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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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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꼬, 베몬, 은물, 토들, 영다, 보리세밀, 땅친물친….’ 무슨 암호 같죠? 20, 30대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유아전집세트의 줄임말입니다. 이 전집들은 유명세만큼이나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술피리꼬마(웅진출판) 62만 원, 토들피카소(한국몬테소리) 45만 원, 차일드애플(한국슈타이너) 35만 원. 아이들을 위한 전집은 왜 이리 몸값이 높은 것일까요. 경제탐정이 나섰습니다.
5세 아이를 둔 주부 신모 씨(33·서울 강남구 대치동)가 작년 한 해 구입한 전집 값만 300여만 원입니다. 한 달에 20만∼30만 원을 책 구입비로 쓴 셈이지요. 교원이 지난해 말 기준 3∼12세 자녀가 있는 1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구당 보유 전집은 3.48세트라고 합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국내 전집시장 점유율 1위인 웅진씽크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5.7% 늘었습니다.
전집 열기가 거세다 보니 전집 가격이 비쌀수록 더 인기를 끄는 기현상마저 나타납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부모들이 선호하는 전집 가격대는 10만, 20만 원대 제품보다는 60만, 70만 원대 고가(高價) 제품”이라며 “출판사들도 가격을 높이기 위해 전집 구성 수를 많게는 100∼150권까지 늘리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집 가격이 높은 것에는 출판사가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팔지 않고 영업사원의 방문판매로만 파는 판매기법이 한몫하고 있다고 출판업계 관계자는 귀띔합니다. 유통채널을 최소화해 가격 파괴를 막고 있다는 것이죠.
특별한 것을 선호하는 부모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도 있습니다. 기탄교육은 도서를 상시 판매하지 않고 1000질 한정 수량을 2, 3개월에 한 번씩 예약을 받아 판매하는 ‘한정 수량 판매’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구하기 어려운 교재로 입소문이 나면서 대부분 판매 수량이 매진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전집 몸값을 부추긴 것은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우리 아이 책 읽히기’ 열풍이라고 출판업계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학입시에서 논술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미리 대비하려는 ‘맹모(孟母)’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죠.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