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석순]세종기지 폭력사건 철저한 원인 규명을

  • 입력 2009년 9월 22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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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세종기지 폭력사건을 언론에서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남극 동계기간인 7월 한 대원이 다른 대원을 폭행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뒤늦게 공개된 것이다.

1988년 준공된 남극세종과학기지는 한국 극지연구사업의 본거지다. 한국은 후발국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간 극지연구대원들의 헌신의 노력 끝에 남극조약 가입 47개국 중 상위권 국가로 발전했다.

세종기지 월동연구대원은 보통 17명이 1년 기한으로 교대하는데 근무기간 중 단 한 번의 외출이나 외박 휴가도 없을 만큼 고되게 근무한다. 월동대원들은 각자 책무 외에도 여름(12월∼이듬해 2월) 한때를 제외하고는 추위(평균 영하 섭씨 30도)와 눈보라, 깜깜한 밤과 싸워야 한다. 기지에 갇힌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히 심리적 고립감, 불안감 등으로 신경이 예민해져 정서 장애나 간혹 이상 행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실례로 1984년 아르헨티나 기지에서는 기지 대장이 정신착란으로 기지에 불을 지른 큰 사고가 있었다.

한국은 2003년 조디악 전복사고로 전재규 대원을 잃는 사건을 겪었지만 그래도 남극에서는 모범적인 기지운영국으로 칭찬을 받아왔다.

한국은 2009년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남극 취항, 2012년 남극 제2기지 건설 등에 전력을 경주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사건의 원인부터 철저히 규명하고 일벌백계로 사건을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 월동대 근무경험자 등의 의견, 여론 등을 수용해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윤석순 한국극지연구진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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