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가로수길 같은 듣기 편하고 세련된 음악
●혼성그룹이라 불편한 점? 옷 갈아입을 때
●기획사 연습생 출신 - 사진과 - 밴드 코러스 등 독특한 이력
어쿠스틱 알앤비(R&B) 그룹 어반자카파(Urbanzakapa, 권순일-조현아-박용인). 사진제공 플럭서스 A&R
인디밴드라고 하면 크라잉넛이나 노브레인처럼 좁은 공연장에서 소외감에 절규하고 울부짖는 음악으로 알려지던 때가 있었다. '인디(독립성)'보다는 '비주류' 느낌이 강하던 시절 얘기다.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같은 밴드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서울 홍대 앞에 울려퍼지는 음악은 부드럽고 예쁜 멜로디가 대부분이다.
소외된 느낌이 줄어들고, 언뜻 듣기엔 역설적인 '인디음악 기획사'도 늘어났다. 독립성도, 비주류 느낌도 옅어진 셈이다.
지난 5월 중순, 정규1집 '01'을 내놓은 어쿠스틱 알앤비(R&B) 그룹 '어반자카파'(Urbanzakapa, 권순일-조현아-박용인)는 "인디음악이라 부르지 말아 달라"고 했다.
멤버들은 "쇼 케이스만 홍대에서 했을 뿐, 홍대에서 공연해본 적도 거의 없다"면서, "대중음악 싱어송라이터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어반자파카 멤버 권순일은 4년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으로 지내다 그만두고 나왔다. 사진제공 플럭서스 A&R "보다 많은 분들이 편하게 듣고, 좋아하실 음악을 하는 게 목표예요. 원래 성향은 정통 소울에 가깝거든요. 지금은 팝 알앤비 느낌이잖아요."
어반자카파의 음악은 홍대 앞이나 여의도보다는 압구정 가로수 길을 닮았다. 이들은 이미 미니앨범 타이틀곡 '커피를 마시고'로 커피전문점들을 석권한 바 있다.
이번 정규1집의 타이틀 '그날의 우리'는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별다른 활동 없이 음악의 매력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입소문이라는 게 참 무섭더군요. 보통 커피 마시러 가서, 혹은 남의 블로그에 배경음악으로 깔린 걸 들으셨다고들 해요. 다른 분이 블로그에 올린 게 포털 메인에 뜨기도 하고…. 미니앨범 때는 우리가 포스터도 붙이고 홍보자료도 쓸 만큼 힘들었죠. 활동도 안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어디 왔는데 너희 노래 나와' 이렇게 말하면 신기하죠."
‘봄여름가을겨울’의 코러스로 일했던 조현아. 플럭서스 A&R 어반자카파라는 이름에서 어반(Urban)은 도시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자카파(zakapa)는 '눈에 띄는, 변화무쌍한, 열정적인'이라는 단어에서 앞에 2글자씩을 땄다고 한다.
권순일은 4년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으로 지내다 그만두고 나왔다. 집안의 반대에도 '결국 나는 음악뿐이다'라는 생각에 가출을 불사한 끝에 다시 음악의 길로 돌아왔다. 여기에 계원예대 사진과를 다닌 경험으로 이번 앨범 재킷 촬영까지 도맡은 박용인, '봄여름가을겨울'의 코러스로 일했던 조현아의 3가지 목소리가 조화되는 것이 어반자카파의 강점이다.
"각자 쓴 곡에 대해서는 절대 간섭하지 않죠.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저는 작곡할 때 멜로디부터 쓰는 편이고, 현아 씨는 가사부터 써요. 용인 씨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먼저 잡는 편이죠. 서로 예민한 부분이잖아요." (권순일)
"작곡자도, 보컬도, 프로듀서도 3명이잖아요? 저희는 보컬에도, 프로듀서에도 다들 욕심이 있거든요. 회사도 저희에게 프로듀싱을 맡겨주는 곳을 택했어요. 그러다보니 느낌이 각기 달라서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조현아)
"저와 순일이는 고교동창, 현아는 고1 때 음악 학원에서 만났고…. 알고 지낸지 워낙 오래되다보니까 마음이 잘 맞아요. 옷 갈아입을 때는 좀 불편하지만." (박용인)
서울예대 사진과를 다닌 경험으로 이번 앨범 재킷 촬영까지 도맡은 박용인. 플럭서스 A&R 이들이 정규1집에 실은 곡수는 총 15개. 보통 다른 가수들의 정규앨범에 8곡에서 12, 13곡 정도가 실리는 것을 보면 어반자파카의 곡수는 많은 편이다.
이에 대해 멤버들은 "'괜히 샀다, 그냥 엠피쓰리로 들을 걸' 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공들였다"라고 답했다. 최대한 많은 걸 들려주겠다는 욕심이다. 조현아는 "1번부터 15번까지 죽 한번에 들어 달라"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음악은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정말 삶 자체를 반영하거든요. 윤종신, 이소라 선배님 음악 들어보면, '이건 경험해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이야기구나!'라고 느끼게 돼요. 저희도 그런 진솔함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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