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영청 밝은 달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나리오가 나왔다. 새 시나리오는 이전의 ‘거대충돌설’로 설명하지 못했던 달의 성분까지 설명해주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마티자 쿡 미국 하버드대 지구행성과학과 교수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증명한 이 가설이 23일자 ‘사이언스’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그런데 올해 3월 미국 시카고대 준준 창 박사팀은 월석을 정밀 분석한 뒤 거대충돌에 의문을 제기했다. 월석의 티타늄 동위원소 비율이 지구 맨틀과 거의 같고, 지구와 달의 철 성분이 유사하며 충돌행성의 성분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에 쿡 박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구와 행성이 충돌해 합쳐진 이후 지구 일부가 달이 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원시지구가 지금과 달리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해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2∼3시간 정도라고 가정하면 지구 맨틀에서 원반형 물질이 튕겨나가 응축된 뒤 달이 될수 있다는 것.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두 행성이 부딪칠 때 충돌행성이 지구 속으로 뚫고 들어가 핵과 융합했고, 지구 껍질을 이루던 비교적 가벼운 물질이 빠른 회전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이때 원반형 물질이 응축돼 달이 형성됐다. 달이 이렇게 만들어졌다면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같고, 달 성분이 지구 맨틀과 유사하다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빠르게 돌던 원시지구가 지금의 자전 속도를 갖게 된 것은 태양 중력이 영향을 줬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구와 달의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같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둘이 한 번 정도는 하나였다고 가정해야 하는데 단순히 충돌행성의 잔해가 모여 달이 됐다는 가설은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는 거대충돌설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설명 고리”라고 말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