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워싱턴 온 옐친,한밤 술취해 속옷차림 거리 배회”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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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저술가, 클린턴과의 인터뷰 공개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대통령이 1995년 미국 워싱턴 방문 때 한밤에 술에 취해 백악관 앞 길거리를 배회하는 등 소동을 피운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퓰리처상 수상 경력이 있는 저술가인 테일러 브랜치 씨(62)는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79차례 가진 인터뷰를 토대로 곧 펴낼 ‘클린턴의 테이프’라는 책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21일 USA투데이에 따르면 당시 임기 종반기에 접어든 클린턴 대통령은 저녁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브랜치 씨를 백악관으로 불러 이런저런 일을 회상하며 소회를 털어놓곤 했다. 두 사람은 20대 중반인 1972년 한 아파트에서 룸메이트로 지낸 바 있다.

○ 옐친의 소동

1995년 미-러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옐친 대통령은 백악관 옆 블레어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블레어하우스는 외국 정상용 영빈관으로 한국 대통령들도 자주 묵는 곳이다. 그런데 한밤중에 미국 대통령 경호실인 비밀경찰국(Secret Service) 요원들이 백악관 인근 길거리(펜실베이니아 애버뉴)에 속옷 차림으로 서 있는 옐친을 발견했다. 술에 취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옐친은 꼬인 혀로 “피자를 먹고 싶다”고 웅얼댔다.

다음 날 밤 옐친은 블레어하우스 계단을 거꾸로 기어 지하로 내려가다 경비원에게 들켰다. 경비원은 러시아인 취객이 들어온 걸로 여겼으나 비밀경찰국 요원들이 옐친임을 확인한 뒤 숙소에 데려다줬다.

○ 르윈스키 스캔들

클린턴은 르윈스키 스캔들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러다 단 한번 “내가 망가진 상태일 때 그 일이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어머니의 별세(1993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참패(1994년), 화이트워터 스캔들(클린턴 부부가 관련됐던 부동산개발 투자 의혹) 조사 등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백악관 인턴과 부적절한 관계에 빠져들었다는 것.

○ 앨 고어와의 다툼

2000년 12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앨 고어 부통령이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패한 뒤 클린턴과 고어는 2시간이나 설전을 벌였다. 클린턴은 고어에게 “만약 내가 아칸소나 뉴햄프셔에서 지원유세를 했다면 민주당이 이겼을 것”이라며 고어 캠프가 현직 대통령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고어가 “(스캔들로 인한) 대통령의 수치스러운 그림자는 선거기간 내내 괴롭힌 장애물이었다”고 대꾸해 상호 비난전이 폭발했다.

한편 클린턴은 부시에 대해선 “대통령 자질은 부족하지만 선거 감각이 예리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시의 경쟁자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선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지만 선거를 할 줄 모른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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