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벼락이… 우울증 30대 아파트 11층서 투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23일 오후 부산 서구 고신대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김모 씨(40·소방관)는 바로 눈앞에서 일어난 딸(6)의 죽음을 막지 못한 자괴감에 몸서리를 쳤다. 그는 “○○아, 걱정하지 마라. 아빠가 성실하게 살다가 꼭 너 만나러 갈게…”라며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김 양의 어머니(39)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자에 대해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나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되지 않느냐”며 울부짖었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모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는 장모 씨(38)에 아래 김 양이 깔린 건 22일 오후 7시 5분. 항상 발랄하고 애교 많은 김 양은 이날 아빠 엄마 언니(11)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금정구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곧 도착한다는 연락이 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외출하던 길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아빠 손을 잡고 몇 발짝 걷던 김 양은 아파트 출입구 쪽에 있는 친구를 발견하고 이름을 부르면서 뛰어갔다. 순간 하늘에서 검은 물체가 떨어지면서 김 양을 덮쳤다. 모든 게 찰나였다.

장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김 양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1시간 40여 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장 씨는 이 아파트 5층, 김 양은 6층에 사는 아래윗집 이웃이었다.

항상 바쁜 소방관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품에 안겨 “책 읽어 달라. 같이 놀자”며 재롱을 부리던 딸의 참변에 아빠는 끝내 정신을 잃었다. 김 씨는 “예쁜 우리 딸 보이소…”라며 스마트폰에 담긴 딸과 식구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도 연신 흐느꼈다. 최근 식구들과 함께 찾은 남구 대연동 실내미니동물원에서 양에게 당근을 주는 모습, 피아노 치는 언니에게 샘이 나 혀를 내미는 모습, 면사포를 쓰고 한껏 멋을 부린 딸의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담겨 있었다.

엄마는 착하고 예쁘게 자라라며 인스턴트식품 대신 직접 간식을 만들어 먹이면서 애지중지 키운 딸의 사진을 보며 또 한 번 혼절했다. 김 양은 교회에서나 어린이집에서도 똑똑해 인기를 독차지했다. 친척들에게도 특별한 아이였다. 김 양의 외삼촌(47)은 “해맑은 웃음에 눈동자가 똘똘해 어른들이 무척 귀여워했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10여 년 전부터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최근에도 모 정신병원에서 49일가량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고 이 아파트 11층 계단 창문이 열려 있었던 점으로 미뤄 장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1년 9월 8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옥상에 있던 초등학생 3명이 장보러 가는 주부(42)에게 벽돌을 던져 숨지게 했다. 2006년 12월 4일에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던 회사원(44)이 중학생 2명이 던진 벽돌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4월 40대 필리핀 가정부가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한 50대 여성에게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채널A 영상]아파트 입구 나서던 5세 여아 위로 ‘날벼락’


#투신자살#고신대의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