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투자원칙 중요성 가르쳐주는 ‘혼돈의 증시’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지금처럼 혼돈스러운 시장이 예전에 또 있었을까. 금융시장이란 곳이 원래 그런 곳이라 치더라도 뭔가 재료만 있으면 위든 아래든 가격이 급변하는 통에 요즘엔 멀미가 날 지경이다.

3월 위기설에 천정부지로 치솟던 환율이 별안간 급전직하로 돌변하는가 하면 위기감이 증폭됐던 미국 증시가 하루에 6∼7%나 올라 널뛰기를 하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은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좀처럼 예리한 촉수를 세우지 않고서는 시류를 쫓아가기는커녕 돈을 잃기 십상이고 뉴스를 보고 한발 늦게 움직이면 여지없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도대체 왜 요즘 이토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일까.

변동성은 극심한 눈치작전과 불안한 투자심리의 반영이다. 이는 경제의 몸통 역할을 하는 실물경기의 추세가 약해 어느 누구도 장기 포지션을 가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태를 응시하다가 그림자의 미동만 있어도 지체 없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어쩌면 어두운 터널 속, 보이는 것은 오직 앞사람의 흐릿한 형체뿐이기에 고집일랑 잠시 접어두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최근 유가나 금값, 미국의 자존심인 주가지수를 보자면 마치 그동안 관심조차 받지 못한 중소형주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게다가 변동성을 키우는 투기성은 숨 가쁜 금리인하의 결과물이다. 중앙은행에서 나온 돈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 금융상품 속으로 몸을 숨겨 시중에 잠기고 있다.

자금의 단기 부동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초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쩔쩔매는 뭉칫돈들이 일단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지만 일부는 초과이익을 찾아 부지런히 이동하고 있는 듯하다. 그 와중에 국경을 넘나들며 투기적 과녁을 찾아 헤매는 부동자금이 혹여 신흥국의 못 먹는 감이라도 한번 찔러 볼까 걱정이 된다.

이러한 변동성과 투기성은 종종 가격 역전을 연출한다. 예전엔 돈을 줘야 얻을 수 있었던 정보가 요즘은 인터넷 속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악재가 공포로 다 뒤덮이기 전에 시세는 이미 바닥을 찍고 호재가 다 펼쳐지기도 전에 시세는 어느새 꼭지를 찍고 내려오고 있다. 매체의 발달로 시장은 현실을 앞서 가는데 문제는 그 뉴스라는 것이 항상 의미 있는 정보는 아니라는 데 있다.

혼란스러운 투자환경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 같다. 급변하는 하루하루 시세와 수많은 뉴스쪽지가 투자의 맥을 끊고 우리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높은 파도가 치는 이 어두운 밤바다에서 그래도 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원래의 항로(중장기 경기추세)에 대한 자기의 주관을 유지하고 단순하더라도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고집하는 것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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