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슈퍼스타K-2’ 도대체 왜 인기인가?

동아닷컴 입력 2010-09-28 20:31수정 2010-10-0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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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스케2'가 변화시킨 방송가 풍경들…케이블TV 혁명
● 대중들 '듣는 음악'의 즐거움과 '오디션'의 긴장감을 즐기기 시작
슈퍼스타 K는 기획사 출신의 만들어진 스타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이 직접 만드는 가수라는 컨셉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패러다임(paradigm) 시프트!

대중문화계에도 심심치 않게 '걸작'이 탄생한다. 예술인들이 만들어 낸 컨텐츠가 흠결 없이 완벽하다고 해서 '마스터피스'란 칭호를 얻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흐름과 맞아 떨어져야 하며, 이전에 없던 의외성으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한다.

흔히 거론되는 사례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사건이다. 이미 레전드가 된 이들에게도 신인이던 시절이 있었다. 1990년대 초 MBC '특종 TV연예'에는 초짜들이 출연해 장기를 선보이고 평가받는 코너가 있었는데, 당시 심사위원이던 가수 전영록은 TV에 첫 모습을 드러낸 이들에게 10점 만점에 7.8점이라는 다소 애매한 점수를 매긴 것이다.

사실 이들의 퍼포먼스는 기괴하고 낯설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태풍이 됐다. '한국어로 랩은 불가능하다' '힙합은 우리와 안 맞다'란 한국 가요계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깨어버린 슈퍼스타 '서태지'의 등장으로 우리 대중문화가 천지개벽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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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또 다른 대중문화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케이블TV 채널 엠넷(Mnet)의 '슈퍼스타K-2'가 진원지다. 지난해 몰아닥친 서인국 '열풍'은 잠시 스쳐간 '미풍'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다.

한 마디로 요즘 '슈스케2'란 키워드를 모르면 대화가 안 된다(슈스케란, 슈퍼스타K의 인터넷상 줄임말이다). 케이블 채널임에도 방송 11회 만에 16%를 넘어선 경이적인 시청률, 금요일 밤 11시만 되면 인터넷 포털의 검색어 순위 도배는 물론이고 공중파 시청률까지 떨어뜨리는 괴력, 게다가 143만 명에 이르는 엄청난 오디션 참가자 규모와 최종 심사에 오른 11명 전원이 스타덤에 오르는 기현상까지, 슈스케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딱 부러지게 미남미녀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신곡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이전에 신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공중파TV 사장까지 나서 "우리는 왜 이런 프로그램 못 만드느냐"고 안달하며 슈스케 열풍을 부채질한다. 왜일까.

▶① 기획사에 의해 조작된 가수 이미지에 대한 반발?

서태지 이후 댄스가수 시대가 열렸고, 보아 이후에는 기획사 소속 가수 시대가 시작됐다. 공중파TV와 음악방송은 자랑스럽게 "5년을 준비했다"고 외치는 기획사 소속 아이돌 그룹들이 장악해버렸다. 절도 있게 훈련된 안무, 화려한 패션, 인터뷰 멘트 하나하나까지 '기획당한' 이들은 10대 소년소녀들의 발랄함을 거세당한 채 무대를 장식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인간미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반해 '슈퍼스타K'는 스타가 아닌 '가수'가 되어가는 과정 자체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참가자들은 스스럼없이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고백하고, 그 치유제가 음악이었음을 고백한다. 음악이 단지 스타가 되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삶의 동반자이자 자신의 직업이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 순간 평가자가 아니라 이웃집 언니 오빠로 돌아가 이들의 심정적 후원자가 되어 버린다.

파이널에 오른 11 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예비스타가 됐다.

▶② 매회 주어지는 새로운 미션과 탈락, 긴박감과 스릴

당초 오디션 프로그램(아메리칸 아이돌, 런 웨이 등)을 대중화 시킨 것은 미국의 유명 방송 프로그램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비슷한 방송포맷을 들여와 케이블 채널에서 '중박'을 터뜨린 예가 적지 않다.

그런데 패션이나 요리 같은 전문 분야에선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인 평가에 시청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온 국민이 사랑하는 '전국 노래자랑' 방식을 택했다. 매회 새로이 주어지는 미션도 신선했다. 이번 주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불러야 했다면 다음 주엔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을 소화해야 하는 식이다.

그런데 과거 MBC 대학가요제도 시청자 평가 점수 제도를 도입하는 등 회생책을 강구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단순하게 좋은 의미로 참가해 노래 부르고, 인기투표 하는 방식만으로는 치열하게 변모한 시대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슈퍼스타K'에는 과감한 1대1 경쟁과 탈락이 존재한다. 장재인과 김지수가 함께 짝을 이뤄 신나게 '신데렐라'를 소화해 내더라도 'TOP10'에 오르려면 한 사람이 탈락해야 한다. 잔인하지만 "이것이 자본주의 경쟁이다"는 점을 강렬하게 호소한다. 그 과정에서 팬들과 심사위원 그리고 시청자들은 심각한 전략 회의에 몰입하게 된다. 나의 '슈퍼스타K'를 탈락시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참가자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자연스러운 우정을 공유한다. 모두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③ 당신이 심사위원? 심사위원을 심사하자!

"장재인한테 노래가 어울리지 않아요."(심사위원 엄정화)

경쟁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심사위원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게 들어온다. 실력 없이 쌓아온 막연한 명성만 갖고 오디션 심사위원에 임했다가는 누리꾼 성화에 본전도 못 건지는 식이다.

꽤 다양한 심사위원들이 참여했던 1차 심사가 끝나고 파이널에 돌입한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은 현재 이승철, 윤종신, 엄정화, 박진영으로 좁혀졌다. 또한 각 미션에 따라 심사위원이 추가되기도 한다. 앞서 엄정화의 평가 멘트는 장재인을 지지하는 팬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아마도 '장재인'이 스타로 떠오르는 순간 엄정화의 평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다른 참가자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미 '파이널8'이 정해진 상황에서 팬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후원하는 '슈퍼스타K'가 정해진 상황. 이런 형국에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살얼음을 걷는 듯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은 선수들을 평가함과 동시에 심판도 평가하는 신의 위치에 오른 쾌감을 누린다.

최고 화제 인물 김지수와 장재인.

▶④ 음악에 대한 진지한 열정 그리고 스타를 만들어 가는 쾌감

이보다 더욱 중요한 '슈퍼스타K'의 인기 비결은, 다름 아닌 "귀로 듣는 음악의 즐거움을 일깨운 음악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다.

상당수 음악 팬들은 간만에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노랫가락에 귀를 활짝 열어젖힌다. 오랜만에 등장한 '완전 개방 가수오디션'은 한국도 대중음악을 직업적으로 연마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만만치 않은 문화강국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를 열망하는 '예비 스타'들이 예상외로 다양하고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게다가 당초 '외모' 보다는 '음악'에 치중했다지만, 오디션 참가자들이 방송 횟수를 거듭하면서 패션과 헤어스타일, 율동까지 하나하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점도 흥미롭다. 어느새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차근차근 스타의 방정식을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 과정에서 마치 자신이 스타를 키우고 있다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슈퍼스타K'에 격찬만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 방송이 가수오디션 시장을 장악할 경우 대중 음악계가 기형적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홍대 앞에서는 "내년에는 인디가수들까지 상암동 Mnet사무실로 몰려가 '비굴'하게 오디션을 보는 게 아닌가"라는 푸념이 나온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오디션이라는 비판도 있다. 대중음악 평론가인 김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슈퍼스타K'가 불편한 이유는 기존의 오디션이나 공모대회와 달리 까다로운 미션 어디에도 자작곡내지는 신곡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대학가요제 시대에 대한 완벽한 확인사살"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슈퍼스타K'는 완벽한 '패러다임 쉬프트'이다. 상업성에 찌든 대중음악시장에서 '음악'을 구출해 냈기 때문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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