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잉꼬부부였던 제니퍼 애니스턴(41)과 브래드 피트(47)를 그리워하는 팬에게 안타까운 후일담 하나. 피트가 제작해 개봉했던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원래 피트와 애니스턴이 부부 역할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촬영 직전 이혼했고 다른 배우로 교체됐다. 그래서일까. '시간 여행'에 실패한 피트는 아쉬운 마음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로 달래고 싶었을지 모른다.
애니스턴 또한 다른 방식으로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물론 그가 돌아가고 싶은 시간은 엑스트라, 전화상담원, 웨이트리스를 전전하던 20대 초반도,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가 사라진 걸 알게 된 아홉 살도 아니다. 그에겐 한 때 시트콤 한 회 출연으로 100만 달러를 벌던 시절이 있었고(2005년 시트콤 '프렌즈'에서 그가 받은 출연료는 당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2000년 브래드 피트와 말리부에서 호화 결혼식을 올리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낭만적인 시간여행을 즐기기에 대중은 정직하고 현실은 냉정한 법. 애니스턴이 브래드 피트의 부인, '프렌즈'의 레이첼이라는 과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이 대중은 그를 '오, 이 가여운 여자야(Oh, Poor girl!)'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게 도도했던 레이첼이 동정에 호소하는 '푸어걸'로 전락했다니. 이대로 과거만 그리워하다가 영원한 '과거'가 될지 모를 가여운 애니스턴을 위해 진단과 처방을 내려보기로 한다.
▶ 유일한 '엑스' 피트를 못 잊어?… 전 시어머니와 연락부터 끊어라
애니스톤의 '전' 남편 브래드 피트와 그의 '새' 부인 안젤리나 졸리.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5년 10월 애니스턴과 피트가 이혼절차를 마친 이듬해 1월, 안젤리나 졸리는 피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대중들은 졸리를 '가정파괴범(the home breaker)'이라고 비난했다.
이젠 애니스턴과 피트의 만남이 불륜으로 폭로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브란젤리나(Branjelina,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의 합성어)' 경호원 '빌'의 말을 빌리면 전 부부인 피트와 애니스턴은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 전까지 네 차례나 사적으로 만났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피트는 주위 시선을 피해 애니스턴의 차에 탔고 전 부부는 달콤한 밀회를 즐겼다는 것. '약 40분간 껴안고 키스했다'는 구체적 증언이 이어지는 걸 보면 이 둘의 관계가 확실히 정리된 건 아닌가보다.
물론 애니스턴도 전 남편의 정부(情婦)가 되길 원치 않을 것이다. 이혼 후 5년간 그녀 나름대로 피트를 잊기 위해 노력해왔다. 동료 배우 빈스 본(2006년)을 비롯해 전직 복서 출신 모델 폴 스컬포(2007), 2008년 만났다 헤어진 뒤 2009년 다시 재결합한 존 메이어까지…. 올해는 신작 영화 '바운티 헌터'에서 함께 출연한 제럴드 버틀러가 애니스턴의 새 남자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애니스턴이 버틀러의 아기를 가졌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문제는 피트만이 유일한 '엑스(예전 연인)'라고 믿는 것이다. 측근은 한 인터뷰에서 "'브란젤리나'의 관계가 매우 열정적으로 보이고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지만 젠(애니스턴의 애칭)은 아직도 둘이 끝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애니스턴의 근거 없는 믿음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 22일 영국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브란젤리나' 커플이 아들 매독스의 설득에 못 이겨 조만간 결혼할 예정이다. 그러니 가여운 애니스턴, 지금부터 피트의 엄마이자 전 시어머니인 제인과 연락부터 끊어야 하지 않을까. 애니스턴은 이혼 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제인과 가까이 지내며 브란젤리나의 동향을 듣고 있다고 한다.
▶ 보톡스 맞아서라도 그 시절로?… 시술보다 누드촬영이라도
GQ매거진 1월 커버를 장식한 제니퍼 애니스톤. 넥타이만 걸친 채 전라를 선보인 그녀는 39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레이첼'이라는 말이 있었다. 시트콤 '프렌즈'에서 레이첼 그린 역을 맡은 애니스턴의 헤어스타일을 일컫는 유행어였다. 그 정도로 애니스턴은 패션 아이콘이었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품 몸매의 상징이었다.
그런 애니스턴이 최근 "축 처져(saggy) 보이는 것 같다"며 보톡스를 맞고 싶다는 깜짝 발언을 했다. 젊음을 되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술을 계획하는 가운데 몇 달간 뉴욕에 있는 피부과 전문의의 전화 및 방문 상담을 부지런히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불과 1년 전인 2009년, 남성잡지 GQ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몸매를 과시했던 그녀가 왜 돌이킬 수 없는 시술의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까. "이젠 나이도 먹었고 못나 보인다"는 발언은 지난해 했던 인터뷰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난해 화보촬영 당시 그는 "20대나 30대 초반보다 지금이 더욱 편해졌다. 나는 건강해졌고 내 마음은 더 평화로워졌다. 마치 다시 어린애가 된 기분"이라고 우쭐해했다. 그 후 자신감을 얻은 그는 영화 '더 브레이크업'에서 깜짝 누드를 선보이기까지 했다. 한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도 했다. "잘 먹고 운동하고 내가 원할 때 욕망을 충족시키죠. 커피와 와인 한 잔, 일기쓰기 같은 것을 내가 황폐해져있다는 이유로 뺏을 수 없어요."
오랫동안 함께 하며 피트와의 결별과정을 지켜본 테라피스트의 죽음이 그녀의 불안한 정신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얘기하면 지나친 억측일지 모른다. 다만 애니스턴에게 필요한 건 보톡스 같은 시술보다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기를 쓰거나, 새로운 테라피스트를 찾는 게 아닐까. 아니면 건강하고 평화로워졌다고 일시적으로 착각하게 해줄 누드 화보 촬영을 지속적으로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 아직도 옆집 사는 스위트하트?… 다시 태어나야 할 시간
뉴욕포스트는 최근 애니스턴에게 따끔한 지적을 했다. "애니스턴은 더 이상 좋은 친구를 연기할 수가 없다. 그녀는 나이 들었고 미국인들의 옆집에 사는 스위트하트(Sweetheart)를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다. 그녀에겐 뭔가 강력한 모닝콜이 필요하다."
흥행보증수표로 통했던 애니스턴이지만 이혼한 전 부부의 쫓고 쫓기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 영화 '바운티헌터'의 실적은 초라했다. 최근 출연한 영화 중에서 '말리와 나'를 제외하면 '러브매니지먼트' '러브 해픈스' 등 기존의 사랑스러운 연인 이미지를 고수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평단의 혹평과 관객의 냉담한 반응을 얻었다. 오죽했으면 안젤리나 졸리처럼 액션 배우로 변신할 것을 권유받았을까.
데뷔 초 공포영화에 출연한 후 연기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는 그녀에게 당장 파격적인 변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다만 어릴 적부터 저널리스트인 바바라 월터스 같은 강한 여성을 존경하며 자랐다는 애니스턴이 연기에 있어 좀더 과감해질 필요는 있다. 사랑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자나 애니스턴의 개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혼녀 역할은 이제 그만, 업종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녀는 정답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지금이 다시 태어나야할 시간이죠. 갖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뒤돌아보는 사람을 싫어해요. 하지만 드류 베리모어가 영화감독을 하는 건 부럽더군요. 그녀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그것이 내가 지금 내 인생을 느끼는 방법이죠. 아, 맞다. 데미 무어를 사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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