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우명호]車산업, IT연계 도약을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세계 경제는 아직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GM의 몰락으로 자동차산업 선진국과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에 한국 자동차산업의 움직임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한국은 고유 모델인 포니를 생산한 지 30여 년 만에 전 세계의 찬사와 질시를 동시에 받을 만큼 급속한 성장을 이루면서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 됐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를 제외하고 자동차를 생산하는 후발 자동차 생산국에는 한국 중국 스페인 브라질 인도 멕시코가 있다. 이 나라들 중에서 선진국이 유독 한국 자동차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대한민국 고유 브랜드 자동차로 전 세계를 상대하고 있으며, 최근의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오히려 빠른 속도로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다른 후발 자동차 생산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반도체산업과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정보기술(IT)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도체와 IT는 미래자동차의 핵심 기술로서 지난 1세기 동안 선진국만이 누렸던 기술우위 특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 30여 년 만에 세계 일류 회사와 어깨를 견줄 만한 양질의 차를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자동차 선진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에 이어 또 다른 힘겨운 상대가 등장한 셈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만 따져도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이른다. 또 자동차 판매 후에 일어나는 서비스 금융 보험 부품사업을 합하면 전체 GDP의 약 10%에 이른다.

따라서 자동차산업을 빼고 미국의 경제를 얘기할 수 없다. 더구나 미국의 경우 반도체 매출의 20%, 생산 장비 산업의 45%, 고무제품 관련 산업의 78%, 심지어 백금 같은 귀금속 산업의 40%를 자동차와 관련된 사업에서 얻는다. 이와 같이 다른 분야에 엄청나게 파급 효과가 큰 사업이기 때문에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국의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의 자동차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독일 등 다른 선진국의 경제에서도 자동차산업의 중요성은 마찬가지다.

이렇게 중요한 우리 자동차산업이 지난 외환위기 때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많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공급 과잉에 따른 국가경제의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가 주도한 이른바 대기업 빅딜 소용돌이 속에 삼성자동차는 르노로, 대우자동차는 GM으로, 쌍용자동차는 중국 상하이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러나 불과 10여 년 만에 공급 과잉에 별 볼일 없다던 국내 자동차회사는 르노나 GM 내에서 최고가 됐으며 당당한 사업파트너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자동차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는 이유와 선진 자동차회사의 관심은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다. 국내 자동차회사뿐만 아니라 선진 자동차회사로부터 인정받는 우리 부품회사의 기술경쟁력도 한몫한다. 무엇보다 기술 인력의 부지런함과 우수성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잘 살펴봐야 한다. 경제 전반에 걸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산업인 만큼 이번 기회에 자동차산업이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쌍용자동차와 GM대우를 비롯한 자동차산업 전반에 관해 IT와 전자산업을 연계하는 큰 틀을 갖고 전략적이고도 현명한 구조조정을 마련해볼 때이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국내 자동차산업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선우 명 호 한국자동차공학회장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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