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공단 신변안전보장 이대로는 안 된다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북한이 이달 13일 석방한 현대아산 개성공단 주재원 유성진 씨에게 남한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활동했다는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우리 정부가 어제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욕설 등 언어폭력을 포함한 강압적 조사와 비인도적 처우도 있었다. 물리적 폭력은 없었다고 하지만 가족과 변호인 접견이 차단된 상태에서 무려 137일 동안 조사한 것 자체가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

북은 유 씨에 대해 가족과의 전화나 우리 측 관계자의 접견도 불허했다. 북은 ‘남측 인원의 신체 주거 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하고 조사를 받는 동안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남북 합의를 어긴 것이다. 그러고도 북한은 유 씨를 석방하면서 숙식비 명목으로 2000만 원을 받아냈다. 정부는 유 씨 석방 과정에서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북은 사실상 몸값을 받고 풀어줬다.

정부는 유 씨가 석방되기 전에 ‘억류 근로자 문제가 개성공단 문제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 씨의 석방으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됐다고 판단할지 모르나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달라진 것은 없다. 북이 멋대로 근로자를 억류하고 남북 합의를 위반한다면 어떤 기업인이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할 것이며 누가 근무하려 하겠는가.

게다가 2004년 이후 북한 체제에 대한 비난과 여성 근로자 접촉 등을 이유로 북측의 조사를 받고 추방된 남측 개성공단 근로자가 4명이나 더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기존 남북 합의의 신변안전보장 조항을 보완하는 조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북한은 21일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및 개성공단 등 체류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대남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정부는 개성공단 체류 근로자의 신변안전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모든 논의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유 씨의 경우를 보면 지난달 30일 동해에서 기계 고장으로 북한에 넘어간 뒤 28일째 억류돼 있는 연안호 선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북한은 계속 조사 중이라지만 단순한 사고를 조사하는 데 한 달씩 걸릴 이유가 없다. 북은 선원들을 당장 석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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