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탈출, 기계치’ 프로젝트/기본편- MP3+PMP

  • 동아일보

‘업뎃’… 파일넣기… 아이와 함께하다 보면 나도 어느새 ‘달인’

엄마들도 조금만 관심 가지면 자녀들 기기 얼마든지 척척
자녀에게 맞는 제품 고르려면 부모가 기능-작동법 제대로 알아야

《학부모는 첨단기능으로 가득한 디지털기기가 두렵다. 자녀가 손에서 절대 떨어뜨리지 않는 첨단기기 세 가지는 MP3플레이어, PMP(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 휴대전화. 여기에 자녀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스마트폰이 최근 가세했다. 디지털기기, 이제부턴 겁내지 말자. 과감히 도전해 자녀와의 세대 차를 극복해보자. 디지털기기에 능통해지는 노력을 통해 자녀와의 소통의 문을 활짝 연 엄마, 아빠들의 경험담이 여기 있다. 이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디지털 키드와 가까워지는 법을 배워보자. 이름 하여 ‘학부모의 기계치 탈출 프로젝트’. 먼저 ‘기본편’에선 비교적 친근한 MP3플레이어와 PMP를 다루고, 이어 ‘심화편’에선 학부모들 사이에 두려움의 대상으로 떠오른 아이폰이 등장한다.》

초등학교 3, 5학년 두 아들을 둔 직장인 이태권 씨(45·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주말 아침은 아들의 MP4플레이어(동영상 기능이 있는 MP3플레이어)에 음원과 뮤비(뮤직비디오) 동영상을 ‘업뎃’(업데이트의 줄임말)하느라 분주하다. 일단 인터넷 음악 유료 내려받기 사이트에 접속해 큰아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빅뱅’과 ‘2PM’의 신곡을 내려받는다. 좋아하는 가수의 최신곡이 없을 때는 사이트의 주간 1∼100위 인기가요 차트를 그대로 내려받는다. 어라? 2PM의 ‘heartbeat(하트비트)’와 ‘기다리다 지친다’ 뮤직비디오를 담기엔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 이 씨는 아들의 MP4플레이어의 서비스 페이지를 열고 지난주에 업데이트했던 뮤비들을 삭제한 후 새것들을 담았다.

작업이 한창일 때 아들이 “아빠, 영어학원 숙제로 매일 CD 다섯 번씩 들어야 해요. MP4플레이어에 영어듣기 파일 넣어주세요”라며 교재에 첨부된 듣기 CD를 가져왔다. 어학용 CD를 MP3에 적합한 파일로 변환한 뒤 아들의 MP4플레이어에 저장하는 것도 아빠의 몫이다. 이 씨는 CD를 컴퓨터 CD 드라이브에 삽입하고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창을 열었다.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 화면 위쪽 창에 있는 ‘리핑(디지털 형식의 음성 데이터를 컴퓨터에서 처리할 수 있는 파일 형식으로 변환하는 일)’ 버튼을 클릭. 조금 전 삽입했던 어학 CD의 재생 목록이 떴다. 저장버튼을 누르니 컴퓨터 C드라이브에 있는 ‘내 음악’ 폴더에 오늘 날짜 오디오 파일로 저장됐다. 이 씨는 이 파일을 다시 서비스 페이지를 통해 MP4플레이어에 저장했다.

이 씨는 초등생인 아이의 ‘분신’과도 같은 MP4플레이어와 PMP에 대해 아이보다 잘 아는 아빠다. 제품을 사줄 때부터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물론 작동법, 아이가 주로 사용하는 기능,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까지 세심히 살핀다. 이 씨는 “자타공인 ‘기계치’ 엄마들이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자녀가 사용하는 수준의 디지털기기 사용법을 마스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한 반에 MP3(혹은 MP4)플레이어가 없는 친구들이 거의 없다.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모델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본 기능이 잔뜩 든 비싼 제품을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른다. 이 씨는 “제품에 대해 부모가 더 잘 알아야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학원버스에서 왕복 1시간 반 이상을 보내는 아들 원영 군(12·서울 신도림초 5)이 버스 안 자투리 시간에 음악이나 영어를 듣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MP3플레이어를 사줬다. 제품을 고를 때부터 신중을 기했다. 무엇보다 △어떤 기능이 있는지 △주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자녀의 연령과 필요에 맞는 용량인지를 꼼꼼히 따져봤다.

제품 가격도 천차만별. 온라인 쇼핑몰에는 1만∼2만 원에 파는 중국산 제품도 많다. 영어 듣기에만 사용한다는 의도로 구입하지만 구입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어폰이 고장 난다거나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원영 군도 세 차례 시행착오 끝에 현재 쓰는 제품을 구입했다. 이 씨는 “초등 고학년이라면 애니메이션 몇 편,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뮤직비디오, 영어듣기 파일까지 충분히 들어가는 8기가 용량 정도가 적당하다”면서 “친구들과 경쟁하듯 더 좋은 제품을 사달라고 조르지만 아이들이 쓰다보면 고장 나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0만 원대 제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주부 이은경 씨(45·경기 과천시)는 중학생인 자녀가 PMP를 사용하도록 전략적으로 유도한 경우다. 이 씨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다소 내성적이었던 아들 남궁홍석 군(16·숭실대 산업정보시스템학과 1)이 TV 드라마도 보면서 더 즐겁게 지내기를 바랐다. 이때 이 씨가 생각해 낸 것이 PMP. 이 씨는 코원(COWON)의 PMP인 p5를 구입한 후 미드(미국드라마)를 내려받아 보는 방법, EBS 강의를 듣는 방법을 아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줬다. 아들은 ‘프리즌 브레이크’ ‘히어로스’ 등 유명한 미드를 자막 없이 보며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을 향상시켰고 EBS 강의를 내려받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PMP로 보며 공부했다.

이 씨 가족에게 PMP는 ‘자녀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이 씨는 “일부러라도 아들이 PMP로 보는 미드를 한두 편 본다거나 작동법을 익혀두었다가 ‘그 드라마 주인공 멋있더라’ ‘○○는 다운을 어떻게 받니?’라며 대화를 유도했다”면서 “PMP의 부작용으로 골치 아파하는 부모들이 많겠지만 어차피 부모가 24시간 자녀를 관리할 수 없다면 차라리 PMP를 자녀와의 대화 통로로 삼아보라”고 조언했다.

자녀가 초등 저학년이라면 아이가 원한다고 해도 가급적 MP3(MP4)플레이어를 사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태권 씨는 “아이가 혼자 집 밖을 다니면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을 때 교통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어폰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올 만큼 볼륨이 높을 때는 반드시 낮추도록 타이른다”고 했다. 음악과 동영상을 직접 내려받아 주기 때문에 MP4플레이어에 야한 동영상을 담고 있을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노출될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 “컴퓨터를 하다가 이상한 팝업 창이 뜨면 창을 닫고 클릭하지 말아라” “아무 동영상이나 내려받지 말아라”고 일러뒀다.

전자제품 사용에 부모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대응하는 것도 자녀의 반감을 살 수 있다. 이은경 씨는 “혹시 아이가 PMP를 노는 데만 쓰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공부하는 데 잘 쓰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면서 “사줄 것인지 말 것인지는 부모의 결정이지만 기능, 작동법, 사용법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