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돌에 이름을 새기지 말고 사람들 입에 이름을 새겨라

동아일보 입력 2010-07-24 03:00수정 2010-07-24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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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를 위한 지혜
口勝碑
요즘 퇴임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중 송덕비를 세워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의 이름과 업적을 돌에 새겨 자손만대에 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나 무리하게 추진할 일은 아니다. 송덕비는 옛날 목민관들이 자신의 업적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백성들의 이름으로 세워놓은 기념물이다. 이 중에는 억지로 세운 것도 많다 하니 일부는 송덕비가 아니라 악덕비인 셈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전해오는 것을 봐도 이름 석 자를 어딘가에 남기고자 하는 욕망은 무척 오래된 인류의 습속인 듯하다. 명산대천(名山大川)에 색까지 칠해가며 이름을 돌에 새기는 것은 명욕(名慾)에 물든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옹색한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영원할 것만 같던 돌도 시간이 흐르면 마모돼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뜻있는 조상들은 자신의 이름을 돌에다 새기는 대신 사람들의 입에다 새기는 구승비(口勝碑)를 소중히 여겼다. 돌이나 쇠에 자신의 이름과 업적을 새기는 것보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름과 업적이 오르내리는 게 더 영원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격양시(擊壤詩)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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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平生)에 부작추미사(不作皺眉事)하라! 평생에 남의 눈 찡그릴 만한 일 하지 말고 살아라! 세상(世上)에 응무절치인(應無切齒人)이라! 세상에는 나를 향해 이(齒)를 가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대명(大名)을 기유전완석(豈有鐫頑石)이런가? 당신의 이름을 어찌 그 큰 돌에 크게 새기려 하는가? 노상행인(路上行人)이 구승비(口勝碑)니라. 길 가는 행인의 입에 당신 이름을 새기는 것이 돌에다 새기는 것보다 훨씬 오래갈 것이다.’

구승비, 즉 사람의 입(口)이 돌(碑)보다 더 낫다(勝)는 뜻이다. 이 구절은 ‘서재야화(書齋夜話)’에도 비슷하게 나오는 구절로, 결국 사람들의 입에 칭찬과 존경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돌에다 새겨 넣은 명성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내 이름을 누군가 불러주고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남들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사라지는 건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내 이름을 자주 불러주면 행복해지고, 거꾸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어떤 평가에도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며 묵묵히 길을 가는 군자의 모습은 아름답다. 다른 사람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흥분하지 않으며, 남들이 나를 비난한다고 해서 우울해하지 않는 그런 인생철학 말이다. 정신적인 우울과 황폐함으로 고통 받는 요즘 시대, 다른 어떤 처방보다도 자신을 사랑하고 아낄 줄 아는 든든한 자아가 시급하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근심하지 마라(不患莫己知)! 내가 알아줄 만한 사람이 되기를 먼저 구하라(求爲可知也)!’ 송덕비를 세우기보다 송덕비를 세울 만한 사람이 먼저 되라는 ‘논어(論語)’의 충고다. 이름을 남기고 가는 것보다 내 주변 사람의 가슴속에 좋은 사람으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삶이 진정 위대한 인생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2호(2010년 8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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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로 피라미드 잰 탈레스 ‘치환의 지혜’/▼ 통찰모형 스핑클


그리스의 이름난 과학자 탈레스는 이집트의 왕 파라오에게서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해 달라는 까다로운 주문을 받았다. 지금이라면 인류가 축적해 놓은 지식을 활용해 간단히 피라미드의 높이를 구했을 것이다. 2500여 년 전에는 그리 쉽지 않은 과제였다. 하지만 탈레스는 단 하루 만에 피라미드의 높이를 정확하게 측정했고, 그 방법까지 소상히 알려줬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그는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도구로 바꿔 문제를 해결하는 ‘치환’의 지혜를 활용했다. 탈레스의 ‘치환’이 보여준 통찰력은 현대에서도 유용하다. 1911년 자동차 백미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카레이서 레이 하룬이 대표적 인물이다. 한국에서도 ‘치환의 지혜’를 찾아볼 수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6·25전쟁이 치열하던 1952년 2월 유엔군사령부의 연락을 받았다. 부산 유엔군 묘지에 푸른 잔디를 깔아달라는 것이었다. 한겨울에, 그것도 전쟁 통에 묘지에 깔 잔디를 구해달라는 요청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일처럼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정 회장은 탈레스 못지않은 ‘치환의 통찰’로 이 문제를 거뜬히 해결했다. 정 회장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10년간 통찰력 분야를 연구한 신병철 WIT 대표가 800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체계화한 모형을 토대로 통찰을 이끌어내는 실무 솔루션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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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다임러벤츠와 디자인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시계 브랜드 스와치의 합작 개발로 화제를 끌었던 소형차 스마트. 도발적인 디자인이 드디어 빛을 보고 있는 것일까. 이 초소형 자동차의 주문은 날로 늘고 있다. 반면에 푸조와 피아트가 공동 개발한 미니밴의 상황은 다르다. 양사의 우호적 관계 속에서 개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두 합작 프로젝트의 명암(明暗)이 갈린 이유는 뭘까. 이는 공통의 비전, 문화적 유사성, 공정성과 공평성, 상호 신뢰에 기초한 우호적인 관계가 성공으로 이어지고, 신뢰를 상실한 허약한 협력 관계는 재앙을 낳는다는 대다수 학술 연구 결과와 어긋나 보인다. 신뢰는 파트너십의 창의성과 혁신성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핵심적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높은 신뢰를 유지했는데 혁신에 실패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오히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파트너십이 예상 밖의 성공을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신뢰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것은 아닐까. 신뢰가 때로는 혁신의 진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최적 수준의 신뢰’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가 파트너십의 신뢰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집중 해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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