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우린 지구평화 가꾸는 친구들”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2분


터키계 ‘레인보우국제학교’ 12개 나라 100여명 학생 수업

이슬람 아이들도 부활절 체험

“우린 지구평화 가꾸는 친구들”

터키에서 온 부락 군(11)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레인보우국제학교 축구팀의 주장이다. 축구선수가 꿈인 부락 군은 지난해 미국,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온 급우들과 함께 팀을 만들었다. 이들은 매일 방과 후에 축구 연습을 하며 우정을 다졌다.

올해 초 미국에서 온 애런 군(11)이 부모님을 따라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부락 군은 “제일 친한 친구가 떠나 너무 슬펐다”고 했다. 하지만 13일 미국에서 새 친구가 전학을 와 다시 마음이 들떠 있다.

이슬람권인 터키가 한국에 세운 유일한 외국인학교인 레인보우국제학교는 작지만 평화로운 세계다. 이곳에서는 국적과 인종, 종교가 아무런 벽이 되지 않는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곳의 아이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이 학교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아이도 있다.

한국과 터키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레인보우국제학교가 문을 연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지난해 3월 45명으로 출발했던 이 학교에는 현재 12개 나라에서 온 10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레인보우(무지개)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다양성과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은 이 학교의 존재 이유다.

○ 무지개보다 다양한 아이들

10일 2학년 아이들의 미술 수업 시간. 각국에서 온 어린이들은 다양한 색깔의 물감으로 부활절 계란을 장식하고 있었다. 부활절은 기독교 문화권의 축일(祝日)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권에서 온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계란 장식에 한창이었다. 미술 교사인 레베카 마이어 씨(캐나다)는 “12일이 부활절이기 때문에 기독교 문화를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슬람의 명절이나 부처님 오신 날 등에는 거기에 맞는 문화 수업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학교 옥상에서는 1학년생들의 음악 수업이 열리고 있었다. 터키, 파키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온 아이들은 영어로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를 불렀다. 음악을 가르치는 김희영 교사는 “아이들은 다른 나라 문화를 마치 스펀지처럼 흡수한다”며 “영어 노래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노래를 돌아가면서 배운다”고 말했다.

레인보우국제학교는 이처럼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한다. 올해 2월에는 각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사회 수업에 포함했다. 교실 한 칸을 특정 국가의 옷과 악기, 음식 등으로 장식한 뒤 그 나라의 대사관이나 문화원 관계자가 와서 설명을 하는 방식이다. 미국 영국 일본 파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아프가니스탄 등 15개 나라가 소개됐다. 8월부터 시작되는 새 학기에는 나라 소개 프로그램을 50개국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 같은 다양성 교육이 외국인 학부모들 사이에 알려지면서 아이를 입학시키려는 부모도 늘고 있다. 알타이 디케치 교감은 “한 미국인 부모는 이 학교에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이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는 ‘우리 아이가 그 나라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아이를 입학시켰다”고 전했다.

○ 평화로운 아이들이 평화로운 세상 만들 것

한국에 사는 터키인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이 학교는 터키계 학생이 가장 많지만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22명의 선생님은 미국 캐나다 영국 터키 한국 등 5개 나라 출신이다. 8월 시작하는 새 학기부터는 한국어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친다.

아직까지는 유치부와 초등부밖에 없지만 8월부터는 중등부 교육 과정도 새로 시작된다. 캠퍼스도 두 개로 늘려 하나는 유치부 전용, 또 하나는 초등부와 중등부 전용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디케치 교감은 “아이들이 한국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교육 목표”라며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진 아이들이 크면 나중에 훌륭한 친선대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수렛 첼릭 교장은 “일곱 가지 빛깔의 무지개는 한꺼번에 봐야 더욱 아름답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나라가 정말 좋은 나라”라며 “이 학교에서 평화와 공존을 배우면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교육 철학을 밝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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