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1대1 수업… 올해 명문대 4명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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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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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로 운영되는 ‘남북어울림 대안학교’

남북어울림대안학교 강시란 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자원봉사 교사들, 탈북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뒷줄 오른쪽부터 자원봉사자 후지모토 다쿠미 씨, 올해 대학에 합격한 한금일 김경재 씨.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남북어울림대안학교 강시란 교장(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자원봉사 교사들, 탈북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뒷줄 오른쪽부터 자원봉사자 후지모토 다쿠미 씨, 올해 대학에 합격한 한금일 김경재 씨.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탈북 청소년들에게 교육이란 남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2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남북어울림대안학교에서 만난 강시란 교장(광명시 참좋은교회 목사·55)은 탈북자 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학교에서는 탈북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어려서 북한을 나와 학력이 없거나 남한의 중고교를 다니기 어려운 탈북 학생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일대일로 지도한다. 수업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중요 과목별로 보통 하루 1과목씩 2, 3시간 정도 진행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주로 대학생이 많지만 외국인과 탈북자까지 찾아온다. 자기가 가진 재능을 십시일반 기부하는 ‘재능기부’인 셈이다.

7년 전 한국에 온 후지모토 다쿠미(藤本匠·32) 씨는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친다. 그는 “일본에서는 말로만 듣던 탈북자들의 어려운 실상을 이곳에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는 탈북자 정영일(가명·37) 씨는 수학 선생님이지만 남한 생활에 적응해가며 대학생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멘토’ 역할을 한다.

강 교장은 “일대일 수업이라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형제 같은 관계가 형성돼 탈북 청소년들이 좀 더 빨리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개교한 지 만 2년을 넘겼지만 학생 4명이 올해 수시전형을 통해 서강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에 합격했고 고입 대입 검정고시에 총 18명이 응시해 16명이 합격했다.

여기에서 공부를 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이곳에서 남한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의 목표도 세웠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서강대와 한국외국어대에 각각 합격한 김경재(26) 한금일 씨(25)는 “대학생이 돼서도 열심히 공부해 대한민국을 위해, 더 나아가서는 통일된 조국에서 북한 주민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약 200평 규모에 독서실 교실 그리고 남녀 기숙사까지 갖춘 이 학교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집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숙식까지 제공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도 많지만 인근 학교와 경제계, 정치인 등의 도움 덕분에 운영을 계속해 왔다.

학생들의 어머니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강 교장은 “이름 그대로 탈북자뿐만 아니라 남한의 취약 계층 학생들, 그리고 다문화 청소년에게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학교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탈북 청소년#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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