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5]안철수, 연대보다 홀로서기 강조… 대선후 정계개편 노린듯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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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메시지에 담긴 뜻은

안철수 전 후보가 3일 캠프 해단식에서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 때 밝혔던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을 다시 강조하면서 “지지자 여러분이 큰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 줄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이날 던진 메시지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직접적 지지라기보다는 정권교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문 후보를 돕자는 간접적 지지라는 시각이 많다. 안 전 후보가 평소 애용하던 ‘국민’이 아닌 ‘지지자’를 강조한 것도 주목된다. 자신의 지지층을 문 후보 및 민주당 지지자와 함께 묶어 ‘국민’으로 융합시키지 않고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가져가겠다는 일종의 ‘정치적 홀로서기’ 선언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안 전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해단식 뒤 회의를 열고 유민영 대변인이 ‘안 전 후보의 말은 문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는 추가 브리핑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후보의 해단식 발언을 지켜본 정치권 인사들은 그가 문 후보 선대위에 참여해 함께 유세장을 다니기보다는 정권교체와 정치쇄신의 필요성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면서 원칙적인 문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는 수준의 활동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형식은 4·11총선 때 선보인 적 있는 ‘투표 참여 메시지’나 방송 찬조 출연, 강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지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 방식은 4, 5일경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문-안 선(先)회동, 후(後)지원’ 가능성도 거론하지만 안 전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고정관념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독자적인 길을 걷기로 한 만큼 문 후보와의 회동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날 안 전 후보가 ‘국민연대’를 거론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세력 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완전히 같은 세력으로 비치는 건 안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무당파와 중도층을 놓치게 된다는 점에서 민주당에도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안 전 후보는 또 “오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정치인 안철수’로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날 국민이 열망하는 새 정치와 문 후보 지지를 통한 정권교체라는 양수겸장을 통해 향후 정치인으로서의 밑천을 쌓는 명분을 얻었다. 정치권에선 그가 대선 이후 정계개편을 구상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안 전 후보가 해단식 연설 절반 가까이를 할애해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는다”, “대립적인 정치가 반복된다면 새로운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등 기존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것 역시 안철수식 새 정치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민주당의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대한 쇄신 요구가, 문 후보가 이기면 박 후보의 정계 은퇴와 함께 또 다른 쇄신 바람이 불 수밖에 없는 만큼 안 전 후보는 이런 시점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 캠프의 핵심 측근들도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안철수표 정치’라는 한배를 탈 개연성이 높다.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해단식 직후 기자들에게 “박선숙 김성식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문 후보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안철수#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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