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신뢰도 높아 CF도 휩쓸어

‘87년생 토끼띠 클럽’의 대표주자는 이승기다.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포함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오가며 쌓은 모범생 이미지로 굵직한 광고를 싹쓸이했다. 이승기를 스타덤에 올린 SBS ‘찬란한 유산’의 진혁 PD는 “그때나 지금이나 성실하고 밝은 배우”라고 평가했다. 광고 효과 조사기관인 한국CM전략연구소의 경원식 국장은 “이승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는 안성기와 고현정 수준”이라며 “MC몽처럼 사회적인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롱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역 배우 출신인 장근석과 문근영은 만화가 원수연의 웹툰을 드라마화한 KBS ‘매리는 외박 중’에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두 사람 모두 성인 연기자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리는…’의 홍석구 PD는 “장근석과 문근영처럼 연기력과 스타성을 갖춘 또래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극찬했다.
87년생 토끼띠들이 잘나가는 이유는 뭘까. 진혁 PD는 한동안 검증된 스타에만 의존해온 방송문화를 꼽았다. 그는 “신인들의 등용문인 단막극이나 공채가 없어지면서 어느 순간 연기자 공백이 생겼다. 주연급이 30대 후반에서 40대가 돼 버린 것”이라며 “몇 년 전부터 다소 위험 부담이 따르더라도 신인을 기용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 이들이 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87년생 스타 중에는 유독 남자가 많다. 한창 활동할 나이의 김남길 조인성 김래원 김재원(1981년생), 이준기 현빈 주지훈(1982년생)이 군에 입대했거나 입대할 예정이어서 그 공백을 메우면서 부상한 것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최근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이 20대 초반의 연하남을 선호하는 20대 후반∼30대 여성들인 점을 지적하며 “방송사들이 이들의 구미에 맞는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젊은 남자배우들이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