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티끌 모아 태산… 무의식적 행동 모아 에너지로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구글, 링크하는 습성 재활용해 성공
회전문-발걸음 이용해 전기생산도

미국 도서관들은 최근까지 장서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때문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낭비했다. 서적을 일일이 스캔하고 글자를 추출해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 과정에서 책의 보존 상태가 나빠 스캔한 문서의 글자를 읽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일일이 글자를 읽고 새로 입력해야 했다.

루이스 폰 안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동을 이용해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이른바 ‘리캡차(reCAPTCHA)’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이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할 때 의도적으로 비틀어진 이미지의 글자를 입력하도록 요구하는 ‘캡차(CAPTCHA) 프로그램’의 검증을 거친다는 점에 착안했다. 캡차는 컴퓨터프로그램을 이용한 대량 자동회원 가입을 막기 위해 사람만이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글자 이미지를 제시하는데 이 이미지로 도서관 장서의 흐릿한 스캔 이미지를 끼워 넣은 것이다. 사람들은 회원 가입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미국 도서관 장서의 디지털작업을 돕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하루 평균 2000만 단어가 수정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행동 자체가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되고 있다. 무심코 반복되는 인간 행동과 에너지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나 에너지원을 찾아내는 기업이 적지 않다.

○ 구글이 야후를 잡은 비결은 ‘인간행동 재활용’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으로 꼽히는 구글. 이 회사의 독보적인 검색기술도 인간 행동의 재활용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은 웹문서를 만들 때 다른 문서에 동일한 내용이나 참조할 만한 내용이 있으면 링크(link)한다. ‘페이지랭크(PageRank)’라 불리는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은 바로 이 점을 이용한 기술이다. 즉, 얼마나 많이 링크(backward link)돼 있느냐에 따라 문서의 가치를 가늠해 검색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구글은 ‘링크’라는 인간 행위(behavior)를 재활용(recycling)해 최상의 결과를 제공하는 검색엔진을 만들어냈다.

비즈트렌드연구회 강희흔 씨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최신호(42호)에서 구글의 사례처럼 인간행동의 재활용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방법을 제안했다. 이는 인간 행위를 확보하고 재활용하는 전략이다.

먼저 인간 행위를 확보하기 위해 ‘행위 발굴(behavior sourcing)’과 ‘행위 디자인(behavior design)’을 고려해야 한다. 구글의 페이지랭크는 링크라는 행위를 재해석해 활용한 ‘행위 발굴’ 사례이며 리캡차는 인간 행동을 유도하는 ‘행위 디자인’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인간 행위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는 행위 패턴을 찾아 모방(pattern-follower)’할지, ‘새로운 재활용 패턴을 창조(pattern-creator)’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 씨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구글의 페이지랭크는 기존 학계에서 논문을 인용하고 가치를 결정하는 행동 패턴을 모방했다. 반면 리캡차는 컴퓨터를 통한 대량 부정 가입이 골칫거리가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기존 행위를 재활용해 새로운 패턴을 창조했다.

강 씨는 “사람의 행위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막대한 ‘노동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 혁신의 중요한 원천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구글은 이를 통해 야후가 지배하고 있던 검색산업의 판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 버려지는 ‘휴먼 에너지’도 재활용

인간 행동의 재활용이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2009년 9월호)는 사람들의 정신과 물리적 에너지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네덜란드의 드리베르겐차이스트 기차역. 사람들이 매일 드나드는 회전문은 ‘작은 발전소’다. 사람들이 회전문을 밀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해 작은 전등을 켜도록 고안된 특수 회전문이기 때문이다.

일본 동일본철도는 도쿄 역을 매일 드나드는 통근자 180만 명의 발걸음에서 에너지를 얻는 획기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압력이 가해지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가 장착된 특수 발판을 개찰구에 설치해 사람들이 이를 밟고 지날 때마다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군중 발전(Crowd Farming)’이다.

아직은 하루 평균 전력생산량이 100W 전구를 몇 분간 켤 수 있는 에너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일본철도는 에너지 효율을 개선해 ‘인간전력’으로 전광판 등 역사 시설 운영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점인 세인즈버리는 6월 글로스터점에 유럽 최초로 자동차의 이동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차장을 개설했다. 이 매장은 앞으로 자동차가 스프링이 달린 ‘역학 발판’을 지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해 매장 계산대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는 한 시간에 약 30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서 휴먼에너지의 재활용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을 생산하는 회전문을 제작하는 분에담 측은 “전력 생산보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HBR는 휴먼에너지 재활용에 대해 낭비된 에너지를 재사용하는 방안이라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반론도 있다고 소개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b>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2호(2009년 10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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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과 경영/이브생로랑, N세대를 껴안다

이브생로랑, 샤넬, 버버리 등 많은 명품 브랜드가 블로그나 트위터 등을 이용해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머지않아 사회 모든 분야, 특히 명품 패션산업의 주 소비 계층으로 N세대가 부상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인터넷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온 이들은 블로그나 게시판 등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이를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데 적극적이다. 명품 브랜드 또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

▼Management @ Sports/“생각을 바꾸면 야구도 돈 된다”

히어로즈 야구단의 이장석 대표는 한국 프로야구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야구단 운영을 통한 수익 창출을 추구하는 괴짜다. 그는 입장료 현실화, 중계권료 인상, 활발한 선수 트레이드 등이 이루어진다면 야구 사업에서도 얼마든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돈을 벌기 위해 야구단을 운영한다는 데 거부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史記의 리더십/충고를 무시한 주(周) 여왕의 몰락

서주(西周) 왕조의 제10대 왕이었던 여왕은 소인배 영이공을 기용하고, 자신을 비방하는 자들을 죽였으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몰두했다. 결국 그는 나라를 위기에 몰아넣고 쫓겨났다. 여러 신하가 일찌감치 이런 위기 상황을 예감하고 충고했으나 여왕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충직한 신하들의 충고와 백성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탄압한 리더들은 끝내 망국의 화를 면치 못했다.

▼위기관리 트레이닝/‘뺄셈’이 아닌 ‘덧셈’의 기술을 구사하라

이제 소비자들은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통해 얼마든지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이 자사의 나쁜 뉴스에 대처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소비자 블로그에 실린 자사의 나쁜 뉴스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뺄셈’에 치중하기보다는 자사의 입장을 적극 알리는 ‘덧셈’ 전략을 취해야 한다. 덧셈 기술을 구사하려면 기업도 미디어 파워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 블로그처럼 자사의 뜻을 밝히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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