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엔 '차려진 밥상'서, 이제는 직접 밥상 차려야 ● "동방신기 갈등과 멤버 간 일체감은 별개"
JYJ멤버, 준수 재중 유천은 "예전에는 남이 차려준 밥상에서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지금은 우리가 어떻게 직접 밥상을 맛있게 차리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사진=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한 때 아시아의 정상에 있었다. 한류 열풍의 중심이었던 '동방신기'에서 나와 'JYJ'란 새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재중 유천 준수. 이들은 아직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문제 등으로 법적 분쟁 중이지만 첫 미니 앨범 '더 비기닝(The Beginning)'을 낸 이후의 행보는 아직까지 성공적이다. 방콕 홍콩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 10개 도시에서 쇼케이스를 무사히 마쳤고 10월 30일에는 빌보드지의 표지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11월 27일과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콘서트를 마치고 달콤한 휴가를 다녀온 JYJ를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이날 그간 밀린 일정들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JYJ는 사진 촬영까지 포함, 인터뷰 시간을 30분밖에 내주지 못한다고 했다.
타이트한 인터뷰에 조바심을 내는 기자와는 달리 이들은 싱글벙글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지난 일주일간 강원도 횡성과 부산, 대전 등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뷰 하루 전날, 재중은 트위터에 '지하철 타봤다^^ 6년 만에'란 글을 올리며 선글라스를 쓰고 지하철에 탄 사진을 올렸다. 또 집안에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트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준수도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의 사진을 올렸다. 트위터로 실시간 사진을 올리고 지인들은 물론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요즘 JYJ의 낙이다.
"트위터를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가 좀 웃겨요. 누가 절 사칭하면서 트위터를 하고 있어서 그럴 바에야 제가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유천)
'사칭'사건을 겪기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10월부터 앞 다퉈 트위터를 시작하게 됐다.
"곧바로 우리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좋고요, 멤버들끼리도 트위터 상에서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재밌어요."(준수)
법정 분쟁으로 인한 긴 갈등, 그리고 이어졌던 무거운 침묵…. 이들도 팬들과의 직접 소통에 갈증을 느꼈던 걸까.
새롭게 JYJ를 결성하고 ‘제2의 도약’에 나선 준수 재중 유천. 이들은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음반 제목을 '더 비기닝'으로 정했다. 사진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직접 곡 작업에 관여할 수 있어 애착 커"
이번 앨범은 해외 진출을 겨냥해 전 곡을 영어로 불렀다.
"워낙 오랜만에 나오는 음악이라…다른 나라에 있는 팬들에게도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영어로 불렀어요. 그렇지만 한국 팬들을 생각해 쇼케이스와 콘서트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열었고요."(준수)
카니예 웨스트, 로드니 저킨스 등 미국 유명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이 월드와이드 음반에는 재중의 자작곡 '스틸 인 러브(Still in Love)'와 유천이 작곡한 '아이 러브 유(I Love You)' 등 멤버들이 직접 작업한 곡들이 포함됐다.
"예전에는 남이 차려준 밥상에서 우리가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지금은 우리가 어떻게 직접 밥상을 맛있게 차리느냐가 중요해졌죠. 실력 있는 다른 분들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우리끼리 머리를 맞대고 작업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당연히 실수도 있고…. 그래서 더 어렵기도 했어요."(재중)
"그렇게 나온 곡들이라 더 제 노래 같아요. 곡 안에 포함된 여러 멜로디 하나하나에 우리 생각이 담겨있으니까 애착이 더 커요."(준수)
최근 팬층이 늘지 않았냐고 묻자 "그건 유천이 '성스(성균관 스캔들)' 덕분"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멤버들이 웃으며 바라보자 유천도 민망한 듯 코끝을 만졌다. 유천은 KBS2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해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고 재중은 올 4월 일본드라마 '솔직하지 못해서'에 출연했다. 준수는 내년 2월, 뮤지컬 '천국의 눈물'에 출연할 예정이다.
가수라는 본업 외에도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이들은 "모든 활동에 문을 열어 놨다. 우리가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JYJ 멤버들은 자발적으로 트위터도 하고, 본업인 가수 이외 활동들도 열심히 하며 대중과 만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동방신기… 해결책 찾을 것"
이들에게 SM 엔터테인먼트와의 법적 분쟁은 늘 마음 한구석을 묵직하게 하는 문제다. 그러나 준수는 "너무 훗날의 일까지 생각하기엔 지금 일도 벅차기 때문에 그냥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저희 지금 열심히 살고 있어요." 재중이 말했다.
"지금은 모든 게 다 처음이라 열심히 해야 해요. 유천이가 연기를 하는 것도, 준수가 드라마를 하는 것도 다 처음이고 새로운 일이예요. 그렇기에 지금 당장은 법적인 부분까지 생각하기엔 마음이 벅차요."
그러나 동방신기 두 멤버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여전히 컸다.
"연락이 닿질 않았어요. 이렇게 못 만난 채 시간이 가다보면 불편함이 커질 텐데…"(재중)
"겉으로 보면 우린 법적으로 갈등하는 형국이지만 멤버들끼리의 일체감은 다른 얘기예요. 동방신기를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준수)
"직접 만나서 대화하게 된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풀릴 문제들인데, 만나지 못해 갈등이 생기는 것 같아요."(유천)
JYJ는 동방신기가 활동을 재개한 데 대해 "고마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동방신기 이름이 사라지지 않게 활동해줘서 고맙고, 아직 자신들은 JYJ로 활동하고 있어 아쉽다는 것. 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동방신기 활동 시절, 이들은 한류의 주역이었다. 올해 걸그룹을 중심으로 한 '신한류 열풍'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한류 붐을 잘 이어나가는 걸 보면 기분이 좋죠.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고…. 그런데 한편으론 부럽기도 해요. 하하."(준수)
"요즘은 장애물이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3년 정도 공중파 방송에 못 나가고 지방을 돌면서 동방신기를 알리는 데 주력했는데…. 그 때만 해도 한국인이고 남자그룹이라는 이유로 공중파에 못 나갔어요."(재중)
'재기'에 주력한 한해가 저무는 이 시점, 이들이 내년에 거는 기대와 각오는 남달랐다.
"올해는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전화위복이 됐던 것 같아요. 아직은 사랑받을 기회가 있구나 하는 마음도 들고…늘 웃음을 잃지 않게 곁에 있어준 멤버들이 고맙고, 내년에도 지금처럼 잘 하고 싶어요."
강은지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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