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공소장 공개 파장]새로 드러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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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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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회, 2008년부터 의원들 접촉… 개정안 발의~통과 전과정에 영향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가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건네준 수법과 로비 정황이 공소장과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누구에게 받은 돈인 줄 몰랐다”는 그동안의 의원들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발의되기 전에 후원금을 받고, 개정안 발의를 사전에 약속하는 등 새로운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후원금이 개정안 발의와 통과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건네진 정황이 수사 결과 입증되면 해당 의원들은 정치자금법 위반은 물론이고 뇌물죄 적용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일부 의원, 개정안 발의 전 후원금 받아

구속 기소된 최윤식 청목회장 등 3명에 대한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의 공소장에 따르면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과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개정안이 발의되기 전인 지난해 2∼3월에 각각 후원금 1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권 의원은 해명 자료를 통해 지난해 11월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반환을 지시했다고 했지만 같은 해 2월 받은 후원금 1000만 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몇 달에 걸쳐 분산, 입금된 후원금이어서 출처가 청목회인지는 알 수 없었다”며 “공소장에는 개괄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청목회가 후원금을 입금하면서 후원 명단도 함께 보낸 것은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 유무를 결정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보고 있다. 직무 연관이나 대가성이 드러나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 명단 받고도 “누구 돈인 줄 몰랐다”

검찰은 “청목회 후원금인 줄 몰랐다”는 의원들의 주장은 후원금과 명단을 함께 건넸다는 청목회 관계자들의 증언을 감안할 때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청목회 관계자들이 의원들이 법안 발의에 적극 나서게 하기 위해 금품 제공 목적으로 소액 후원금 제도를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몰랐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개인별로 10만 원씩 쪼개서 입금한 돈을 일일이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항변하는 의원들의 주장도 쉽게 반박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청목회원들이 현금을 직접 건네거나 의원들의 후원회 사무실 근무자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보냈다는 증언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 최규식 의원이 발의 약속

청목회 관계자들은 2008년부터 ‘청원경찰처우개선추진단’을 설치하고 청원경찰법 개정안 로비에 적극 나섰다. 청목회 최 회장은 2008년 10월경 민주당 최규식 의원을 만나 법률 개정 협조를 부탁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청목회 임시회의를 개최해 회원들에게 “최 의원이 개정안 발의를 해주기로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하면서 후원금 모금을 독려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개정안 발의 전인 지난해 3월 청목회 정기총회에서 최 회장 등은 다시 한 번 “민주당 최 의원과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알리면서 특별회비를 적극 납부하고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좋은 글’을 올릴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의 로비활동이 개정안 발의에서 통과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 고용보험법 개정에도 후원금

청목회로부터 현금 500만 원과 명단을 받은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의 경우 올해 5월 4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후원금을 받은 시기도 5월경으로 밝혀져 고용보험법과 관련해서도 ‘입법 로비’를 벌였을 개연성이 있다. 당시 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청원경찰도 별정직 및 계약직 공무원처럼 고용보험에 자율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청원경찰법 개정과정에서 입법 로비 시도가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하면서도 수사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본보 2일자 A12면 참조
청목회, 고용보험법도 ‘입법로비’ 의혹


○ 야당 탄압? 여야 의원 비슷해

민주당은 검찰의 청목회 후원금 수사를 “야당에 대한 표적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장에 따르면 청목회가 후원금을 건네며 로비 대상으로 삼은 의원 38명 중 실명이 확인된 36명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19명으로 민주당 15명, 자유선진당 1명, 민주노동당 1명 등 여당 의원들보다 더 많다.

또 검찰이 지난달 26일 청목회 회원 11명을 체포하면서 여야 의원 관계자 7, 8명에 대해서도 함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은 당시 ‘소환에 불응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소환 통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며 여야 의원실 관계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강 의원이 ‘김윤옥 여사’ 관련 발언을 하기 전이었고, 야당만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했다는 민주당의 주장과도 상반된다. 또 민주당이 “여당 관계자는 참고인으로 부르고, 야당 관계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차별 조사한다”고 주장하지만 여당과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민주당 관계자는 소환에 불응하는 바람에 체포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실제로 민주당 최인기 의원실 관계자는 18일 자진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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