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TX 부실, 정부 안에 책임질 사람 없나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경부고속철도(KTX) 부실시공 의혹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X 2단계 구간인 대구∼부산 레일 부설공사에서 콘크리트 침목이 매입전(埋入栓) 결함 때문에 균열된 사실이 확인됐고, KTX 1, 2단계 구간(서울∼대구∼부산)에 설치된 체결장치도 현장 시험 대신 실내 시험만으로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체결장치는 레일과 침목을 하나로 묶어 열차의 하중을 침목에 전달해 분산시키는 기능을 하는 만큼 KTX 안전에 직결되는 핵심장치다.

철도시설공단은 1월 초 침목의 균열을 발견하고 전수(全數)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부실공사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게다가 KTX 2단계 구간공사 업체와 철도시설공단의 뇌물 비리 의혹을 조사하던 천안경찰서 특별수사팀에 수사 중단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 때문에 김동민 충남지방경찰청장이 최근 사표를 내기까지 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속 300km의 고속철을 지탱하는 레일과 침목에 문제가 있다면 열차 탈선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리 작은 부실공사나 실수라고 해도 허용될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명쾌한 설명도, 필요한 조치도 내놓지 않아 불안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일부 의혹은 공사 수주 경쟁에서 밀린 업체가 제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무책임하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1998년 3월부터 3년 동안 철도청장을 지낸 뒤 2003년 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 2004∼2006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KTX 부실공사와 비리 의혹은 정 장관이 고속철도 건설 및 관리를 최종 책임지는 자리에 있을 때와 시기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정 장관이 현재 고속철도 주무부처 장관이기 때문에 각종 의혹과 책임의 소재를 가리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아닌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KTX 관련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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