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도화선은 가난 아닌 순교자”

  • 동아일보

BBC ‘지난 30년간 민중항쟁 분석’ 보도
“이란-체코-튀니지 등 모두 순교자가 촉발”

튀니지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던 무함마드 부아지지(26)의 분신자살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철권통치까지 무너뜨렸다. 해외 주요 언론은 부아지지가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튀니지발 재스민 혁명이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해 왔다.

그러나 터키 빌켄트대 마크 알몬드 교수는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에 “러시아의 레온 트로츠키에 따르면 혁명은 가난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다. 가난이 혁명의 원인이라면 세계에서는 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며 “지난 30년 동안 민중 혁명 대부분은 한 개인의 잔혹한 죽음에서 촉발된 일이 많았다”고 했다. 1979년 이란 혁명부터 이번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혁명에는 늘 순교자 또는 준(準)순교자가 있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1989년 체코 ‘벨벳혁명’ 때도 학생 두 명이 비밀경찰에게 맞아 죽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작됐다. 또 수하르토 정권을 무너뜨린 19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 역시 군이 학생 4명에게 발포한 게 도화선이었다.

한국의 1987년 민주항쟁이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 씨 등 꽃 같은 젊은이들의 희생을 거름 삼아 이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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