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청사’ 성남시 “재정난으로 지불유예” 선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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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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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도 전국 10위권에 세금도 더 걷혔는데…

■ 정부 후속조치 착수
鄭총리 “제도적 보완 필요”
감사원, 경위 파악 나서

■ 줄 잇는 비판
재정난 말도 안되는 데다
봉급삭감 등 자구책 앞서야

■ 시민들은 의견 분분
“호화청사 추진 前시장 책임”
“現시장의 정치적 쇼 불과”

지난해 말 3200억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 경기 성남시 신청사가 준공됐다. 신청사 등 대형사업이 잇달아 추진되면서 성남시의 재정난이 가중돼 급기야 사상 초유의 지불유예 선언에 이르렀다. 사진은 호화청사 논란을 빚었던 성남시 신청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사진 더 보기
지난해 말 3200억 원이 넘는 돈이 투입된 경기 성남시 신청사가 준공됐다. 신청사 등 대형사업이 잇달아 추진되면서 성남시의 재정난이 가중돼 급기야 사상 초유의 지불유예 선언에 이르렀다. 사진은 호화청사 논란을 빚었던 성남시 신청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 사진 더 보기
판교특별회계 전입금에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경기 성남시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관련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물론이고 국무총리까지 나서 성남시의 ‘오버’를 비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성남시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대안 무시한 무책임한 발표”

정운찬 총리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성남시 문제를 거론했다. 정 총리는 “(지불유예 선언은) 행정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행위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선 5기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과거 행정처분을 부정하거나 반대 조치를 취하는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다”며 “행정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행안부의 비판 수위는 더욱 높았다. 정헌율 행안부 지방재정세제국장은 이날 “올해 성남시 세수(稅收)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었고, 지방채 규모도 작아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며 “지불유예 선언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비난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성남시가 올 들어 5월 말까지 거둬들인 지방세는 4155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 3490억 원에 비해 19% 증가했다. 행안부는 이번 파문을 고려해 내년부터 지방채 발행 시 ‘미래 위험도’를 반영하도록 해 발행을 억제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지방채 발행 요건에 4년간 예상되는 채무상환 규모와 세수 전망, 사업 명세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위험도가 높다고 평가되면 발행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또 채권상환을 위해 적립해 둬야 하는 감채기금 적립 비중도 현행 최대 30%에서 50%로 상향 조정한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일방적으로 지불유예를 선언할 권한이 없다. 지자체 재정이 어려워지면 긴축재정 실시와 지방채 발행 등 해결책이 있기 때문이다. 지불유예를 선언할 정도면 시장을 비롯해 공무원들의 봉급을 삭감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책이 앞서야 한다는 것. 특히 문제가 된 판교특별회계의 경우 공동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성남시가 충분히 협의할 수 있지만 이런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지불유예 선언이 이뤄진 것이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이날 오후 LH와 성남시 관계자들을 모두 불러 이번 사안에 대한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도 성남시 발표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서는 등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득보다 실 많은 발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남시의 지불유예 선언이 “과장됐다”는 의견이 많다. 재정자립도가 70%에 육박하는 지자체가 지불유예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송태수 경원대 교수(도시행정학 전공)는 “성남시가 지불유예를 선언할 정도면 국내 지자체 가운데 (지불유예를) 선언하지 않을 곳이 없다”며 “다른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성남시 재정자립도는 올해 67.4%로 경기지역에서 가장 높다. 전국적으로도 기초자치단체 중 10위권에 해당한다.

성남시 내부에서는 참담함을 털어놓는 직원도 적지 않다. 재정난의 책임 유무를 떠나 호화청사로 지탄받은 데 이어 ‘부도회사’ 직원이라는 자괴감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부도선언을 하면서 플래카드까지 내걸고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다. 이런 이유로 12일 발표 직전까지 지불유예라는 표현을 놓고 찬반이 엇갈렸지만 이재명 시장이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성남시 홈페이지 등에서 “전직 시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과 “현 시장의 쇼”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결국 호화청사 매각 추진에 이은 지불유예 선언으로 이 시장은 다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취임 때 밝힌 새로운 비전 제시나 대화합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낳은 셈이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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