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통일부, 군사실무회담 보안조사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협상대표 자질 스스로 깎아내려… 北에 회담 끌려다닐 것”

지난달 초 남북 군사실무회담에 참석한 남측 대표단과 관련 직원들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대적인 보안조사에 대해 국방부와 통일부 관계자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보안조사가 회담 결렬의 요인으로 남측의 ‘언론 플레이’를 지목한 북한의 주장을 일면 수용하는 인상을 준 데다 남측 회담 대표단의 자질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1일 “폐쇄회로(CC)TV로 회담을 지켜본 직원들은 물론이고 수석대표 등 회담 대표들까지 보안 누설 혐의로 조사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북측이 향후 대남 협상에서 이번 사태를 분명히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남북 군사회담에 참석했던 인사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예비역 인사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회담 수석대표를 보안 누설 혐의로 조사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북한으로선 향후 대남 협상에서 남남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호재를 낚은 셈”이라고 우려했다. 군 관계자는 “회담 경험이나 노하우가 한 수 위인 북측 대표단을 상대해야 하는 남측 대표단은 이번 사태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일부 관계자들도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 진행되는 대대적인 보안조사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 당국자는 “회담 결렬의 근본 원인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보안조사는 언론 공개로 인해 회담이 결렬됐다는 북측 주장을 두둔하는 엉뚱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회담 관계자는 “남북 간 회담에서 언론에 나오는 것은 참고사항일 뿐이지 회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이번 회담 결렬 과정을 나름대로 되짚어 봤지만 회담 결렬이 언론 공개 또는 회담 대표단의 잘못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보안조사가 군사실무회담의 결렬 원인을 남측 회담 대표단의 자질 문제로 보는 외교안보 정책라인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정부의 군사실무회담 결렬에 대한 사후 평가에서 우리 대표단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다양한 지적들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서는 “최소한 다음에 만날 날짜는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한 고위 관계자는 “군인들은 너무 쉽게 흥분해서 탈이다. 물론 북측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참기 어렵겠지만, 저쪽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 통일부가 남북 회담 대표의 전문성 강화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통일부는 이 프로그램이 회담 결렬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정부 안팎에선 남측 대표단의 자질 강화는 물론이고 앞으로 남북 대화에 적극 대처하면서 결실을 내겠다는 상부의 의지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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