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블리자드, 이번엔 누가 웃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6일 03시 00분


‘블레이드&소울’-‘디아블로3’로 4번째 정면승부… 온라인 게임시장 벌써 후끈


지난달 25일 오후 2시.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에 정식 출시할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소울’(블소)의 사전 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게이머 30만 명을 상대로 대규모 테스트를 시작했다. 5시간 만에 접속자가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최소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4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에는 5000명가량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이날 전 세계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게임 ‘디아블로3’의 한정판 CD를 사기 위해서다. 누리꾼들은 디아블로3 행사 때문에 교통 정체 현상까지 빚어진 왕십리를 마치 게임의 배경인 ‘헬(hell·지옥)’ 같다는 뜻으로 ‘헬십리(헬+왕십리)’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과 미국의 두 게임 회사가 내놓았거나, 내놓을 예정인 두 온라인 게임에 전 세계 팬들이 들썩거린다. 두 게임은 방식이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둘 다 게이머가 자신을 대신할 캐릭터를 선택한 뒤 게임 속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를 무찌르면서 아이템도 얻고 전투 능력을 높이는 스토리를 기본 골격으로 삼았다.

다만, 디아블로3는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게임상의 가상공간(스테이지) 종류가 한정된 반면 블소는 즐길 수 있는 스테이지의 수가 무한대에 가깝다.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스테이지를 계속 추가하기 때문이다. 쉽게 질리지 않는 게 장점이다. 그런데도 쉽사리 블소의 우세를 점칠 수 없는 이유는 디아블로3의 아이템 때문. 블리자드는 똑같은 스테이지를 반복해도 게이머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무한대에 가까운 아이템을 등장시킨다. 블리자드가 사행성 게임이라는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아이템을 실제 돈을 내고 사고팔 수 있는 ‘현금 경매장’ 기능을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금 경매장 기능은 게임물등급심의위원회의 심의에 걸려 한국에 출시된 게임에선 제외됐다.

또 블소는 하나의 공간에 최대 1만 명까지 같이 게임을 할 수 있지만 디아블로3는 4명까지 즐길 수 있다.

양사의 정면승부는 이번이 4번째다. 엔씨소프트가 1998년 리니지를 선보였을 때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로 맞대응했다. 2003년 말에는 리니지2가 나왔고, 2004년 초에는 이에 맞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출시됐다. 2008년 엔씨소프트가 아이온을 내놓자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속편인 ‘리치왕의 분노’를 공개했다. 어느 한쪽의 우열을 점치기 힘들 만큼 양사 모두 좋은 실적을 거뒀다.

이번에도 박빙의 승부다. 중국 유명 게임 사이트(17173.com)가 조사한 ‘올해의 기대작’에서 블소와 디아블로3는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차지했다. 국내 PC방 점유율도 양사가 51 대 49 혹은 41 대 59의 접전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게임업계의 한 전문가는 “양사의 경쟁이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엔씨소프트#블리자드#블레이드 소울#디아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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