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학벌-출신 때문에 묻힌 인재 없는지 돌아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 공자의 신분타파 인재관

공자의 제자 중에 중궁(仲弓)이 있었다. 중궁은 능력과 인격을 겸비한 제자였다. 공자는 그를 아꼈고 늘 곁에 두었다. 그러나 중궁의 아버지는 신분이 천하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물로 유명했다. 많은 사람은 중궁의 출신을 문제 삼으며 공자에게 그를 멀리하라고 제안했다. 공자는 출신과 배경이 장애가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얼룩소 새끼가 붉은색이고 뿔도 잘났다면 제사를 받는 저 산천이 그 소를 마다하겠는가(子謂仲弓曰, 犁牛之子가 성且角이면 雖欲勿用이나 山川其舍諸아)?”

여기서 이우(犁牛)는 얼룩소란 의미다. 당시 제사에는 붉고(성), 뿔(角)이 있는 소만 사용했다. 얼룩소는 제사에 사용할 수 있는 제물감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자는 이우지자(犁牛之子), 즉 얼룩소의 새끼라도 붉은색에 잘난 뿔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제사용으로 쓸 수 있듯이, 출신이나 성분보다는 현재의 그 사람이 더욱 소중하다고 주장했다.

공자가 살던 시대에는 신분이 중요했다. 부모의 신분과 처지가 좋지 못하면 그의 자식이 아무리 훌륭해도 인정받지 못했다. 공자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깨고 오로지 사람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에도 인사가 만사라고들 한다. 조직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멀리서라도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출신과 배경, 학벌 등만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해, 훌륭한 능력과 자질이 있음에도 과감하게 등용하지 못한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백락(伯樂)은 천리마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가 꼽은 말은 남들이 보기에는 별 볼 일이 없었다. 백락상마(伯樂相馬), 취지어수(取之於瘦). 백락이 말을 고를 때 여윈 말 중에 명마를 뽑아낸다는 뜻이다. 남들은 비록 별 볼 일 없다며 거들떠보지 않는 말도 사실은 때와 주인을 못 만나서 그럴 뿐이지, 얼마든지 명마로 거듭날 준비가 되어 있다. 리더도 훌륭한 인재를 뽑을 때(聖人相士), 주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중에 선발해야 한다(取之於疎). 비록 지금은 멀리 있지만 보석처럼 숨겨진 인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천리마는 언제든지 있다. 그러나 천리마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백락은 언제나 있는게 아니다. 세상에는 천리마를 알아보는 훌륭한 안목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천리마가 있게 된다.”

한나라 때 문장가 한유(韓愈)가 쓴 ‘잡설(雜說)’에 나오는 구절이다. 하루는 백락이 태항산(太行山) 고개를 넘어갈 때 소금을 싣고 힘들게 걸어가는 말을 본 적이 있었다. 백락이 그 말이 천리마임을 알아보고 얼른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주었더니 그 말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천리마의 위용을 갖추었다고 한다. 한유는 이렇게 말을 잇는다.

“아무리 명마라도 노예의 손에 이끌려 짐을 싣고 가면 평범한 말로 어느 이름 없는 곳에서 생을 마칠 것이며, 천리마란 칭호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인재를 제대로 쓰려면 그만큼 대접해줘야 한다. 백락이 있고 난 후에야 천리마가 있을 수 있듯이,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얼룩소의 새끼로 태어났더라도 붉고 뿔 달린 소라면 제사에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우리 주변에 오로지 학벌과 출신 때문에 숨겨져 있는 ‘붉은 소’는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정리=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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