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소설 ‘할’ 펴낸 가톨릭신자 최인호

  • Array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기출간 ‘길 없는 길’서 경허선사 부분 발췌

장편소설 ‘할’을 펴낸 소설가 최인호. 동아일보DB
장편소설 ‘할’을 펴낸 소설가 최인호. 동아일보DB
부처님오신날(17일)을 앞두고 소설가 최인호(68)가 장편소설 ‘할’(여백·사진)을 펴냈다. 가톨릭 신자인 작가가 1993년 전 4권으로 펴냈던 대하소설 ‘길 없는 길’ 가운데 경허 선사(1849∼1912)와 그 제자들을 그린 부분을 따로 발췌해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1988년 가을 우연히 불교에 관한 책을 읽다가 흥미를 느낀 작가는 지인을 통해 10여 권의 불교 서적을 추천받는다. 그중 한 권이 경허의 법어집이었다. 당시 경허를 잘 몰랐던 작가는 무심히 책장을 넘기다 선시 중 한 구절에서 심혼의 불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한다. ‘일없음이 오히려 나의 할 일(無事猶成事)’이라는 글귀였다.

이듬해 한 일간지에 연재를 시작한 ‘길 없는 길’은 책으로 출간돼 150만 부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다. 한 대학교수가 아버지의 유품 중에서 경허의 물건을 발견하고 경허의 행적을 쫓는 과정을 통해 경허의 삶을 재해석한 소설이다. 구도를 향한 끊임없는 갈등과 정진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내가 곧 부처’라는 진리에 다가서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번에 나온 ‘할’은 경허뿐 아니라 그의 세 수법제자인 수월, 혜월, 만공의 수행도 비중 있게 그려진다. 에피소드별로 나눠져 있어 읽기에 부담이 적고, 책 뒤편에는 스님들의 자료 사진을 덧붙였다. ‘할(喝)’은 사찰과 선원에서 학인(學人)을 꾸짖거나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없는 도리를 나타내 보일 때 내뱉는 소리다.

2008년 5월 침샘암 수술을 받은 작가는 지금도 투병 중이다. 피정(避靜·가톨릭 신자들의 수련 생활) 외에는 외출도 자제하는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인터뷰를 고사했다. 그는 책의 머리말에 이런 글을 남겼다.

“지난해는 우리나라가 낳은 최고의 불교 중흥조 경허 대선사가 열반에 드신 지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 경허의 법제자들을 다시 한 번 살려 봄으로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아랫물이 맑으면 윗물도 맑다’는 진리를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가만히 열어 보는 심정으로 밝혀 보았다. 하오니 조용히 들어와 제자들에게 때리고 ‘할’ 하는 경허의 여전한 고함소리를 엿들으셨으면 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불교소설#가톨릭신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