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창식]한국 프로축구팀도 맨유처럼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07년에 이어 올해도 FC 서울과 24일 친선경기를 치르기 위해 방한했다. 팬들에게는 맨유의 화려한 서울투어가 가슴 설레는 이벤트였겠지만 프로축구 구단을 운영하는 분들에게는 아마도 착잡한 기분을 들게 할 것이다.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아시아 투어’로 돌면서 팀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엄청난 돈까지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맨유는 좋은 경기 내용으로 전 세계, 특히 아시아의 많은 팬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 이적, 스폰서 유치, 중계권 판매, 입장권 판매, 머천다이징 상품 판매에서 많은 수익을 올린다. 맨유의 자산가치는 2조 원이 넘고 연 매출은 6390억 원, 영업이익은 2000억 원에 이른다.

스포츠 마케팅업, 특히 프로축구단에 종사하는 모든 분은 맨유의 아시아 투어를 마냥 부러워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이제는 맨유 같은 팀을 만들어 해외 투어를 하면서 더 많은 팬을 확보하고 수익을 올릴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무슨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가.

첫 번째, ‘관중이 왕이다’라는 신념으로 프로축구 구단은 좋은 경기 내용과 관람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관중이 원하는 그림을 필드에 그려 놓을 때 구장을 찾아 환호할 것이다. 그러면 방송사도 외면할 수 없기에 중계 횟수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스폰서 유치가 쉬워진다. 항상 관중을 생각하면서 팬 중심의 마케팅을 부단히 펼쳐야 한다.

두 번째, ‘스폰서도 왕이다’라는 생각으로 스폰서를 만족시켜야 한다. 맨유의 서울 투어를 후원한 기업이 펼친 스포츠 마케팅은 많은 점을 느끼게 한다. 서울투어에서 맨유는 그 짧은 3박 4일 동안 스폰서를 위한 활동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었다. 우선 23일 오전에 열린 공개훈련장의 입장권까지 후원사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토록 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맨유 후원사가 모두 원하는 박지성 선수를 서울시가 주최한 ‘인피니트 드림매치’와 나이키가 주최한 맨유 축구교실 행사에 참가하도록 배려했다. 박지성 선수가 23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맨유의 스폰서를 위한 아낌없는 지원활동을 엿볼 수 있었다.

필자는 23일 맨유의 후원사들이 맨유 선수를 활용해 어떻게 마케팅을 펼치는지를 유심히 지켜봤는데 박지성을 포함한 맨유 선수 4명과 맨유 유소년 축구코치를 초청해 맨유 축구교실을 개최한 나이키의 마케팅 활동이 특히 눈에 띄었다. 국내 언론에 보도가 많이 돼서 나이키 축구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 및 이미지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맨유의 이번 후원사 지원 이벤트를 바라본 몇몇 국내 기업이 이미 맨유팀 후원을 고려하고 있을지 모른다.

관중도 왕이고 스폰서도 왕이라는 생각을 실천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스포츠팀을 잘 운영할 때 해외에서 벌어들일 부가가치는 협찬료, 중계권료, 라이선싱료, 머천다이징 상품 판매 등 엄청나다. 모기업의 홍보를 위해 팀을 운영한다는 차원에서 머무르지 말고 스포츠팀을 운영해 국내외에서 얼마든지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지역 중심 마케팅부터 착실히 다져 나가야 한다.

한류 드라마 열풍이 불었듯이 소비자와 스폰서를 위하는 마음이 열매를 맺어 한류 스포츠 열풍으로 이어져 스포츠 마케팅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이 신명 나게 일하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구단과 기업이 노력하는 만큼 우리 국민도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 경기를 즐기고 환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정착시킨다면 한류 스포츠 열풍이 세계에 부는 꿈을 더 빨리 현실로 이룰 수 있다.

이창식 KPR스포츠마케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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