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012년 6월부터 1590회 접속… 국내PC에 악성코드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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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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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사이버테러는 北 소행”]

북한이 3·20 사이버테러의 배후로 지목됐다. 2009년 7·7 디도스 공격 등 과거 사례들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 증거가 다양하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10일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실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 전길수 침해사고대응단장이 북한 배후설의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북한이 3·20 사이버테러의 배후로 지목됐다. 2009년 7·7 디도스 공격 등 과거 사례들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 증거가 다양하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10일 정부과천청사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실에서 한국인터넷진흥원 전길수 침해사고대응단장이 북한 배후설의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과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달 20일 주요 방송사와 금융회사의 전산망을 마비시킨 사이버테러의 배후도 북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 공격에서 북한은 특정 기관만 공격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일반인의 PC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새 패턴을 보였다.

의문도 남는다. 2009년 이른바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에서 시작된 비슷한 패턴의 공격을 왜 4년이 다 돼 가는 올해 초에도 막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홀하고 땜질식 처방만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북한의 무차별 사이버테러

합동대응팀은 이른바 ‘3·20 전산망 마비’ 사태로 시작된 이번 공격이 지난달 25일 ‘날씨닷컴’ 웹사이트를 통한 무차별적 악성코드 유포 시도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날씨닷컴에 대한 공격은 국내 전자금융거래에서 흔히 사용되는 제큐어웹(XecureWeb)이라는 보안 솔루션의 취약점을 노렸다. 날씨를 보러 접속하는 일반인도 북한의 사이버테러 대상이 됐던 셈이다.

이는 지금까지 청와대나 국가정보원 웹사이트를 노린 디도스 공격, 언론사와 금융회사에 대한 전산망 파괴 공격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행히 이 공격은 사전에 징후를 파악한 합동대응팀이 공격 또는 파괴 명령을 내리는 명령 및 통제(C&C) 서버를 차단하고 보안 패치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려 큰 피해 없이 넘어갔다. 지난달 26일에는 대북·보수단체 14개 홈페이지가 해킹을 통해 자료가 삭제됐고, YTN 계열사의 홈페이지 자료가 저장된 서버도 파괴되는 등 다양한 공격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북한의 공격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뤄진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20일 피해를 본 방송사와 금융회사에 북한이 처음 침투한 날은 지난해 6월 28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번 공격을 최소 8개월 이상 준비했다는 뜻이다. 또 공격 대상 기업마다 사용한 공격 방식도 모두 달랐던 데다 한 번 피해를 입히면 큰 피해를 줬던 것도 눈에 띈다.

이번 공격에서 북한 측은 피해 PC의 자료를 지우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일반적인 복구 방법이 통하지 않도록 한 번 지운 하드디스크 위에 의미 없는 문자열을 덮어 쓰는 파괴적인 수단도 동원했다.

북한 지역에 위치한 PC가 세계 각국의 통신망을 경유해 남한 PC를 공격했다. 인터넷주소(IP)를 역추적한 결과 여기에 활용된 북한 PC가 현재까지 6대 발견됐는데, 이 6대만으로도 1590차례나 침투 시도를 했다. 3·20 사이버테러 이후에는 이 PC들이 공격 경유지와 공격 흔적을 제거하려고 시도하는 등 용의주도한 면을 보였다.

○ 해마다 똑같이 당했다

합동대응팀은 이번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과거의 패턴’에서 찾았다. 즉 2009년 7·7 디도스 공격, 2011년 3·4 디도스 공격, 2011년 농협 전산망 파괴 공격, 지난해 중앙일보 전산망 파괴 공격 등이 이번 공격과 비슷했기 때문에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공격 방식을 분석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전길수 침해사고대응단장은 “정부와 민간 보안업체가 모니터링을 하고는 있지만 공격자는 취약점 하나만 잡으면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침투할 수 있는 경로는 늘 있는 셈”이라며 “징후를 파악해서 빨리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정보보안 체계는 초기에 설계된 공인인증서를 통한 보안체계를 유지하기에 급급해 세계 표준과 동떨어진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보안체계로 온라인 금융거래와 전자상거래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10일 오후 5시 반경 KBS 홈페이지가 접속이 안 됐다. KBS는 20분 만에 복구했지만 오후 6시 45분, 8시경에도 각각 20분 남짓 접속 장애가 생겼다. 또 NH농협은행도 이날 오후 6시 20분 인터넷뱅킹과 스마트폰뱅킹 서비스가 중단됐다가 9시 45분에 복구됐다.

KBS는 접속 과부하로, 농협은 하드웨어 문제로 각각 장애를 겪었다고 밝혔다. 합동대응팀은 KBS와 농협에 조사팀을 급파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했다.

합동대응팀은 11일 국가정보원장 주재로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 15개 정부 기관이 참여하는 ‘국가 사이버 안전 전략회의’를 열고 사이버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북한#사이버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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