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민주 관계자 고소… 文비방 댓글說 진실공방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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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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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빠져나가는 국정원 여직원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 씨(가운데)가 13일 오후 국정원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오피스텔 빠져나가는 국정원 여직원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주장이 제기된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 씨(가운데)가 13일 오후 국정원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통합당 측이 문재인 후보 비방 글을 올렸다고 지목한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 씨(28·여)가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인 13일 자신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컴퓨터를 경찰에 제출했다.

11일 오후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김 씨의 오피스텔 앞을 봉쇄하고 있던 민주당 관계자들은 13일 오전 11시경 철수했다. 이어 이날 오후 국정원 요원들이 김 씨를 에워싸고 어디론가 데리고 가 버렸다.

오후 3시경 국정원 대변인이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브리핑하던 사이 국정원 직원 4, 5명이 야구모자와 마스크를 쓴 김 씨를 에워싸고 계단으로 이동했다. 취재진 5, 6명이 급히 뒤따랐지만 국정원 직원들은 몸으로 가로막았다. 이들은 김 씨를 차에 태운 뒤 사라졌다.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국정원이 진실 규명을 막기 위해 김 씨를 데려갔다”라고 비판했다.

김 씨 변호인은 이날 오후 김 씨 명의로 민주당 관계자들을 감금과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의뢰했다. 수서경찰서 소속 경찰관 8명과 강남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등 2명은 증거품을 확보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 13분경 김 씨의 방에 들어갔다. 경찰은 휴대전화와 이동식 저장장치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씨 측은 “비방 댓글을 올린 적도 없지만 컴퓨터를 확인하면 될 일이고 국정원 직원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다만 김 씨는 “난무하는 유언비어로 인권과 명예를 침해당해 결백을 입증하고 싶다”라며 데스크톱 본체와 노트북를 제출했다. 경찰은 김 씨가 제출한 증거품을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으로 가져가 인터넷 접속 기록과 댓글 작성 여부 등을 집중 분석할 계획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통상 분석에 이틀 정도 걸리지만 민감한 사안이어서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씨는 국정원 제3차장 소속 심리전단 직원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국정원 직원으로 중립을 지키고 있으며 대선과 관련해 어떤 글도 인터넷에 남긴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원세훈 국정원장도 “댓글을 다는 등 여론조작을 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김 씨에게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 변호인 강래영 변호사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 당장은 조사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제보 내용을 공개하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날도 자료를 내놓지 않은 채 공세를 이어갔다. 문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다만 아직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고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문 후보 측은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민주당이 김 씨 집 문 앞을 거의 사흘간 가로막은 것에 대해 ‘불법 사찰’, ‘인권 유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집 앞을 지킨 민주당 관계자 중에는 전직 경찰 모임인 ‘경우회’ 핵심 간부인 A 씨도 포함됐다. A 씨는 경찰 재직 당시 대표적인 ‘정보통’으로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소속 친인척관리팀에서 일했다.

한편 국정원이 김 씨를 빼내는 과정에서 동아일보 기자가 국정원 직원의 손에 상의가 잡힌 채 그의 발에 걸려 넘어져 옷이 찢어지고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채널A 카메라 기자도 부상했고 카메라는 파손됐다. 국정원 측은 “김 씨 상태가 불안정해 서둘러 이동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기자 부상과 장비 파손은 배상하겠다”라고 밝혔다.

김태웅·장선희·이남희 기자 pibak@donga.com
#대선#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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