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IBM 사람들은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치료법 개발을 돕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의료사업도 시작했느냐고요? 아닙니다. 점심시간에 컴퓨터를 켜 두고 식사하러 가거나, 근무시간 중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에 쉬고 있는 컴퓨터를 신종 플루 연구진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죠.
미국 텍사스주립대 의대 연구진들은 이렇게 ‘잠시 쉬고 있는 컴퓨터’의 능력을 조금씩 끌어와 신종 플루 치료제를 개발합니다. 이들은 신종 플루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도 대처할 수 있는 치료약도 만들 계획입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기술이 바로 ‘그리드 컴퓨팅’입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 각국의 보통 컴퓨터에서 약간씩 능력을 모아 하나의 슈퍼컴퓨터처럼 사용하는 것이죠. IBM은 2004년 11월 비영리 기구인 월드커뮤니티그리드(WCG)에 이 기술을 무료로 제공해 여러 공익적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 슈퍼컴퓨터를 사지 못하는 비영리 기구에서 세계인의 작은 도움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슈퍼컴퓨터는 처리능력 기준으로 볼 때 세계에서 5번째로 강력한 슈퍼컴퓨터라는 게 한국IBM의 설명입니다.
김상훈 산업부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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