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해상 사격훈련이 이르면 20일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19일 연평도에는 주민 100명과 취재진 72명에 대한 대피작전 점검이 분주하게 이뤄졌다. 신속한 대피를 위해 군은 취재진 등 외부인 명단을, 면사무소는 섬에 남아 있는 주민 명단을 각각 확보한 상태. 군은 사격훈련이 이뤄지는 당일 모든 민간인의 대피소 피신을 확인한 다음 사격훈련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 북 도발 없어도 최대 24시간 이상 대피해야
‘연평도 민간인 대피작전’은 사격훈련 3시간 전 면사무소 방송장비를 통해 사이렌을 울리고 “사격훈련이 임박했으니 가까운 대피소로 대피하라”는 방송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민들은 대부분 집 근처 ‘권장 대피소’로 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대연평 12곳, 소연평 1곳의 대피소에 각각 군인 2명씩을 배치해 주민들의 대피를 돕고, 매시간 대피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예정된 사격훈련 개시 1시간 전까지 대피하지 않은 주민이나 기자가 있을 경우 면사무소나 군부대에서 이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가까운 대피소로 대피할 것을 종용할 예정이다. 이 통화 내용은 모두 녹음된다. “대피 권유를 끝까지 듣지 않은 민간인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민간인이 전원 대피하면 예정대로 해상 사격훈련이 실시된다. 군은 사격훈련의 세부사항은 밝히지 않았으나 실사격은 1시간가량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피소로 피신한 주민들은 사격훈련이 끝나도 곧바로 대피소에서 나올 수 없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의 특이동향을 파악하고 각종 안전요소에 대한 점검이 끝날 때까지는 대피작전을 종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사격훈련 때 북한의 직접적인 도발이 없더라도 최소 3시간에서 최장 24시간 이상 대피소에 머물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주민들 “두렵지만 무사히 끝나길”
우리 군의 사격훈련은 20일 오전 실시될 것으로 보이고, 북한군도 보복 타격을 공언하면서 연평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19일 오후 2시 여객선을 타고 인천으로 떠나기도 했다. 주민 이춘녀 씨(83·여)는 “또다시 지난번(북한군의 포격 도발) 같은 무서운 일을 겪고 싶지 않다”며 “사격훈련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연평교회 송중섭 목사(44)도 이날 부인과 7세, 3세인 두 아들을 여객선에 태워 보냈다. 그는 “지난달 23일 북한군의 포격 도발 당시 충격을 받은 아들이 사격훈련이 시작된다는 뉴스를 보고 많이 겁을 내 며칠간 육지로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섬에 남은 주민은 100명으로 하루 전보다 3명 늘었다. 인천 찜질방 생활을 견디지 못한 노인들이 주로 섬으로 돌아왔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소방본부 앰뷸런스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간 송납재 씨(83·여)는 “우리 집이 여기 있는데 어디 가서 살겠느냐”며 “사격훈련 때문에 무섭긴 하지만 이제 인천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기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에 남은 주민들은 사격훈련이 무사히 끝나고, 동네 주민들도 다시 돌아와 예전의 섬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민 김정희 씨(45)는 “섬 복구 작업을 서둘러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기옥 씨(50·여)는 “사격훈련을 반드시 실시해 우리 군이 연평도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에 알려줘야 한다”며 “힘이 있어야 평화도 지켜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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