촬영에 돌입한다. 오랜만의 한국영화 출연으로 한국팬들은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할리우드 작품을 연이어 촬영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할리우드는 제 연기 생활의 종착지가 아니에요. 늘 연기에 대해 탐구하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기대 반, 걱정 반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든, 할리우드에서든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배우일 뿐이에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제공|(주)블루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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