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 정치권 요동]안-박 손잡고 ‘反한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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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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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오늘 단일화 회동… 安 “한나라, 선거로 응징해야 역사발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검토해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단일화 의사를 밝히면서 정국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다.

안 원장은 5일 보도된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번 (정치권에) 들어가면 10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늦어도 이번 주 중반까지는 출마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면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을 다시 차지하면 안 된다는 점에서 야권 진영과의 (후보) 단일화는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의 흐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저를 희생할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다. (출마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게 희생인지, 그 반대로 (출마를 고려 중인) 박 변호사 같은 분에게 양보해 역할을 맡지 않는 게 희생인지, 그것이 현재의 가장 큰 고민”이라며 “이번 주 초 박 변호사와 만나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이르면 6일 직접 만나 서울시장 출마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출마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르면 안 원장이 6일 출마 여부에 대해 결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원장이 ‘반(反)한나라당’ 노선 및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밝힘에 따라 향후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형은 당초 ‘기성 정당(한나라당, 민주당) 대 신진 정치세력(안철수, 박원순)’ 구도에서 ‘한나라당 대 범야권’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단독 후보로서도 나경원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을 앞지르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은 안 원장이 범야권 단일 후보가 될 경우를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안 원장은 이날 서울대에 출근하지 않고 서울시내 모처에서 측근 인사들과 만나 출마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현 집권세력 역사의 물결 역행”… 盧風 연상되는 판갈이論 ▼

안 원장은 “(나의 정치적 성향은) 중도에 가깝다”고 밝혀 왔으나 이날 인터뷰에서는 한나라당 등 현 집권세력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재의 집권세력”이라며 “현 집권세력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떤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 만일 (서울시장 출마 등) 어떤 길을 선택한다면 가장 중요한 좌표는 이것(한나라당의 정치적 확장성 저지)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번 보선을 통해 (한나라당은)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주당도 ‘역사의 물결’의 대표가 아니다. 이번 문제의 촉발은 한나라당이 시작했지만 그 혜택을 민주당이 받을 만한 자격은 없다”며 민주당도 싸잡아 비판했다.

○ 10년 만에 제2의 노풍(盧風)?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철수 바람’을 기성 정치권에 대한 노골적 비판, 지속적 자기 혁신에 기반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10년 전 당시 기성 정치세력을 뒤흔들었던 ‘노풍’에 비유하고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아직 안 원장이 출마를 결심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평가는 곤란하지만 출마한다면 ‘노풍’과 성격이 비슷하면서도 영역을 더욱 확장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안철수 바람은 ‘청춘 콘서트’에 열광하는 20, 30대 젊은층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의사→최고경영자→교수로 변신하며 도전해온 안 원장 개인의 성취와 사회적 공헌에 대한 지지 등이 겹쳐 일종의 ‘정치적 팬덤’(fandom·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형성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안 원장은 서울대 의학박사이자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석사라는, 현 집권세력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중도보수층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정치적 스펙’을 갖추고 있어 노 전 대통령보다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95년 당시 안 원장처럼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2위를 차지했던 박찬종 전 의원은 “16년 전 내가 나설 때보다 상황이 많이 좋다. 무소속 출마의 명분과 취지를 분명히 밝히면 틀림없이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당시 여론조사에서 40%를 기록하다 실제 뚜껑을 여니까 5∼6%포인트가 빠졌다. 안 원장은 지금 50%대 지지율이 나오니까 내가 출마했을 때보다 열풍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사회적 상황이 (1995년과는) 굉장히 다르다. 조직의 힘이 지금도 강력하긴 한데 옛날에 비하면 굉장히 약하다”며 “소셜 미디어의 힘들이 굉장히 강하다는 게 달라진 환경”이라고 말했다.

○ 안철수, “나는 공적 개념을 가진 CEO”

안 원장은 자신이 ‘안철수연구소’를 10년 넘게 이끌었던 최고경영자(CEO)로서 정치인이나 교수 출신보다는 행정능력이 검증됐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어떤 분들은 정치논리로 ‘(안철수연구소라는) 중소기업만 해봤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큰 (서울시장이라는) 행정을 하느냐’고 폄하하는데 그렇게 지적하는 사람은 본인이 ‘행정능력 내지 경영능력이 없다고 고백한 것’이라고 본다”며 “나처럼 조직 관리를 해 본 사람은 그런 말 들으면 피식 웃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영하는 사람은 수심 2m나 태평양이나 똑같다. 직원이 300명이 넘어가면 대기업이 된다”며 “300명 정도를 경영하면 3만 명을 경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으며 조직 관리가 안 될 리 없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자신의 경영 성과에 대해 “난 무에서 유를 만들었고 여러 난관을 극복했다. 대학교에만 있던 분이나 정치만 하는 분보다는 (내)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이번에) 대학 와서 행정을 해봤다. 대학 행정이나 정부 행정이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 행정만 해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처럼 큰 경영을 한 사람은 (그것을)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기업 CEO가 장관이나 행정직을 맡으면 실패하는 이유는 CEO는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공적 개념을 가진 CEO여서 사회 공헌을 생각하며 수익성 있게 경영을 해왔다. 정치만 한 분, 변호사 하다가 시정을 하는 분에 비하면 실력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주장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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