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18>축제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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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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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와 문화/고영석 외 지음/연세대 출판부

《“공동체적 문화를 형성해오는 가운데 인류는 다름 아닌 축제 행위와 양식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의식을 표출해 왔다. 축제는 삶과 현실의 반영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소망과 기원이 담긴 문화 양식인 셈이다. 문화가 매 순간 특정한 양식을 생산하면서도 동시에 시간을 초월하는 특성을 지니듯이, 축제 또한 그러한 문화의 양면성을 지닌다.”》

대형마트 사은행사에 담긴 축제

축제는 인류의 문화사가 켜켜이 쌓인 다층적 텍스트다. 축제가 가진 총체상(總體像)은 다양한 측면의 조명으로 한층 정밀히 드러낼 수 있다. 이 책은 6편의 논문을 통해 동서양의 축제가 가진 이념과 양상을 철학적 문학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1장 ‘축제로서의 삶’은 그리스 신화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와 서양 문화 속에 깊게 뿌리박힌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속성을 추적한다. 고대 디오니소스 축제는 서구 축제의 중요한 연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니체는 ‘비극의 창조’에서 디오니소스 축제가 현실의 단절과 망각 속에서 전개되는 것이며, 축제에서 깨어나는 순간에 마주치는 일상의 부조리를 극복하기 위해 구원과 치료의 수단으로 비극이 등장했다고 본다.

‘축제, 그 현대적 의미와 표상’을 분석한 2장은 불평등적 모순과 억압의 허상을 거둬내기 위해 존재해온 축제가 현대에 적응하는 모습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에서 열리는 ‘성인 엘로아 축제’와 ‘마들렌 축제’는 각각 보수주의자와 좌파를 결집한다. 현대에도 이 같은 상징성과 사회적 통합의 기능은 유효하다. 프랑스 아비뇽 축제는 1960년대 교황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장외 축제가 생기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축제로 성장했다.

3장 ‘또 다른 세계를 비추는 거울’은 미하일 바흐친의 ‘라블레와 그의 세계’를 중심으로 그가 정의한 축제의 의미와 기능을 설명한다. 바흐친에게 있어서 축제에서 이뤄지는 풍자는 공연의 주체와 관객 사이의 내면적 소통이 본질적인 목적이다. 전복(顚覆)을 추구하는 공연자와 구경꾼 사이 역동적인 대화를 실현하는 것이 축제의 진정한 의미가 된다.

한국의 축제가 가진 특수성과 보편성을 규명하려는 시도는 4장 ‘한국 축제의 구조와 본질’에 나타난다. 마을굿의 기본 구성인 ‘열두거리’는 한국 연희전승체계의 기본 구조를 이루며 이 구조는 지역에 따라 7, 8거리로 축소되거나 20여 과정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열두 거리 중 축제적 놀이적 성격이 큰 ‘가무오신’과 여흥으로 사이사이 도입되는 ‘무감’ 부분이 신화적 카오스인 흥과 신명을 창출한다고 설명한다.

5장은 축제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적 접근을 시도한 ‘축제의 일상화와 일상의 축제화’다. 포스트모더니티의 중요 특성 중 하나로 ‘일상의 심미화 또는 삶의 디자인화’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사회가 지닌 일상적 축제성과 연결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카드사의 각종 이벤트, 대형 판매시설의 ‘사은 대축제’…. 시공간적 제한 속에서 행해져온 축제가 이제는 일상 속으로 편입돼 일상과 축제의 경계를 해체한다는 것이다.

‘축제의 이념과 한계’를 다룬 6장은 독일 문학사를 통해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축제의 이념을 설명한다. 이상주의 시대인 1775년 발표된 괴테의 ‘오월의 축제’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완전한 합일과 거기서 생겨나는 행복을 표현한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리얼리즘 시대에 이르면 문학 속의 축제는 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보여주는 수단이 된다. 20세기 초반 슈테판 게오르게의 시 ‘축제’에서 조화와 절제의 축제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으며 축제가 일상으로 회귀할 때의 ‘눈물’과 ‘탄식’이 주요 표현 대상이 된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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