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주민 더 배고프게 만드는 평양 햄버거 가게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평양에 북한 최초의 패스트푸드 전문점이 등장했다. 지난달 초 영업을 시작한 이 가게에서는 20대 여성 종업원 15명이 ‘다진 쇠고기와 빵(햄버거)’, ‘구운 빵 지짐(와플)’을 판다고 한다. 북한 정권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동원해 햄버거 가게의 개점을 선전했다. 외부 지원으로 간신히 기근을 모면하고 있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햄버거와 와플을 즐기고 있다니, 갑자기 고기와 밀가루가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했다는 것인가. 북한 정권은 뻔뻔스럽게도 굶주리는 주민 앞에서 패스트푸드 쇼를 벌이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평양 광복거리에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이 생겼다. 조선신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요리사들이 이탈리아에서 요리법을 배웠고, 매일 주민들이 몰려 삐짜(피자)와 스빠게띠(스파게티)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어이가 없다. 북한 주민들이 외국 음식을 즐길 정도로 풍족하다면 왜 탈북 행렬이 이어지는가. 주민들이 햄버거와 스파게티로 배를 채울 수 있다면 왜 ‘강영실(강한 영양실조) 동무’ ‘꽃제비(거리를 떠도는 굶주린 아이들)’ 같은 극심한 식량난의 피해자들이 계속 생겨나는가.

평양이 특별한 곳이기는 하다. 탈북자들은 “평양 주민 상당수가 외국 주재원으로 나가 있어 할당된 달러만 정부에 내놓으면 나머지는 자신들을 위해 풍족하게 쓸 수 있다”며 “평양은 북한의 별천지 같은 곳”이라고 증언한다. 설사 그렇다 해도 평양을 제외한 북한 전역의 대다수 주민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평양의 햄버거 가게 소식은 그렇지 않아도 비어 있는 북한 주민의 배를 더 오그라들게 할 것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 상하이TV의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관계자들을 초청해 체제 홍보를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북한 의료진이 첨단장비를 갖췄다고 자랑하는 동안 병원은 정전으로 깜깜해졌다. 이를 본 많은 중국 시청자들은 “북한 주민이 불쌍하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며 북한 당국을 비난했다. 햄버거 가게와 이탈리아 식당 선전극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북한 정권의 어리석음만 드러낼 뿐이다.

주민들의 고통을 끝내 외면하면 언젠가는 정권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 정권이 먹을 것을 가지고 알량한 선전공세나 편다면 외부의 식량지원도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주민들만 더 힘겨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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