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호러퀸’ 변신 황정음 “내 어릴 때 별명은 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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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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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청담동의 인터넷쇼핑몰 \'온음\' 사무실에서 만난 배우 황정음. 영화 \'고사 두번째 이야기:교생실습\'에서 주연으로 열연한 그는 최근 시대극 \'자이언트\'와 쇼핑몰 \'온음\'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0일 서울 청담동의 인터넷쇼핑몰 \'온음\' 사무실에서 만난 배우 황정음. 영화 \'고사 두번째 이야기:교생실습\'에서 주연으로 열연한 그는 최근 시대극 \'자이언트\'와 쇼핑몰 \'온음\'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자리 잡은 인터넷 쇼핑몰 '온음' 사무실은 채 마르지 않은 페인트 냄새로 가득했다. 사방이 온통 흰색인 이 곳에서 배우 황정음(25)은 데뷔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패션계 한 지인과 함께 최근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생전 처음 '대표이사' 타이틀도 갖게 됐다.

최신 유행 셔츠와 팬츠, 샌들에서 '블링블링'한 액세서리들까지…. 구경할 것 많은 이 사무실 한 켠 탈의실에서 섹시하면서도 발랄한 반바지 차림의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스타카토와 비음이 섞인 친근한 목소리. 이 목소리와 커다란 눈망울은 지난해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게 한 최대 자산 중 하나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 그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연스럽게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CF를 통해 낯익은 '황정음표 깜찍 표정'에서 공포 영화 주인공다운 '호러 표정'까지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다양하게 변신하는 모습이 CF퀸 다운 내공을 느끼게 했다.

코믹 발랄한 여대생 연기(MBC '지붕 뚫고 하이킥')로 떠서 오뚝이 가수 지망생(SBS '자이언트')으로 열연 중인 그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고사')에서 주인공인 교생 역할을 맡았다. 김수로, 윤시윤, 티아라의 지연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명문 사립 우성고의 여름 특별 수업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을 다뤘다. '고사'는 황정음의 첫 영화 주연작이자 드라마, 영화를 통틀어 처음으로 출연하는 호러물이기도 하다.

황정음은 지난해 말~올해 초 출연한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떡실신녀' '완판녀' 등의 별명을 얻으며 인기몰이했다. 그는 "호러물을 찍어봤으니 다음에는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황정음은 지난해 말~올해 초 출연한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떡실신녀' '완판녀' 등의 별명을 얻으며 인기몰이했다. 그는 "호러물을 찍어봤으니 다음에는 로맨틱코미디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떡실신녀'에서 '호러퀸'으로…거침없는 변신

'지붕 뚫고 하이킥'('지붕킥')에서 그는 술에 취해 엽기적인 만행을 저지르는 '떡실신녀'의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했다. 이로 인해 코믹하면서도 발랄한 이미지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굳어졌다. '자이언트'에서도 당차고 귀여운 이미지가 엿보인다. 그런 그가 곧바로 공포물에 도전하다니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공포물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흥미로운 캐릭터 때문에 출연 결심을 했는지….

"사실 저는 '지붕킥' 이후 제게 더 익숙한 로맨틱코미디를 찍고 싶었어요. 그런데 마침 '고사'가 저희 소속사가 제작하는 작품이어서 먼저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건데…. 하하. 하지만 시나리오도 재밌고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한 면을 끌어낼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제게 의미 있는 작품이 됐죠."

- 밤 촬영이 많았다는데 무섭지는 않았나요. 정음 씨처럼 눈이 큰 사람이 겁이 많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그런가요? 그런데 전~혀요. 원래 겁이 많지 않은데다 촬영장에는 스태프들이 많이 있으니까 무서운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그런데 촬영 끝나고 집에 가서 혼자 샤워를 할 때 누가 저를 보는 느낌이 들어서 얼른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나온 적이 있어요. 또 강아지랑 단 둘이 있다 강아지가 허공을 향해 미친 듯이 짖어댈 때 섬뜩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강아지들이 귀신을 본다잖아요."

그는 사실 공포 영화 마니아다.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는 기자의 답변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그는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여고괴담'(특히 1편)과 '데스티네이션'을 꼽았다. '사탄의 인형' 시리즈도 재미있게 봤다고 덧붙였다.

"너 댓살 때 제 별명이 처키('사탄의 인형'의 주인공으로 악령이 쓰인 인형)였거든요. 통통하고 이마가 튀어 나온 데다 처키가 입은 것 같은 멜빵바지를 즐겨 입어서 그런가 봐요. 그 때 제 사진을 보면 처키랑 정말 닮은 것도 같아요."

그는 삼남매 중 막내다. 위로 10살, 8살 연상인 오빠 황 훈, 황 민이 있다. 삼남매 이름을 합치면 '훈민정음'이 된다. '처키'라는 엽기적인 별명이 붙은 건 늦둥이 막내에 대한 가족들의 남다른 애정 때문인 듯했다.

영화 '고사 두번째이야기: 교생실습'에서 황정음은 교생 은수 역을 맡았다. 그는 "호러물에 맞게 극도로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려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영화 '고사 두번째이야기: 교생실습'에서 황정음은 교생 은수 역을 맡았다. 그는 "호러물에 맞게 극도로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려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 '고사'는 공포 영화이면서도 입시, 성폭행, 음주, 이성 교제 등 학교 관련 사회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녹아 있는 것 같던데요.

"사실 이런 일들이 요즘 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다면서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아기가 배꼽에서 나오는 줄 알았고, 어렸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오빠들의 '민감한 부위'를 때리고 놀리다 엄마한테 엄청 혼난 적이 있을 정도로 성적으로는 무지한 편이었는데 요즘 초등학생들은 너무나 많은 걸 안다고 하더라고요."

'고사'에는 이전 드라마와 영화에서 교사 또는 학생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울학교 이티' '공부의 신'에서 교사 역할을 맡은 김수로, '지붕킥'에서 각각 과외교사와 고등학생으로 출연한 황정음 윤시윤, 역시 '공부의 신'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맡은 지연 등이 전작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진짜 이렇게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죠? 제작자 분께서 어떤 생각으로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놓았는지 궁금하긴 했어요."

'고사'에는 지연, 박은빈 등 실제 고등학생인 배우들도 많이 출연했다. 황정음은 이들이 교복을 차려 입고 몰려다니며 종알대는 모습만 봐도 흐뭇했다며 '큰 언니' 같이 의젓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또 이들 때문에 자신의 학창 시절도 떠올려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 때는 2학년 때부터 걸그룹 '슈가' 활동을 하느라 제대로 된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해 아쉬웠어요. 선화예중에서 무용을 전공하던 시절이 제 학창 시절 최고의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아, 학교에는 왜 말도 안 되는 괴담들이 많잖아요. 저도 친구들과 함께 무용실에서 귀신을 봤네 하는 황당한 얘기들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황정음은 '고사'로 아시아 최대의 장르영화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의 홍보대사, '피판 레이디'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그는 "공포 영화 주인공들이 '피판 레이디'가 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스케줄이 허락하는 대로 자주 찾아가 열심히 홍보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영화 '바람' '내 눈에 콩깍지'에 조연으로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첫 영화 주연작을 시사회 때 직접 보는 기분은 남달랐을 것 같았다.

"시사회 때 스크린 가득 제 얼굴이 등장하는데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영화는 스크린이 큰 만큼 표정이나 연기가 더 적나라하게 보이더라고요. 영화의 매력이 드라마보다 긴 호흡으로 찍을 수 있다는 점인데 '고사'는 그렇지도 않았어요. 한 달 정도 '빡세게' 촬영하다보니 아쉬운 점도 많이 보였고요."

공포 영화 촬영에는 여러 가지 애로 사항도 따른다. 비명을 하도 질러대다 보니 하루 종일 인후통에 시달렸고 에너지 소모도 컸다. '고사'와 '자이언트'의 촬영 스케줄이 잠시 겹친 적도 있었는데 이 때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요즘은 '자이언트' 촬영에 집중하고 있다는 그는 여전히 정상 컨디션을 되찾지 못했는지 인터뷰 중 마른기침을 참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히 건강 체질이라 잘 버텨내고 있어요. 밥을 정말 잘 먹는데 요즘은 하루 7끼를 먹을 때도 있어요. 과자는 매일 3만원 어치나 먹어치워요(곁에 있던 매니저는 '5만원 어치'로 정정했다). 과자 봉지를 다 해체해서 한 곳에 쌓아 놓고 먹는 게 특기죠.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거의 잠을 못자고 눈을 뜨고 있다보니 계속 먹게 돼요. 그러느라 '지붕킥' 찍던 때보다 6kg나 더 쪄버린거 있죠? 그래서 얼마 전부터 다이어트 식품을 먹기 시작했어요."



▶ "난 아직 연기 '프로' 아냐"

그는 요즘 '자이언트'를 통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극 초반 연기력 논란을 딛고 눈물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더니, 이제 사랑하는 남자 주상욱(조민우 역)에게 버림 받고 그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비련의 여인 역할도 소화해야 한다. 이렇게 비극적인 상황을 연기하는 것은 이 작품이 처음. 심각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가 어떻게 성숙함을 연기할 수 있을까.

"제가 직접 실연과 배신을 경험하며 익힐 수는 없으니까 선배님들한테 많이 여쭤봐요. 잘 하려면 연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전 아직 연기로서 '프로'가 아니거든요. 연기엔 정답이 없다지만 잘 할 수 있도록 무조건 열심히 해야죠."

그는 '지붕킥'에 이어 '자이언트'에 함께 출연하게 된 선배 정보석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정보석이 엉성한 사위에서 권력에 눈이 먼 이기적인 남자로 순식간에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것이 연기'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

"드라마 방영 초반에 제가 '지붕킥' 캐릭터와 너무 유사한 연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사실 그 때 저는 그런 연기를 해달라는 요구대로 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못이었어요. 뭔가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했어야 하는 거죠. 아직 부족한 게 많은 만큼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선배들께 열심히 여쭤보고 있어요."

▶ 연기 빼곤 패션에 가장 관심 많아

'자이언트'에서 그는 곧 가수로 변신한다. 가정부, 버스 안내양으로 힘들게 살았던 지금까지의 촌스러움을 벗고 드디어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하이킥' 때 입고 나오는 옷마다 매진이 됐다는 이유로 '완판녀'라는 별명이 붙었던 그로선 지금까지 수수한 차림으로 등장한 것이 다소 답답했을 것 같았다. "힘들었겠다"는 한 마디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수다를 쏟아냈다.

"시대극이라 예쁜 옷을 못 입으니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공포물인 '고사'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근데 사실 민낯보다 더 이상하게 보일 촌스러운 메이크업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이런 게 연기자구나' 하는 거요. 연기자라면 예뻐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캐릭터에 맞게 변신할 수 있어야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다음 작품에선 좀 예쁜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그가 온라인 패션 쇼핑몰을 운영하게 된 것도 패션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그의 주변 인사들이 "연기를 제외하고는 옷만큼 그가 관심을 갖는 분야가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 함께 쇼핑몰을 운영하는 그의 지인은 "솔직히 정음이는 얼굴은 너무 예쁘지만 완벽한 체형을 가진 여배우는 아닌데 그걸 잘 커버하면서 옷을 입다보니 패션 감각이 발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한 언니의 적나라한 지적에 눈을 흘길 법 한데 황정음은 오히려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제가 상체에 비해 하체에 자신이 없거든요. 저처럼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옷을 고르는 여성들, 그리고 기성복에서 2% 부족한 것들을 찾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는 '연기자로서 아직 프로가 아니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던 5분 전 상황과 달리 쇼핑몰에 대해서는 '5년 안에 대한민국 1등 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이며, 대기업과의 인수 합병도 추진하고 싶다'는 등 원대한 포부를 쏟아냈다. 애교만점 막내딸 티가 가득한 얼굴로 비즈니스우먼처럼 점잖은 말을 쏟아놓는 모습이 귀여워보였다.

사실 패션 쇼핑몰 운영은 황정음의 '피로회복제'다. 그는 바쁜 일상을 달래주는 세 가지 요소를 묻는 질문에 긴장을 풀어주는 마사지, '자이언트' 연기를 위해 듣는 패티김, 혜은이의 노래와 더불어 극 속에서 예쁜 옷을 입지 못하는 '한'을 풀어주는 쇼핑몰을 꼽았다.

"여기서 예쁜 옷 실컷 보고 나면 좀 위안이 되거든요. 앞으로 시간이 좀 더 생기면 바잉이나 디자인도 직접 해보고 싶어요."

그 스스로 평가하는 '2010년의 배우 황정음'은 어떤 위치일까.

"제 인생을 그래프로 그리자면 2002년 걸그룹 '슈가' 활동을 했던 때가 최악, 지난해와 올해가 최고예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잖아요. 지금 제 위치는 스스로 일군 것이라 더욱 뿌듯해요. 최악의 상황을 겪어봐서 지금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살가운 성격의 그는 만삭인 기자의 배를 보고 "어머~ 귀엽다"고 소리치고 "아기 너무 예쁘겠다"고 말해주는 '친절한 정음씨'였다. 그러나 '정음 씨도 언젠가 겪을 일'이라는 말에는 표정을 바꾸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혼이랑 출산은 아직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전 그냥 열심히 일할래요. 요즘 일하는 게 얼마나 재밌다고요."

다양한 표정만큼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게 더 많고, 요즘 20대 아가씨답게 욕심도, 꿈도 많은 배우 황정음의 내일이 더욱 궁금해졌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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