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 북큐브 B-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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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8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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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크기와 무게다. 언제 어디서든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너무 크거나 무거운 책은 들고 다니기가 너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집 밖으로 갖고 나오지 못할 때면 정말 아쉽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법하다.

이런 독서광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e북 리더’라는 것이 등장했다. ‘e북 리더’는 파일 형태로 되어 있는 전자책(e북)을 읽을 수 있는 휴대용 기기로 국내에서는 삼성, 아이리버, 북큐브 등에서 제작하여 내놓았다.

얼마 전 IT동아에서는 인터파크의 비스킷이라는 e북 리더를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북큐브의 B-612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참고로, 본 리뷰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직접 써보았을 때의 느낌에 중점을 두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사용하기 전에

크기를 보아하니 A4 용지 절반만 하다. 두께는 요새 나오는 바(Bar)형 터치폰과 비슷한 정도다(케이스를 씌우면 조금 더 두껍다). 가만 보면 버튼이 엄청나게 많다. 차근차근 살펴보니 왼쪽 위에는 볼륨 조절 버튼이 있고 왼쪽 아래에는 Next page(다음 페이지), Prev page(이전 페이지), Home(홈으로 돌아가기) 버튼이, 오른쪽에는 Next page(다음 페이지), Menu(메뉴), Back(뒤로) 버튼, 그리고 조그 셔틀이 있다. 액정 아래에는 쿼티(Qwerty) 자판과 숫자키, 외에 여러 가지 키들이 있다. 이 많은 키를 다 쓸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쪽을 보니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잭과 USB 포트, 전원 버튼이 있다.

뒷면을 보니 마이크로 SD 카드를 꽂을 수 있는 슬롯이 덮개로 가려져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딱히 용량이 큰 전자책을 볼 것이 아니라면 잘 쓰지 않을 것 같다. 아래쪽을 보니 스피커가 있다. 크기로 보아서 음질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 같다.
마이크로 SD카드를 사용한다
마이크로 SD카드를 사용한다

뒷면에 스피커가 있다
뒷면에 스피커가 있다

독서를 즐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전자책을 e북 리더에 저장시키는 일이다. 크게 3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와이파이(Wi-Fi) 접속을 통해 전자책서점에서 전자책을 구매하거나, 전자책 도서관에서 대출하는 방법(대출로 다운로드받은 전자책은 대출 기간이 지나면 읽을 수가 없다), 남은 하나는 내 컴퓨터에서 직접 다운로드하는 방법이다(PC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다운로드받은 전자책을 B-612로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전자책 서점에 접속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이 잡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전자책 서점에 접속할 수 있다

전자책 서점이나 전자책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환경설정에서 와이파이를 접속하고(B-612가 알아서 잡아준다) 메뉴에서 선택해서 다운로드하면 된다(물론 그전에 북큐브 사이트(www.bookcube.com에 기기를 등록하고 콘텐츠를 사야 한다).

그런 반면 컴퓨터를 이용해서 다운로드하려면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했다(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공하는 Active Sync와 윈도우 모바일 디바이스 센터(Windows Mobile Device Center)를 설치한 뒤 북큐브 사이트나 옴니북 사이트(www.omnibook.net)에서 USB 드라이버를 다운로드한다. 그리고 제어판의 새 하드웨어 추가에서 설치 파일을 지정된 경로에서 찾기로 하고 USB 드라이버를 다운로드한 폴더를 선택해서 USB 드라이버를 설치한다. 그 뒤에 B-612를 PC에 연결하면 마이크로소프트 Active Sync가 켜진다. 탐색을 누르면 드디어 전자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좀 귀찮기는 하지만, 한 번 고생하고 난 뒤에는 eBook Store 폴더 안에 있는 Book 폴더로 넣으면 되어 간단했다.
연결하면 이 창이 자동으로 뜬다
연결하면 이 창이 자동으로 뜬다

PC에서 북큐브로 전자책을 옮길 때 조심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B-612를 탐색했을 때 그 안에 있는 폴더를 임의로 수정하거나 삭제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 생성했다가 삭제하는 것은 상관없겠지만, 기존의 폴더를 건드리면 B-612의 실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본격적으로 사용해보자


이제 전자책도 다운로드받았고 B-612를 본격적으로 써보아야겠다. 화면을 보니 ‘하단의 전원 버튼을 살짝 눌러서 깨워 주세요’라는 문구가 하단에 쓰여있고 어린 왕자가 B-612(B-612는 어린 왕자가 사는 행성 이름이다)를 옆에 두고 자고 있는 귀여운 화면이 떠있다. 이렇게 계속 화면을 켜놓은 채면 전원이 계속 소모되지 않을까 싶겠지만, 전자잉크의 특성상 한 번 화면을 표시하면 다시 화면을 전환하기 전까지 전원이 소모되지 않는다고 하니 걱정하지 말도록 하자.

전원을 켜자 메뉴가 표시되었다. 메뉴를 살펴보니 북, 오디오, 이미지 플레이어와 사전, 전자책 서점, 도서관, 그리고 환경설정 이렇게 7개가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전자책만 볼 수 있을 줄 알고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오디오 플레이어와 이미지 플레이어가 있어 놀랐다(사실 필자는 책만 볼 수 있어도 만족스럽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북 플레이어를 켜보니 B-612에 다운로드되어 있는 전자책의 목록이 표시됐다. 읽고 싶은 전자책을 찾아 실행했더니 약간의 로딩이 지나고(그래 봐야 5초를 넘기지 않는다) 책의 내용이 화면에 표시됐다. 책을 읽으려는데 글자가 너무 컸다. 필자는 좀 작은 글씨를 선호하는 편이라 글씨를 줄이고 싶었다. 메뉴 버튼을 누르고 글꼴 설정으로 넘어가니 꽤 상세하게 바꿀 수 있었다(글꼴, 글자 크기, 진하기, 줄 간격). 그리고 아래쪽에는 글꼴 변경 단축키가 쓰여있었다. 얼마나 조절이 가능한지 궁금해서 글자 크기를 최대한 줄여보니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아졌고 최대한 늘여보려다 글자 크기를 130으로 해봤더니 여덟 자 정도 들어간 상태로 화면이 가득 찼다. 이 정도면 사용자의 편의대로 바꾸어 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폰트, 글자 크기 등을 바꿀 수 있다
폰트, 글자 크기 등을 바꿀 수 있다

글꼴과 크기를 원하는 대로 수정한 뒤에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보니 페이지가 넘어갈 때, 다음 화면이 표시되기까지 1~2초 정도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느려서 어떻게 보나 싶었지만 설마 그 짧은 시간에 한 페이지를 다 읽고 다음 페이지로 넘길 일은 거의 없으니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의도하고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화면이 깜빡거리는 것이 필자에게는 조금이나마 진짜 책장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페이지를 많이 이동해야 할 때에는 ‘북마크’나 ‘페이지 이동’이 있으니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때에 걸리는 시간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북 플레이어에서 나와 다른 메뉴들로 들어갔었더라도 다시 북 플레이어로 돌아와 보고 있던 전자책을 재생시키면 보고 있던 페이지로 바로 이동된다(만약 여러 권의 전자책을 읽고 있다고 해도 보고 있던 페이지는 모두 기억되어 있다).

다음으로 음악 재생 기능을 써보았다. 파일 형식은 MP3와 WMA만을 지원했는데 오디오 파일은 PC에서 직접 옮기는 방법 말고는 콘텐츠를 채울 방법이 없다. 그래서 PC에서 몇 파일을 옮겨 실행해보았다(eBook Store 폴더 안에 있는 Audio 폴더로 파일을 넣으면 된다).

오디오 플레이어로 들어가 보니 화면에 표시되는 내용이 북 플레이어와 별반 다른 것은 없었다. 음악을 재생시키면 파일 목록 오른쪽에 재생되고 있다는 표시가 나타난다.
이어폰이나 헤드폰 등을 연결하여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 등을 연결하여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음악을 재생시키면 다른 것은 할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어 메뉴를 켜보니 ‘전자책 이어보기’라는 메뉴가 있어 가장 마지막에 봤던 전자책을 이어볼 수 있었다. MP3 플레이어처럼 이퀄라이저나 음장 효과 등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몇 가지 재생 모드는 지원했다(한 곡 재생, 한 곡 반복, 전곡 재생, 전곡 반복, 무작위 재생).
볼륨조절 버튼이 있어 언제든지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볼륨조절 버튼이 있어 언제든지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미지 플레이어를 실행시켜보았다. 지원하는 파일은 jpg, bmp, gif, png 정도인 듯하다(매뉴얼을 많이 참고했는데 이미지 플레이어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었다). 역시나 메뉴는 북 플레이어랑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미지이니 불러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불러와보니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지를 볼 때 다음 페이지 버튼을 누르면 자연스럽게 다음 이미지 파일로 넘어갔다. 그런데 조금 안타까운 것은 모든 이미지 파일이 흑백으로 표시된다는 것과 확대, 축소 기능이 없다는 것, 그리고 크기가 많이 큰 파일(만화책 같이)의 경우에는 화면크기에 맞춰 자동으로 축소되기 때문에 이미지가 뭉개지거나 선명도가 떨어져 알아보기가 어렵다는 정도였다.

사전은 ‘Prime 영한사전’, ‘prime 한영사전’ 그리고 ‘동아 새 국어사전’ 이렇게 3가지가 있었다. 사전은 홈에서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전자책을 읽는 도중에 메뉴를 켜 이용할 수도 있었다. 쿼티 자판을 이용해서 궁금한 단어를 입력해서 찾는 것은 여느 전자사전과 다른 점이 없었다. 어렵거나 생소한 단어가 많이 나오는 전자책을 읽을 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단점을 따져보자

직접 써보면서 느낀 B-612 최대의 장점은 역시 휴대성이었다. 필자는 B-612를 쓰는 일주일 동안 소설책 중심으로 약 20권 정도를 읽었다. 처음에 딱 한 번 완전히 충전시킨 이후로는 충전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단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전자잉크가 놀라울 정도로 전력소모가 적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이렇게 배터리 수명이 긴 덕에 굉장히 편했다. 또 무척 가벼워서 필자가 사용하는 크로스 백에 항상 넣어 다녔는데 평소보다 짐이 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랜 시간 들고 있어도 팔에 무리가 오지 않아 남성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써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손에 들면 이런 느낌이다
손에 들면 이런 느낌이다

그렇지만 그 장점이 조금 무색해지는 단점들이 있었다. B-612를 쓰면서 처음 신경 쓰였던 것은 느린 반응 속도였다. 만지면 바로바로 반응하는 느낌보다는 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조금 답답했다. 하지만 기술상의 문제이고 쓰다 보면 익숙해져 큰 단점이라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또, 처음에는 버튼의 배치가 좀 어색했다. B-612의 양쪽에 Next page 버튼이 있다. 처음에는 왼쪽에 있는 Next page 버튼을 Prev page 버튼인 줄 알고 열심히 눌렀는데 계속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당황했었다(인터파크의 비스킷도 다음 페이지 버튼이 양쪽에 있다). 아마도 왼손으로 들건 오른손으로 들건 다음 페이지로 쉽게 넘길 수 있게 하려고 버튼을 그렇게 배치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양쪽에 Next page 버튼 만들려면 Prev page도 양쪽에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Prev page 버튼은 왼쪽에만 있다). 그리고 Back 버튼이 굉장히 애매했다. Back 버튼의 기능은 윈도우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뒤로 버튼과 비슷한데 사실 이 버튼을 누르면 메뉴상의 동작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별 쓸모가 없다(전자책을 보다가 실수로 페이지를 넘겼을 때 Back 버튼을 누르면 전 페이지로 돌아가지 않고 책 목록으로 돌아간다).

아래쪽에 있는 쿼티 자판의 활용도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사실 쿼티 자판을 사용할 때는 사전을 쓸 때밖에 없다. 필자는 메모 기능이라도 있기를 바랐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메모 기능은 없었다. 물론 있다고 해도 느린 반응 속도에 조금 답답했을 수도 있겠지만 있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B-612만의 문제가 아니라 e북의 전체적인 문제라고 생각되지만)는 콘텐츠에 있다. 간단히 말해 콘텐츠가 많지 않다. 북큐브 사이트에 들어가서 새로 나온 전자책을 찾아보면 전자책으로는 분명히 새로 나온 것이지만 사실은 출판된 지 몇 년 된 책들이 올라와 있다. 최근에 나온 책을 보려고 검색해보니 필자가 찾아본 책들은 한 권도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가격도 종이 책의 40~60% 정도 되어 몇 년씩이나 지난 책을 이 정도 가격을 주고 구매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만드는데 드는 돈도 종이 책보다 많이 저렴할 텐데 왜 이리 비싼지 모르겠다). 출판된 지 몇 년이 지난 책을 결코 싸다고 생각되지 않는 가격에 구매해서 보아야 한다니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

언제 어디서든 책을 보고 싶다면

얼마간 B-612를 써본 뒤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괜찮다’이다. 물론 앞서 여러 가지 단점을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것들은 B-612만의 문제가 아니라 e북 리더 자체나 그 외의 환경적인 요인의 한계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B-612가 합격점을 받기 어려운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e북 리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그 외에 부가적인 기능들도 활용도가 높아 담백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북큐브 측에서도 B-612의 성능 향상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콘텐츠도 서서히 늘리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제품이다.

글 / 구지원(tareni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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