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400m, 박태환이 살짝 앞서” 中기자들 신중모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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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5명 “朴, 박빙 우세”… 베팅업체는 “쑨양이 승리”

초미의 관심사이긴 한 모양이다. 런던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펼쳐질 박태환(23·한국)과 쑨양(21·중국)의 빅 매치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29일(한국 시간) 런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둘의 맞대결을 앞두고 한중 양국 팬들은 각각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박태환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와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쑨양을 제치고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땄다. 번번이 은메달에 머물렀던 쑨양은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에게 설욕할 것을 벼르고 있다. 1500m가 주 무대인 쑨양은 198cm의 큰 체격과 파워를 앞세워 한국의 수영 영웅 박태환(183cm)의 주 종목인 4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관심을 반영하듯 온라인 공간에서는 ‘박태환이 헛소리를 한다’ ‘쑨양은 건방지다’ 등 감정 섞인 양국 팬들의 글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 현장에서 만난 중국 기자들은 차분하고 신중했다. 26일 런던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중국 언론의 수영담당 기자 10명과 만나 ‘박태환-쑨양’ 대결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10명 중 5명이 박태환의 ‘박빙 우세’(51 대 49)를 점쳤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3명, ‘쑨양의 박빙 우세’(51 대 49)는 2명이었다. 최근 AP통신이 상승세인 쑨양의 우세를 점치고, 영국 베팅업체 베트365 등 대부분의 유럽 베팅업체가 쑨양의 우세를 예상한 것과는 다르다.

중국 기자들은 “대중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차이나데일리 쑨샤오천 기자는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쑨양은 도전자일 뿐이다”라며 “더구나 여기는 런던이다. 쑨양이 누릴 수 있는 홈 이점이 없다”고 말했다.

쑨양이 주 종목인 자유형 1500m를 위해 400m 결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베이징이브닝뉴스 쿵닝 기자는 “400m는 첫 경기라는 중요성이 있다. 하지만 쑨양에게 더 중요한 경기는 분명 1500m다. ‘져도 그만’이라는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쑨양의 상승세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쑨양의 기록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니즈스포츠데일리 장쉬광 기자는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도 쑨양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예선 기록을 조절해 결선 1레인을 배정받아 쑨양의 견제를 피하는 전략을 쓴 박태환에게 말렸을 뿐이다. 쑨양이 두 번 당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중국 기자들은 ‘쑨양, 박태환 물리치겠다’고 보도한 매체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지역 인터넷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였다는 것.

수영을 15년 동안 취재해온 신화통신 저우신 기자는 “쑨양은 단지 ‘자유형 400m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는데, 마치 ‘박태환을 부숴 버리겠다’고 한 것처럼 왜곡됐다. 쑨양은 박태환과 마찬가지로 예의바른 청년이다”라며 “한국 팬들이 쑨양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걷어내고 경기 자체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저우신 기자는 두 선수의 라이벌 의식이 아시아 수영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태환은 기타지마 고스케(일본), 장린, 쑨양(이상 중국) 등과 함께 아시아 수영의 선구자다. 아시아의 호랑이들이 감정싸움에 말려 유럽 미국에 금메달을 내줘선 안 될 일이다.”

[채널A 영상] 박태환 “쑨양과 대결하기 위해 올림픽 온 것 아니다”

런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태환#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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