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행 국회, 김형오 의장은 책임 회피 말라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김형오 국회의장이 27일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상임위 차원의 조속한 법안심사 완료를 촉구하며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취소했다. 이에 따라 주말에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3월 2일 또는 3일 본회의장에서 의장 직권상정을 포함한 쟁점법안 처리 여부를 놓고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가 다시 폭력을 우려할 상황이 된 것이다.

한나라당이 25일 22개 미디어관련법안(미디어법안)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에 상정한 데 대해 민주당이 반발하며 문방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심의를 원천 봉쇄한 것이 1차적 원인이다. 하지만 김 의장의 책임도 크다.

김 의장은 그제 성명을 통해 민생·경제 관련법안을 지목해 27일까지 상임위 심사를 마쳐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디어법안을 포함한 기타 법안에 대해서는 “해당 상임위에 상정해 충분하고 충실한 심의를 해야 한다”고만 말해 직권상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김 의장은 뒤늦게 “미디어법안을 (직권상정)한다, 안 한다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는 작년 말 1차 법안전쟁 때부터 미디어법안 처리를 망설였다.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미디어법안을 경제관련 법안과 구분 짓는 것부터가 난센스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의장이 3일로 끝나는 임시국회에서 일부 비(非)쟁점법안들만 처리하고 미디어법안에 대해선 여야에 ‘추가협의’를 제안하는 식으로 부담을 비켜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은 4월 국회에선 추경, 6월 국회에선 비정규직법안, 9월 국회에선 예산안과 각각 연계해 투쟁하려 할 것이다. ‘추가협의’는 결국 민주당 측에 법안 처리를 무산시킬 기회만 줄 게 뻔하다.

김 의장의 미지근한 처신에 대해 “향후 ‘큰 꿈’에 도전하기 위해 이미지에 흠이 생길 수 있는 일에 몸을 사리는 것”이라는 해석도 따른다. 고위 공직을 맡아 누리는 영광이 있으면 책무도 있는 법이다. 이미지 관리에나 급급한 정치인에게 큰 미래가 없다는 것은 우리 정치의 경험칙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제 한 강연에서 “국회가 깽판이라 (일자리 나누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세제(稅制) 혜택을 못 주고 있다”며 국회는 왜 존재하는지 물었다. 김 의장은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