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 이은미 “‘맨발의 디바’? 영광스럽고 행복한 애칭,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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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7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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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은미의 꿈은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변치 않고 무대위에서 열정을 불사르는 것이다.(스포츠동아 임진환)
가수 이은미의 꿈은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변치 않고 무대위에서 열정을 불사르는 것이다.(스포츠동아 임진환)
●맨발로 소리 위를 걷는 이은미, 세상의 온갖 사랑이 내 노래 속에
●이창동 장관 찾아가 상의한 끝에 발견한 지자체 문화예술회관

"그러고 보니 꽤 많이 했네요…하하."

누구나 그녀의 노래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노래 '어떤 그리움'에 관한 과거사를 털어놨더니, 이은미는 "세상의 온갖 연애가 다 내 노래 속에 녹아 있긴 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했던 어느 한때의 기억을 기어코 돌아보게 하는 그녀의 절절한 감성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은미는 "아마도 경험?"이라고 씨익 웃더니 '아'하는 짧은 탄식과 함께 "꽤 많이 했었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1년여 만에 새롭게 내놓은 노래 '죄인'도 역시나 가슴 한구석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다. 이은미는 "노래를 녹음할 때면 스태프 중 누군가 꼭 눈물을 보이고 만다"며 "노래 '헤어지는 중입니다'에선 작곡가 윤일상이, 이번엔 엔지니어가 그랬다"고 했다.

▶또 한번 슬픈 노래 '죄인'으로 돌아온 이은미

- 문득 궁금해졌어요. 왜 이은미는 슬픈 노래만 부를까요?

"그러고 보니 슬픈 노래들이 많았어요. 제 감정이 그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작년부터 그 생각을 많이 해요. 공연과 음반 준비하다보니 어느새 20년이 됐구나.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라고요. 꽤 기특하게 잘 버텼구나란 생각으로 말이죠."

- 의식하고 계시는군요.

"사실 슬픈 노래만이 아니라 왜 슬픈 노래가 더 사랑받을까가 정확하다고 생각해요. 시시각각 변하는 게 세상이고, 이에 가장 민감한 게 대중음악이지만 누군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 거친 목소리도 슬픔을 배가시키곤 합니다.

"아…. 원래 허스키했지만 지금처럼 거칠진 않았거든요. 대한민국 가요계가 가진 현실로 인해 혹사당한 면도 있어요. 확실한 것은 울림이 좋은 소리를 만들고 싶은 건 사실이에요. 이젠 제가 하고 싶은 소리에 거의 접근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야 하고요. 잠을 못자면 회복이 안 되거든요. 몸이 바로 악기니까요."
그녀에게는 '맨발의 디바'라는 영예로운 호칭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이런 타이틀은 때로는 멍에가 되기도 한다.(동아일보 DB)
그녀에게는 '맨발의 디바'라는 영예로운 호칭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이런 타이틀은 때로는 멍에가 되기도 한다.(동아일보 DB)

▶ 이은미 '맨발의 디바?'

이은미란 가수의 연관검색어는 흩어지는 일 없이 명확하게 2가지로 압축된다. 슬픔이 농축된 발라드가 첫 번째고, '맨발의 디바'란 애칭이 두 번째다. 공연 때면 맨발로 무대에서 붙여진 타이틀.

이은미는 '맨발의 디바'에 대해 "영광스럽고 행복한 애칭"이라면서도 "내 꾀에 내가 빠진 격"이라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 그래서 그런지 요즘엔 신발을 신고 공연도 하시던데요.

"어느 순간부터 굴레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동안 신을 신고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없어지진 않아서…. 가끔 신발을 벗으면 더 많은 호응을 보내주시더라고요.(웃음)"

- 아무래도 발을 다치기도 하겠죠.

"그럼요. 실제로 무대에서 많이 다쳤어요. 제 발은 영광의 발이죠. 그간 유리 조각에 밟혀 찢어지기도 하고, 못에도 여러번 찔리고…. 파상풍 주사도 많이 맞았어요. 몇 번 다치고 나서는 스태프가 무대 오르기 전에 무대 청소를 꼼꼼하게 해주죠."

맨발의 디바는 지난해부터 전국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소리 위를 걷다'라는 제목으로 진행 중인 이 공연은 지난해 33개 도시, 올해 42개 도시(예정 포함) 등 무려 75개 도시에서 펼쳐지는 전무후무한 전국 투어로 기록될 듯하다.

6월 26일에는 오후 4시와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소리 위를 걷다2'가 펼쳐진다.

이은미는 이날 무대에서 '소리 위를 걷다2'의 타이틀곡 '죄인'과 MBC TV 주말극 '민들레 가족'의 OST '녹턴'을 비롯해 '애인 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 '어떤 그리움' 등 히트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음악 인생 20주년을 맞은 이은미가 미니음반 '소리 위를 걷다'를 내고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동아일보 DB)
음악 인생 20주년을 맞은 이은미가 미니음반 '소리 위를 걷다'를 내고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동아일보 DB)

▶이제는 국내 대표하는 라이브 브랜드 '소리 위를 걷다'

- '소리 위를 걷다'는 이은미를 표현하는 또 다른 브랜드가 됐어요.

"가수는 대중이 원할 때 무대에 서서 노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죠. 이어지는 공연으로 숨이 찰 정도로 힘이 들기도 하지만 무대에서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붓는 그 순간이 행복해요. 올 연말까지 70여 도시를 소화할 예정이니,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공연이 될 거에요."

- 대부분 전국 지자체들의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다는 점이 특이하네요.

"네. 사실 이창동 감독님이 장관일 때 쳐들어가 상의한 적이 있어요. 가수들이 대중을 접할 공간이 충분치 않던 시절이라 나온 아이이어예요. 최근 시민, 구민회관 형식 극장들이 문화예술회관 타이틀 붙이는 게 유행이 됐어요. 근사하게 지어진 극장만 140개나 되는데 활용을 못하고 있더라고요. 지역 규모에 맞지 않게 과시용으로 크게 지어지다 보니 유지 보수에 예산이 다 나가더군요."

- 대개 건물만 번지르르하죠.

"극장은 있는데 예산이 없어서 극장에서 공연을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문화예술회관 문을 열어라. 내 개런티 1/3 줄이겠다고 선언하고요. 물론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담당직원들이 희생해서 공연이 이뤄졌고. 서서히 궤도에 올랐죠. 그러다 보니 너무 많은 도시에서 한꺼번에 요청이 왔고. 그게 2년이 된 것이죠. 총 140회 공연이 될 예정이에요.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초일 거에요."

-언제까지 '맨발의 디바' 소리를 들으며 공연을 하실 수 있을 것 같나요?

"맨발의 디바, 라이브의 여왕… 영광스럽고 행복한 타이틀이지만 안주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결국은 듣는 분들이 어떻게 들어주시느냐가 가장 큰 과제일 것 같아요. 대중이 다양성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이 50에 무대 위에서 락을 연주하는 모습만 상상하고 있어요. 아마도 티나 터너가 제가 그리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열심히 잘해서 저도 그 나이까지 무대에 서고 싶지요."

어느새 무대에 선 지 올해로 20년째가 된 이은미. 그녀는 스스로 "기특하게 잘 버텼다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선 '맨발의 디바' 이은미는 인생의 후반 레이스를 어떻게 장식할까. 그녀가 밝힌 작전은 단순명쾌했다.

"오늘처럼 내일도 맨발로 열심히!"

스포츠동아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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