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칼럼]<조벡의 할리우드 in the AD>태어날 때부터 유명했던 패셔니스타, 소피아 코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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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7일 0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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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니스타 소피아 코폴라.
패셔니스타 소피아 코폴라.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유명인사가 되기도 한다. 바로 소피아 코폴라가 그런 사람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명작인 ‘지옥의 묵시록’과 ‘대부’ 시리즈의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무남독녀 외동딸이기에 그는 태어나는 날부터 매스컴에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출생부터 그러했으니 그녀의 성장 과정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었기에 가끔씩 아버지 작품에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대부’ 시리즈의 유명한 신 중 하나, 시칠리아 성 입구의 계단에서 주인공 알 파치노를 대신해 총에 맞아 죽으며 드레스를 피로 물들였던 소녀도 바로 소피아 코폴라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 덕을 톡톡히 봤구나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그녀는 단 한 번도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대단한 연기자들을 바로 옆에서 보아왔기에, 오히려 내가 저렇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는 생각보다는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강했어요. 특히 대부의 계단 신은 정말 제가 원한 것이 아니에요. 원래 위노나 라이더가 내정되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건강악화로 급하게 제가 대신하게 된 거예요. 사람들은 내가 유명한 아버지의 덕을 보며 유명해지려 애를 쓴다고 했지만, 사실은 전혀 달라요.”

소피아 코폴라는 영화 출연에 대한 기억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비교적 달관한 듯 했다. 아버지가 그냥 감독도 아닌, 정말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거장이기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편이었다.

그는 “어차피 모든 사람을 단 한 번에 설득을 시키고 감동을 준다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한 생각이잖아요. 그저 묵묵히 내 길을 가다 보면 알게 되는 사람을 알게 될 것이고 또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를 수도 있으니 조바심내지는 않으려고요” 하고 낮은 톤으로 웃었다.

▶영화 제작자로 활약…독특한 정서 녹아있어

사실 아버지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라도 그는 너무나 훌륭한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이다. 이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작으로 오르며 각광을 받았던 ‘사랑도 통역되나요’,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 최근작인 ‘섬웨어’까지 그의 작품에는 그만의 독특한 정서가 묻어있다.

소피아 코폴라는 감독으로서 ‘사랑도 통역되나요’, ‘마리 앙투아네트’, ‘섬웨어’ 등을 제작했다.
소피아 코폴라는 감독으로서 ‘사랑도 통역되나요’, ‘마리 앙투아네트’, ‘섬웨어’ 등을 제작했다.

그만의 정서를 높이 산 패션 브랜드들이 그녀와의 협업작업을 제안하고, 몇몇 브랜드와는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디올의 향수, ‘미스 디올’의 유명한 TV광고 작업과 최근에는 스웨덴의 SPA브랜드 H&M, 이탈리아의 감도 높은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니(Marni)와의 콜래보레이션을 위한 영상작업을 마쳐서 사전 공개를 했다.

특히 H&M과 마르니를 위한 영상작업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정확하게 살리면서도, 독특한 무드로 표현해낸 한편의 잘 만들어진 패션필름이라며 벌써부터 찬사가 대단하다. 평소에 마르니의 의상을 즐겨 입었던 그이기에 이번 작업에 더욱 애정을 쏟았다는 후문도 들린다.

소피아 코폴라가 패션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그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패션의 뮤즈라는 사실은 무척이나 유명하다. 마크 제이콥스가 그녀를 위해 만들었던 백은 ‘소피아’라는 이름으로 명명돼 발매 이후 품절이 끊이지 않으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또한 그가 디자이너를 역임하고 있는 프랑스의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 ‘루이 비통’과도 백의 콜래보레이션을 단행해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소피아 백을 발매할 당시 마크 제이콥스는 “그녀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패션의 완성체”라고 말했을 정도로 소피아 코폴라의 패션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일찍부터 인정했고, 그녀를 자신의 뮤즈라고 말하는 데 있어 스스럼이 없었다.

사실 소피아 코폴라는 연기보다 패션에 훨씬 관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는 하기 싫었던 연기보다 ‘밀크페드(Milkfed)’라는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는 방향으로 젊은 시절의 경력을 쌓기도 했다.

그리고 그녀의 그러한 패션에 대한 다각도의 관심은 자신의 영화에서도 잘 묻어나 있다. ‘사랑도 통역되나요?’에서는 그녀의 일본 패션과 디자인에 관한 관심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고, ‘마리 앙뚜아네트’를 보고 있노라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중세 프랑스 패션과 관련된 콘텐츠에 대한 그녀식의 작은 오마주를 표현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소피아 코폴라의 패션에 관한 관심은 디자이너의 뮤즈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전개한 디자이너, 혹은 다른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을 전개하는 게스트 디자이너로서, 혹은 패션 브랜드의 영상 광고를 제작하는 감독으로서가 전부는 아니다.

아주 흔치 않은 경우이기는 하지만, 패션 포토그래퍼로서 활약을 하기도 한다. 그가 촬영한 패션화보나 패션광고를 보면 자신의 영화 감수성을 그대로 닮아있다.

▶가족 사업인 와인 사업을 통해 ‘와인메이커’로도 성공

소피아 코폴라의 이름을 딴 스파클링 와인  ‘소피아(Sofia)’.
소피아 코폴라의 이름을 딴 스파클링 와인 ‘소피아(Sofia)’.

이렇게 다양한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다사다난한 그녀가, 또 다른 타이틀 하나를 자신의 이름 뒤에 붙였다. 바로 ‘와인메이커’다.

아버지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캘리포니아 주의 소노마(Sonoma)에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으며 ‘디렉터스 컷’을 비롯해, ‘다이아몬드 라벨’, ‘리저브’, ‘로소&비앙코’, ‘소피아’, ‘인사이크로피디아’ 등 무려 6개의 라벨을 가진 미국 와인계의 큰 손 중의 한 명이라는 사실은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와인사업에의 진출한 것은 일전 미국 부자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던, 나파 밸리(Napa Valley) 지역에 반투자, 반과시의 목적으로 자신의 와이너리를 구매했던 것과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그의 경우 조부 때부터 내려온 가족 사업인 와인사업을 이어받아 크게 번창시킨 것으로, 사실 그의 영화감독으로서의 경력보다 와인사업의 시발이 더 먼저다.

이처럼 가족 대대로 내려온 사업이기에 딸인 소피아 코폴라 역시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갖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전통이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앞 이름인 ‘소피아(Sofia)’라는 이름의 코폴라 와이너리의 유일한 스파클링 와인을 발매했다.

또한 그녀는 코폴라 와인을 관리하는 회사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프레젠츠(Francis Ford Coppola Presents)’에 출자해 가족의 와인사업과 연계, 선조 때부터 이어진 이탈리안 특유의 감성을 블랜딩한 파스타와 파스타 소스의 사업, 그리고 와이너리와 가까운 샌프란시스코에 두 개의 식당을 운영하는 외식사업까지 벌이는 등 최근에는 사업가로서의 남다른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이 와인과 외식 사업은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그만의 다양한 패션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야 하는 또 다른 콘텍스트이다.

▶그에게 있어 영원한 관심의 대상은 ‘패션’

루이비통 광고 캠페인 중 아버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소피아 코폴라.
루이비통 광고 캠페인 중 아버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소피아 코폴라.

“아마도 패션은 저에게 있어 영원한 관심의 대상일 거예요. 그 관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언제나 저는 패션과 함께 할 것이고요.”

포토그래퍼 위르겐 텔러(Jurgen Teller)가 촬영한 마크 제이콥스의 광고 캠페인에서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묘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그. 그리고 포토그래퍼 애니 레보비츠(Annie Levovitz)가 촬영한 루이 비통의 광고 캠페인 속에서 풀밭에 누워 아버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는 분명 같은 사람이면서도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을 준다. 같으면서도 또 다른 듯하고, 낯익으면서도 낯설기도 한 바로 그것이 그가 많은 패션 크리에이터들의 뮤즈로 자리하게 된 그녀만의 매력이자 마력이 아닐까.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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