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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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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틀에서 볼 때 이 정권이 지향한 국정 운영의 방향은 대체로 옳았다. 경제 이외의 성과도 없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훼손됐던 한미동맹을 회복했고, 여러 분야에서 미국 일본 등 우방과의 공조 기반도 착실히 다졌다. 미국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금융위기 우려를 크게 해소한 것도 그 결과라 할 수 있다. 남북문제도 비정상적 관계를 정상적 관계로 되돌리는 과정에서의 진통이 있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고수해왔다. 지난 정권에서 왜곡되고 변형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교정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그러나 경제 현실은 ‘747’ 공약(임기 내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달성)의 실현은 고사하고 상황이 악화하지 않기만 바랄 정도로 심각하다. 금융시장 불안이 극심한 가운데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경제난을 외부 요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경제 대통령은 어디 갔나”라고 묻고 싶은 게 국민의 심정이다.
‘선진화’ 목표 옳지만 전략-성과 기대 이하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방송법 개정 등 투자 활성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입법이 시급한데도 정부는 국회 탓만 할 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신용경색도 잘 풀리지 않는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고 했지만 눈에 보이는 몇몇 규제만 제거했을 뿐 정작 시장경제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실질적 규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공기업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305개 공기업 가운데 25개를 11개로 통폐합하겠다는 데 그쳤다. 정부를 유능한 조직으로 바꾸고 ‘일 잘하는 정부’로 만들겠다던 다짐도 무색하다. 도처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고, 없애겠다고 한 위원회를 슬금슬금 만들어 책임을 분산, 회피하려는 것으로 국민 눈에 비친다.
법과 질서의 회복은 선진화의 요체이고 이 대통령도 ‘예외 없는 법질서 준수’를 100대 국정과제의 11번째 항목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법과 질서가 확립돼 가고 있다고 느끼는 국민은 많지 않다.
경찰이 좌파와 불법폭력 세력에 폭행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불법시위에 대한 엄정한 대처는 말뿐이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사태 때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아침이슬’을 따라 불렀다고 고백함으로써 엄정한 법질서 수호와는 거리가 먼 감상적 태도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용산 재개발 참사와 관련해 경찰 진압의 적법성과는 무관하게 경찰 최고책임자를 사실상 경질함으로써 법치의 원칙을 깨는 기회주의적 행태마저 보였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도 희망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에 따른 잡음이 많았지만 이 정부는 특히 인적 구성과 내용에서 문제가 많았다. 10년간 집권을 못해 인력 풀이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명망가와 온상(溫床)체질 인사들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각 분야의 최고를 찾아 쓰지 못하다 보니 자연히 국정운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국민의 실망을 키웠다.
청와대는 지난 1년을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극복과, 위기 이후 도약과 번영의 기틀을 다지는 노력을 병행하는 투 트랙으로 국정을 운영해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구체적 성과도 내세웠다. 그러나 청와대의 자평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국민의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인식의 괴리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5년 단임 정권에서 실수와 시행착오는 1년으로 충분하다. 이 대통령은 겸허한 마음으로 지난 1년간의 국정 수행 내용을 반성하고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새로운 비전과 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올 한 해의 성과에 정권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과 정권이 성공해야 민생과 국가 장래에도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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