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커버스토리]하지원 “아픈 것도 참으면 조절 되더라”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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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7일 14시 23분


코멘트
●와이어 무술 복싱 줄넘기… 데뷔 후 익힌 액션 모두 써먹어
●재미 기대했던 라임의 삶, 회가 갈수록 가슴 아파져
●"길라임, 평생 '어메이징한 여자'로 남아줘"


드라마가 끝나면 한바탕 앓는다는 하지원. 그는 16일 '시크릿 가든'은 종영했지만 인터뷰 등 스케줄이 남아있어 "아직 참고 있다"며 웃었다. 사진=이훈구기자 ufo@donga.com
드라마가 끝나면 한바탕 앓는다는 하지원. 그는 16일 '시크릿 가든'은 종영했지만 인터뷰 등 스케줄이 남아있어 "아직 참고 있다"며 웃었다. 사진=이훈구기자 ufo@donga.com
배우 하지원(33)은 종종 축구선수와 비교된다.

그와 호흡을 맞춘 남자 배우는 축구의 스트라이커처럼 어김없이 '대박 골'을 터뜨리며 '톱스타'로 발돋움한다. 하지원은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최고의 골 도우미인 셈이요, 데뷔 후 쉼 없이 활동하는 모습은 필드 위에서 줄기차게 뛰어다니는 박지성 선수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16일 종영한 SBS '시크릿 가든'에서 그는 또 한 번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드라마 최종회 시청률은 35.2%(AGB닐슨미디어 기준)를 기록했고 현빈(김주원 역)은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월세 30만 원 짜리 집에 사는 스턴트우먼 길라임 역을 맡아 재벌 3세 김주원과 가슴 절절한 사랑을 나눈 그를 만났다.

▶"작품 기간에는 아파도 안 아파 보이고 싶다"

-아프다고 들었어요.

"약간 으슬으슬한 정도에요. 원래 드라마가 끝나면 완전히 퍼져서 아파야 하는데 스케줄이 남아 있어서 참고 있어요. 아픈 것도 참으면 조절이 돼요. 촬영 중에는 피부과도 못 가니 여드름이 나면 큰일나죠. 여드름 나지 말라고 주문을 외우는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정말 안 나요. 드라마 끝나자마자 오른쪽 이마에 '왕' 여드름이 나더라고요."

-드라마 촬영 중에는 아프지 않았나요?

"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영양제를 맞았어요. 초반부터 액션 신 찍으며 3일 밤을 새느라 맞기 시작했어요. 후반부에는 그럴 시간도 없어서 약으로 버텼고요. 잠도 부족하고 체력도 떨어지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졌거든요. 그래서 약이라도 먹었죠."

드라마 막바지에는 현빈(김주원 역)도 '링거 투혼'했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빡빡한 일정이었다. 해병대에 합격한 '대한민국 상위 1% 체력' 남자도 링거로 버티는데 여주인공이 아프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이 의아하던 참이었다. '영양제 투혼'이 알려지는 것이 싫었냐고 묻자 그는 부끄러워하며 답했다.

"저는 이상하게 드라마에 피곤한 모습이 보이거나 아픈 게 자존심 상해요. 아파도 안 아파 보이고 싶은 게 있어요."

-'시크릿 가든'에서는 두 명의 삶을 살아봤어요. 소감은?

"작품을 하다보면 캐릭터와 한 몸이 되어가는 순간이 있어요. 그러면서 편해지고 그 힘으로 끝까지 가는데 '시가'에서는 주원이가 됐다가 라임이가 됐다 왔다 갔다 하니 끊임없이 계속 연구해야 해 힘들었죠."

-팬들은 김주원으로 바뀐 길라임을 길주원이라고 불렀어요. 길주원과 길라임, 어느 쪽이 편했나요.

"마음 편한 건 길주원이죠. 라임이는 분홍 엄마가 뭐라고 하고 가슴앓이도 많이 하잖아요. 길주원은 좀 싸가지 없어도 되고 막말해도 되니 좀 더 편했던 것 같아요."

-김은숙 작가는 김수현 작가처럼 대본에 충실하길 원한다고 들었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인데, 같이 작업해보니 어땠나요.

"저는 원래 대본에 충실한 편이에요. 애드리브는 허락됐을 때만 하죠."

20회 주원과 눈싸움하는 장면과 윗몸일으키기 하는 장면은 애드리브였다고. "딱 서. 거기 안 서?" 대사들도 애드리브였다.

▶"'길라임은 하지원 전용 스턴트우먼? 혼란스러워"

-길라임은 NG가 나면 90도로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했죠. 원래 지원 씨도 NG내면 사과부터 한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죄송할 땐 '죄송합니다' 감사할 땐 '감사합니다' 많이 표현하는 편이에요.

이 외에도 길라임과 하지원의 공통점은 많았다.

"카푸치노 액션 판타지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에요. 예쁘다보다 멋있다는 말을 좋아하는 것도 같고요. 작가 선생님이 저에 대해 정말 많이 알고 계셨어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작가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제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빠져 있다고 말했었는데 드라마에도 나왔고요. 아파트 2,3층 높이의 백화점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대본 지시문이 '독수리 한 마리가 낙하하듯'이었어요. 제가 독수리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드라마 '다모'를 재연하기도 했고 곧 개봉할 영화 '7광구'가 나오기도 했죠.

"제가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드렸던 액션은 에어로빅 빼고 다 넣으신 것 같아요. 복싱 줄넘기 와이어 무술 등을 다 넣으셨어요. 그런 장면을 찍다보면 '1번가의 기적' '다모' 찍을 때 기억이 쓱 쓱 지나가서 '길라임 얘는 하지원 전용 스턴트우먼인가'라는 혼란이 생길 정도였어요. 하하"

-전 작들에서 익힌 액션을 모두 재활용했네요. 새롭게 배운 것은 없었나요?

"근육을 만들었어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를 찍으며 근육을 다 뺐었거든요. '시가'에서는 스턴트우먼이고 언제나 익사이팅해 보여야 하는 역이니까요. 그래서 몸무게도 3kg 늘었어요."

-그러고보니 라임이는 영어를 못 하지만 하지원 씨는 영어를 잘해요.

"맞아요. 사실 임 감독님(이필립) 없이도 의사소통 가능해요. 하하"

배우 하지원은 '황진이'를 찍을 무렵 개인 교사를 붙여 영어 수업을 받았다.

"외국 친구들 사귀고 싶어서 배웠었는데 선생님이 드라마 촬영장으로 며칠 오시더니 도망가셨어요. 하하. 워낙 빡빡하게 찍으니 할 수 없는 상황을 아셨던 거죠."

▶ "18회, 가슴 아팠지만 기억에 남아"

-일명 '하지원 흥행공식'이라고 하죠. 지원 씨가 가난하게 나오거나 액션을 하면 성공한다는 건데요. '시가'는 두 가지를 모두 갖췄으니 성공할 수밖에 없었네요.

"판타지 드라마가 성공한 적이 없다보니 주변에서는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10대들은 좋아하겠지만 어른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제가 판타지를 좋아하거든요. 진정성 있게 연기하면 많은 여성들이 같이 판타지에 빠지지 않을까 믿었어요. 많은 여성들을 라임이에 빙의시켜서 설레게 만들고 싶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아 기뻐요. 판타지 장르가 통한 것도 기쁘고요."

-동시에 많은 여성들을 아프게 했죠.

"하하. 제가 드라마를 봐도 가슴 아프긴 했어요."

-배우들마다 슬픈 신에서 감정 잡는 법이 있다고 하던데요.

"전 그냥 100% 그 상황에 들어가요. 감정을 미리 외우거나 예상하지 않고 그냥 부딪히죠. 상대 배우와 호흡이 잘 맞으면 더 잘 빠져들고요."

-그런 면에서 현빈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좋았어요."

-상대역하고 007 놀이, 술래잡기 등 '유치한 놀이'하는 걸 좋아한다던데, 현빈 씨와는?

"배드민턴도 치고 좀 놀고 싶었는데 아무 것도 못했어요. 영화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술래잡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내기도 하는데 드라마는 짬이 안나요. 같이 못해서 아쉬웠죠. 만약 다시 만난다면 술래잡기하고 싶네요."

-결말에 대한 추측이 많았어요. 김 작가가 해피엔딩이라고 밝혔는데도 새드엔딩을 추측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어요. 특히 '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 등 지원 씨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남자 주인공들이 죽거나 험한 꼴을 당했다는 공통점까지 기사화됐죠.

"저도 그 기사 봤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어요. 제가 일부로 그런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네요. 하하. 엔딩은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많았어요. 감독님께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시고, 소문은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맞춘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주원이와 라임이가 정말 사랑하니 해피엔딩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는 "'배우 하지원'에게도 해피엔딩이 좋다"고 했다. 새드엔딩으로 끝나면 몸이 더 많이 아프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싫어진다는 것.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힘들면 그런 것들을 제 몸으로 다 받는 편이에요. '시가'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지금 웃을 수 있지 새드엔딩이었으면 웃지도 못했을 거예요."

라임과 주원은 결혼해서 세 명의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면서 20회가 끝났다. 그러나 하지원의 마음 속 최종회는 따로 있을 것 같기도 했다.

"18회가 끝났을 때 나머지 2회는 무슨 얘기로 채워질까 많이 궁금했었어요. 슬프긴 했는데 18회를 많이 기억해 주시는 것 같고 저도 그렇습니다."

18회에서 주원은 영화 촬영장에서 사고를 당해 의식 불명에 빠진 라임을 살리기 위해 몸을 바꾼다. 두 사람은 꿈속에서 다시 만나 라임의 아버지가 준 꽃술을 마시고 제 몸을 찾고 라임도 의식을 회복한다. 하지만 주원은 화재 사고를 당한 21살 이후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 라임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주원의 기억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②편 하지원 “박지성 닮은꼴? 사실 내 목표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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