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와, 홈런이다!”… 프로야구장의 ‘달라도 다함께’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프로야구 관람 초청 행사의 참가자들이 두산 김경문 감독(가운데)을 비롯한 선수단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과 경기 안산시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부모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 제공 두산 베어스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프로야구 관람 초청 행사의 참가자들이 두산 김경문 감독(가운데)을 비롯한 선수단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과 경기 안산시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부모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 제공 두산 베어스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 100여명
잠실구장 찾아 두산-LG전 관람

다문화가정 어린이인 황진 군(9·경기 안산 본오초교 3학년)은 요즘 야구에 푹 빠져 있다. 지난해 한국 야구 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야구팬이 됐다. 학교에서도 틈만 나면 친구들과 야구를 한다. 집에서는 TV를 통해 프로야구 경기를 시청한다. 이래저래 영락없는 ‘프로야구 키드’다.

좋아하는 구단은 두산 베어스. 좋아하는 선수는 두산 선수단 전원이다. 하지만 직접 야구장을 찾은 적은 없다. 집이 있는 안산에서는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데다 아버지는 직장 일이 바빠 서울로 경기를 보러 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두산 베어스가 공동 기획한 다문화가정 프로야구 관람 초청 행사가 11일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황 군은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그날 공교롭게 하루 종일 비가 내려 행사가 취소되고 말았다. 황 군은 풀이 죽었다.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LG전. 다문화가정 프로야구 관람 초청 행사가 일주일 연기돼 열렸다. 황 군은 신이 났다.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과 구장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탄성을 질렀다. VIP석에 앉아보기도 하고 더그아웃도 구경했다. 황 군은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야구공도 2개나 준비했다.

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이던 두산 선수단은 황 군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줬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정말 잘 오셨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편안하고 즐겁게 보고 가세요”라며 손수 선수들을 불러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황 군은 준비했던 야구공에 두산의 인기 선수 김현수와 이종욱의 사인을 받았다. 주장 김동주는 황 군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잘 커서 훌륭한 야구 선수가 돼라”고 덕담을 건넸다. 황 군은 “너무 기분이 좋다. 오늘 받은 사인을 친구들에게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 때부터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황 군은 두산 구단이 제공한 햄버거로 저녁을 때운 뒤 경기 내내 큰 소리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난생 처음 막대풍선도 신나게 두드렸다. 0-2로 뒤진 7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김동주는 황 군이 보란 듯이 LG 선발 서승화의 가운데 높은 슬라이더를 맞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장쾌한 홈런을 때렸다. 관중석에 있던 황 군은 “와! 홈런이다”라고 외치며 누구보다 크게 박수를 쳤다.

칠레에서 남편을 만나 1999년에 결혼했다는 황 군의 어머니 베로니카 씨(31·페루)는 “진이가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좀처럼 야구장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산시를 비롯해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 영등포구, 구로구의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부모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야구장을 찾은 네니타 씨(39·필리핀)는 “아이들을 데리고 야구를 직접 보고 싶었는데 그 소박한 꿈이 이뤄져 행복하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오늘 구경 온 아이들 중 앞으로 프로 야구 선수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오늘처럼 뜻 깊은 행사를 앞으로도 자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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