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 연임 포기…“국내에도 유능한 지도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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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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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대업을 이룬 허정무(54) 감독이 전진 대신 쉼표를 선택했다.

허정무 감독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결산 인터뷰에서 “부족한 저를 믿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감독을 맡겨주신 대한축구협회 이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운을 뗀 뒤 “차기 감독 인선에서 물러난다. 2년6개월 동안 계속 달려오면서 느낀 것도 많고 세계 최고라는 월드컵 예선과 본선에서 여러 가지를 보고 느낀 것이 많다. 잘못된 점, 부족했던 점은 연구해보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자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부도 해야겠지만 나 말고도 능력 있고 훌륭한 선후배 지도자들이 많다. 그 분들한테도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다시 한번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대한축구협회, 항상 호의를 베풀어 주신 언론 관계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또 붉은 악마 등 밤잠을 설치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해 주신 국민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깊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연임 포기에 대해 결정한 시기는 굉장히 멀기도 하고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같고 여러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기도 해서 빨리 결정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예선을 거치며 본선을 확정하고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코칭스태프들과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월드컵을 마치면 시간을 갖겠다고 말해왔다. 월드컵을 끝내고 오면서 협회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축구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허 감독이 연임을 해야 한다는 축구계 안팎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역시 우루과이전이 끝난 뒤 “우리나라에서도 장기적으로 대표팀을 맡을 감독이 나오는 것도 낫다”고 말해 연임에 무게를 실어줬다.

하지만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는 허 감독의 뜻은 단호했다.

그는 “우리 축구계에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다. 나도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 대표팀 감독이 중요하고 부담되는 자리이지만 그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지도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후임 감독이 나보다 더 잘 이끌어주고 한국축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연임 포기의 이유가 일부 축구팬들의 비난 때문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인터넷 댓글을 안본지 오래됐다. 10년이 넘었다. 그래서 왠만한 이야기를 들어도 괜찮다. 지금 부족한 것도 메우고 싶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는 것이 그가 언급한 내용.

그가 지휘봉을 놓게 된 것에 가족들의 만류도 있었다. 그는 “결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항상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나를 걱정하면서 아픈 것을 볼 때마다 미안했다. 몇 일이 걸릴 지, 몇 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향후 구체적인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축구계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 과분한 은혜를 입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계에 큰 빚을 졌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도처에 수도 없이 많다”고 대답했다.

K-리그 감독 복귀에 대해서는 “젊으니깐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도 한국축구 발전에 핵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축구는 인프라 확장도 되고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만 아직 미흡하다.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모든 면에서 기여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차기 감독으로 국내와 외국인 감독 중 누구를 선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우리나라 축구계에도 능력있는 지도자들이 많다. 국내 축구 지도자들이 능력을 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후임 감독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라고 묻자 “이상한 이야기가 떠돌기 전에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다. 국내 감독과 외국인 감독이 맡아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임 감독이 지나치게 깊이 이야기를 한다면 오히려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허 감독은 떠나면서 한국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체력, 정신, 조직 등은 뒤지지 않지만 기술적인 면, 경기운영, 상황판단, 볼 터치, 영리한 플레이, 패스, 일대일 돌파 능력, 수비 등 마음 한구석에 부족한 면이 있었다. 단 시간에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꾸준히 도전한다면 반드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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