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송준근 신보라 “우리 연기, 알파치노 문소리 뺨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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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5일 14시 47분


코멘트

● 삼겹살집에서 하루 만에 짠 코너, 제작진도 한 번에 오케이!
● 개그적 상황 NO! 공감으로 웃음 유발
● 공중전화 잡고 울고불고… 소재 떨어지면 우리 경험이라도 동원할 것

"너 연기 좀 하더라."(송준근)
"웃다가도 선배님 눈빛 보면 몰입이 확 되잖아요."(신보라)
"선배님 보면 알 파치노가 생각나요. 보라는 영화 '오아시스'의 문소리 씨를 떠올리게 하고요."(김기리)

개그맨들이 모였는데 연기 이야기만 한다. 오죽하면 동료들도 배우라고 부른다. KBS2 '개그콘서트'의 '생활의 발견' 팀 이야기다.

'생활의 발견'은 연인들의 '진짜' 이별을 보여주는 코너. 실제 연인들은 드라마처럼 슬프고 아름답게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삼겹살집에 마주앉아 "우리 안 맞는 것 같아. 헤어지자" 하다가도 종업원이 다가오면 "삼겹살 2인분 주세요" 주문하고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화내다가도 다시 종업원이 다가오면 "아직 고기 뒤집지 마세요"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설정이다.

이들 말마따나 "생활 밀착형 공감 개그"인 이 코너는 지난달 17일 첫 방송을 타자마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 일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진지하기도 하고 소소한 재미로 채우는 코너라 걱정했는데 첫 회부터 반응이 좋아 놀랐다"는 송준근 신보라 김기리를 만났다.

▶ 아이디어 제공부터 캐스팅까지, '김병만 선배님 감사합니다'

-팀이 어떻게 꾸려졌나요?

"김병만 선배님이 코너 콘셉트를 설명해 주시면서 '너 진지한 연기 잘 할 수 있지 않냐. 같이 회의해보자'고 하셨어요."(신보라)
"'준교수' 캐릭터를 오래 해먹었던터라 변신이 필요했어요. 김병만 선배님이 소속사 사장님이시기도 하다보니 저를 챙겨주신 거죠."(송준근)
"김병만 선배님이 '진지한 연기 잘 하는 남자 붙여줄게' 하셨는데 알고보니 송준근 선배님이셨어요."(신보라)

이별을 앞둔 '남녀 주인공'은 김병만이 '캐스팅'했다. 마지막으로 삼겹살 감자탕 집에서는 종업원, 때로는 자장면 배달부가 되기도 하는 '1인 다역' 김기리는 '길거리 캐스팅'됐다.

"사실 저는 제작진에게 아이디어 검사받는 날 팀에 합류했어요. 출연하던 배역이 없어져서 방송국에 출근하지 않아도 됐는데 그래도 나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다가 코너에 들어가게 됐죠."(김기리)




-아이디어도 김병만 씨가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김병만 선배님이 주셨고 삼겹실집에서 보라와 저, '달인(김병만 노유진 류담)' 팀이 같이 모여 회식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어요. 리허설 겸 회의였죠."(송준근)

-그 자리에서 첫 회가 나온 것인가요?

"그렇죠. 회의하고 다음날 제작진에게 검사 받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신났죠. 사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작가님이 새 코너 짜야할 때 아니냐고 하셨고 잘 안나온다고 했었거든요. 한 번에 오케이 받고 그 주에 방송에 투입됐어요."(송준근)

일주일 사이에 팀이 꾸려졌고 방송을 탄 초고속이다. 코너를 준비하고, 제작진이 오케이 할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뒤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인데 흔치 않은 일이다.

"대박 코너는 원래 단시간에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하하"(김기리)

-남녀가 헤어지는 설정이에요. 장소만 달라지고요. 소재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고민이 많아요. 우선은 먹는 걸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식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배달도 시켜보고 찜질방에도 가볼까 해요."(김기리)
"진지한 상황은 유지하면서 장소의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송준근)

-삼겹살 자장면 감자탕 집에서 헤어지는 에피소드가 방송됐어요.

"누구나 한 번 쯤은 가봤을 법한 장소를 택해요. 재미있는 요소가 많이 나와야 하고요. 햄버거집에서 헤어지면 햄버거 주문해서 먹고 콜라 마시고. 이게 끝이잖아요? 그러면 소재로 쓸 수 없죠."(김기리)
"공감대 코너에요. 한 번 쯤은 해보고 한 번 쯤은 이야기해봤을 법한 것만 골라요. 대사 쓸 때도 '이런 이야기 하나?' 꼭 물어보죠. 아무리 재미있어도 안 할 것 같으면 빼요. 개그적 상황이 아니라 공감을 만들어 가야 웃길 수 있어요."(송준근)

회의도 직접 먹으며 한다. 신보라와 김기리는 "덕분에 여의도 맛집은 모두 다니고 있다"고 자랑했다. 계산은 선배 송준근의 몫.

"자장면 아이디어 때도 탕수육은 시키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시키겠다고 하더군요. 후배들이 CF 찍기 전까지는 제가 다 사야할 것 같아요. 휴…."(송준근)

-개인적인 경험도 방송에 나올 수 있겠네요.

"언젠가는 써먹어야죠. 저는 군복무 중에 이별 통보를 받은 적이 있어요. 슈퍼 앞에서 동전 이~만큼 바꿔서 여자친구한테 전화했는데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뒤에 사람들은 쭉 서있는데 공중전화잡고 울고불고…."(송준근)
"문자메시지로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맞춤법이 틀린 거예요. '오빠 때문에 ¤¤해. 헤어지자'고 왔는데 저도 모르게 '¤¤이 아니라 답답이야'라고 답을 보냈죠. 제가 왜 그랬을까요."(김기리)




▶ 몸개그 분장 모두 포기, 대사와 연기로만 승부하는 코너

-코너명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과 같아요.

"그들이 사는 세상, 우리들의 서글픈 시간,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깊은 떨림, 그냥 손을 놓으면 그만인 것을, 슬퍼지려 하기 전에 등 후보로 생각한 제목만 20개 정도에요. 그런데 다 탈락되고 감독님이 '생활의 발견'으로…. 하하"(일동)

-배경음악은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죠.

"배경음악은 슬퍼야겠다 생각했는데 바로 '냉정과 열정 사이'가 떠올랐어요."(신보라)
"음악 틀고 할 때와 안 틀고 할 때 느낌이 정말 달라요. 연습할 때도 음악 틀고 해요."(김기리)

-녹화하다 웃음 터지면 큰일 나겠네요.

"회의하고 대본 만들고 연습하면서 다 웃어놓고 무대에 올라가니 괜찮아요."(송준근)
"연습을 정말 많이 해요. 개인적으로는 많이 해봐야 내 것이 되는 편인데 선배님이 굉장히 많이 맞춰주셔서 정말 좋아요."(신보라)

-만약 NG가 나면?

"우리 코너는 NG가 나면 절대 안 되요. 배경음악이 있어서 편집도 할 수 없어요. 만약 실수가 있어도 모르게 잘 넘겨야하죠."(송준근)

-송준근 씨는 '준교수' 같이 캐릭터로 웃기는 개그를 많이 하셨는데, '생활의 발견'은 어떤가요?

"'생활의 발견'이 더 힘들어요. '준교수'만 해도 과장된 몸짓, 분장 등 비주얼적으로 웃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포기하고 대사와 연기로만 웃겨야하니 어려워요. 미묘한 차이인데 조금만 오버해서 대사를 하면 웃지 않거든요."

신보라가 "웃겨야지 마음먹고 대사하면 아무도 웃지 않는다. 정말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듯 할 때 웃는다"고 거들었다.




-신보라 씨는 데뷔 후 처음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서도 화제입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어요. 그동안은 잠깐 혼자 나와서 제가 준비한 것 보여주고 들어가는 역이었어요. 선배님들과 호흡 맞추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코너를 끌어가는 게 정말 해보고 싶었어요. 또 노래가 제 장기이기도 하지만 한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코너 통해서 노래가 아닌 개그우먼으로 다른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김기리 씨는 종업원 역이라 챙겨야 할 소품이 많을 것 같아요.

"기리가 소품을 정말 디테일하게 챙겨요. 자장면 배달부 할 때도 잘 보이지도 않는데 배달부들은 흰색 이어폰을 한 쪽만 끼더라며 이어폰 준비하고, 그릇 치우러 올 때는 파란 수거함 꼭 들고 온다며 수거함도 챙겼어요."(송준근)
"저랑 송준근 선배님은 대사와 상황으로 공감을 얻는다면 김기리는 소품에서 최대한 디테일함을 살리려고 하죠."(신보라)
"사실 코너를 처음부터 같이 짠 게 아니라 불편한 마음이 있었어요. 그랬는데 팀에 합류한 날 저녁에 송준근 선배님이 '같이 하게 돼서 정말 행복하다'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그 문자 감동해서 저장해 놨어요."(김기리)

'개그콘서트'의 최장수 코너는 '달인'이다. 첫 방송부터 대박을 낸 '생활의 발견'은 '달인'의 기록을 넘을 수 있을까.

"오래 사랑받으면 좋겠죠. 그렇지만 언제까지 가야지보다 한 주 한 주에 집중하다보면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녹화 끝나면 바로 아이디어 회의하고 연습하느라 일주일에 6일은 모여요. 시청자들 눈물 쏙 웃음 빵 터질 때까지 더 노력하겠습니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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